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무지게 비벼 먹는 소중한 하루>를 읽고서
상상한다.
시들시들해진 사랑하는 그녀가 퇴근하자마자 소파에 몸을 축 늘어뜨린다. 외투를 벗지도 못한 채 그렇게 눈을 감고 피로에서 벗어나고자 애쓰는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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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난, 견딜 수 없던 난, 냉장고 가장 아래 칸 모여있는 채소들 사이에서 시금치 한 단과 양파 한 개를 꺼내 든다. 위쪽 날개 칸에서는 다진 마늘, 버터, 우유와 생크림, 그리고 파르메산 치즈가루를 함께 챙긴다. 양팔 가득 담은 재료를 아일랜드에 늘어놓고 차근차근 재료 소질에 돌입하는 나. 지친 그녀의 속을 달래줄 영혼을 위한 시금치 수프,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야무지게 비벼 먹는 소중한 하루> 중에서
묽게 갈아놓은 액체는 고운 우윳빛이 났다. 나는 중불에서 그걸 나누 숟가락으로 저어가며 끓였다. 처음에는 생각보다 빨리 걸쭉해지지 않아 물을 너무 많이 부은 게 아닌가 하고 조바심이 났지만, 갈수록 점점 걸쭉해졌다...... 이것이 내가 원한 전부였다. 몇 날 며칠을 화려하고 값비싼 고기요리와 갑각류 요리 그리고 버터와 치즈와 크림 배합을 달리 한 갖가지 감자 요리를 만든 끝에 비로소 깨달았다....... 나는 눈을 감고 마지막 숟가락을 떠서 입에 넣고는, 보드라운 죽이 엄마의 갈라진 혀를 살포시 감싸는 순간을 상상했다.
-미셸 자우너, <H마트에서 울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