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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씨네코치 Jan 22. 2022

<시민 케인>의 딥 포커스에 관한 부적절한 설명들

시민 케인 분석 3편

<시민 케인>의 대표적인 수식어는 영화사상 최고의 작품입니다. 따라서 연출자나 시나리오 작가는 당연히 알아야 하는 작품이고 기술 스태프 뿐만 아니라 배우들까지, 제작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는 작품입니다. 교양으로서 영화에 관심있는 사람들도 다들 아는 작품이고요. 여러분들도 다들 이미 알고 계신 작품이지요?


이때 <시민 케인>의 특별한 점으로 언급되는 지점이 딥 포커스인데요. 딥 포커스는 간단히 말해서 포커스, 즉 초점이 화면의 깊은 곳까지 맞는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게 뭐가 특별하다는 걸까요? 여러분은 딥 포커스가 왜 특별한 것인지 알고 계신가요? 딥 포커스는 카메라와 광각렌즈만 갖추면 누구나 구사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여러분이 스마트폰을 열어서, 카메라 어플을 켜고, 줌을 1도 쓰지 않고 촬영하면 그것도 딥 포커스가 됩니다. 흔히 <시민 케인>의 딥 포커스를 촬영의 측면에서 설명하곤 하는데, 이처럼 딥 포커스를 촬영의 측면에서 접근하면 그 중요성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전경의 문광(이정은)부터 후경의 기택(송강호)까지 모두 선명하게 보이는 <기생충>의 한 장면


딥 포커스의 중요성은 기술보다는 비평적인 측면에 있습니다. 


때로는 딥 포커스 기법이 오손 웰스가 <시민 케인>에서 처음 도입한 것이고 <시민 케인> 이후에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는 식으로 설명하기도 하는데 이건 터무니 없는 소리입니다. <시민 케인>은 기술적으로 화려한 작품이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한 작품은 아닙니다. <시민 케인>처럼 기념비적인 작품들은 워낙 터무니 없는 신화들이 들러붙어 있으니까 항상 주의해야 합니다.


딥 포커스의 중요성과 특별함을 비평적인 측면에서 설명할 때도 문제가 조금 있습니다. <시민 케인>의 딥 포커스를 이야기할 때 따라오는 가장 일반적인 설명은, 몽타주를 미장센으로 대체하고 관객들이 장면을 능동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해석의 자유를 주었다는 맞지도 틀리지도 않는 설명인데요. 일반 관객들은 맥락을 짐작하기 어려운 설명이지요. 이 설명은 <시민 케인> 첫 시간에 언급되었던 앙드레 바쟁의 말을 따르는 것인데요. 여기에는 조금 복잡한 문제가 있습니다. 우선 앙드레 바쟁의 취지가 잘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첫 번째 문제이고요. 두 번째 문제는 앙드레 바쟁의 본 논의에 이미 빈틈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그간 충분히 논박이 이루어졌습니다. 세 번째 문제는 앙드레 바쟁의 제시한 논의가 빈틈이 있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거스를 수 없는 지평으로 우리를 안내하기 때문에 오늘날에는 그 빈틈을 감안하고 앙드레 바쟁의 논의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딥 포커스의 예시로 늘 호출되는 장면


따라서 <시민 케인>의 딥 포커스에 관한 일반적인 설명을 이해하려면 지금 말씀드린 이 중층의 문제들을 다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설명은 누락되어 있는 것이지요.


그럼 오늘은 이 층층의 문제들을 한 번 … 살펴보지는 않을 거고요. <시민 케인>의 딥 포커스가 왜 특별한 것으로 여겨지는지, 그것이 갖는 기념비적인 의미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간단하게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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