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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나 Aug 05. 2023

오랜만에 난임센터를 찾다

냉동 배아, 연장할까 말까?


천둥아, 번개야.

오늘은 남아있는 냉동 배아들을 좀 더 보관할 것인지 결정하는 날이었어.

냉동한 2판 중 하나를 해동해 그 안에 들어있던 4개의 배아 중 두 개가

운명적으로 우리 천둥이와 번개가 되었는데,

나머지 한 판에 있는 4개의 배아는 미지의 곳에서 머물게 되었네.


엄마는 우리 천둥이와 번개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서

미련없이 남은 냉동 배아는 보내줘야겠다고 결심하고 있었는데,

막상 천둥이와 번개가 너무 예쁘게 크는 모습을 보니

다른 아이들은 어떤 모습일지 많이 궁금하더라고.


특히나 오늘은 병원을 가는 길에

소아과에 진료받으러 온 작은 아가들을 보게 됐는데

우리 천둥이와 번개가 엄마 뱃속에서 갓 태어난 시절이 떠올랐어.

너희들이 태어나고 한동안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는데,

사진을 통해 어느새 많이 변한 너희들의 모습을 보니

너희와 함께하는 매순간 엄마라는 역할에 충실하고, 많이 사랑하고, 아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런 생각을 떠올리며 난임센터에 오랜만에 들렀는데,

아기가 생기길 간절히 바라며 아빠와 방문했던 옛 기억과 함께

난임센터를 찾은 다른 부부들에게 마음속으로 응원을 보냈어.

그분들에게도 우리 천둥이와 번개같은 예쁜 아가들이 찾아와주길 바라며.


아마 이미 엄마와 아빠에게 너무나 소중한 천둥이와 번개가 있어서

더 이상의 가족계획은 없을 것 같아.

하지만 이 배아들이 세상에 태어났으면 천둥이와 번개만큼 예쁜 아기들이었을 거라는 생각에

쉽게 '버려주세요.'라고는 못하겠더라.

정말, 그건 아직은 못하겠어.


엄마는 한동안 천둥이와 번개의 엄마로서 충실하게 살아갈 것이지만

언젠간 남은 배아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 지금은 잠시 유예된 고민을 정리해야만 하는 시간이 오겠지.






2023년 8월 5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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