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책감은 느끼지 않을게
천둥아, 번개야.
너희들을 만난지 42일인 오늘까지도
엄마는 가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눈물이 나.
어떤 사람들처럼 생각지 못하게 우연히 너희를 가졌거나
원치 않는 임신을 한 것도 아니고
순전히 엄마와 아빠의 선택으로 너희들을 가지게 된 것인데
내가 한 선택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이 둘을 한 번에 키우는 게
쉽지만은 않더라고.
너희들이 엄마를 힘들게 한 것이 아니라
너희가 아니었어도 아기를 키우는 상황 자체가
내가 원래 누리고 있던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하는 일임을 알아버린거야.
너희를 낳기 전에도 어렴풋이 알았지만 막연한 미래라 생각했던 상황이 나의 현재가 되니
생각보다 많이 힘들더라.
밤낮없이 우유를 먹이느라 잠도 잘 못자고
너희들이 울면 밥을 편히 먹지도 못하고
원래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잊고 있다 가끔 떠올리면
육아에 대부분의 시간을 쏟느라 나를 잃은 것 같아 눈물이 나.
엄마 주변의 누군가 아이를 갖게 되면
진정한 희생이 뭔지 알게 된다고 했는데
그 때는 그 말이 생색처럼 느껴졌지만
나의 시간, 나의 젊음, 나의 커리어, 나의 자유 등등...
그동안 당연하게만 누리고 있던 모든 것들이 당연하게 느껴지지 않는 지금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너무나도 천사같이 아름다운 우리 천둥이와 번개의 모습을 보면
이런 마음을 가진 게 미안해서 또 눈물이 난다?
아직까지는 타고난 모성애보다
내가 선택한 일에 대한 책임감이 더 큰 것 같아.
그래서 아직은 아이를 가진 기쁨과 행복이 뭔지는 좀 더 시간이 지나봐야 알 것 같아.
이런 마음에 대해 죄책감은 가지지 않을게.
자연스러운 거라 생각하고 지금 순간에 최선을 다할게, 약속해!
그리고 아마 너희를 사랑하는 마음은 우리가 앞으로 쌓아갈 시간만큼 커질거라 믿어.
분명한 건 임신 기간에도 신체적 자유를 잃고 많이 힘들었었는데,
훨씬 힘든 지금이 너희를 눈으로 보고, 만지고, 같이 성장할 수 있어 더 좋다는 거야.
너희를 키우며 엄마 스스로 많은 것들을 배우길 바라며...
스스로 육아의 주인공이 되어 놀라운 경험들을 하도록 할게.
2023년 5월 24일 수요일
창밖에 푸르게 우거진 나무들을 바라보며
천둥이와 번개를 사랑하는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