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하 국제거리
나하 국제거리
숙소에 도착할 때쯤 되니 어느새 날이 저물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카페 쿠루쿠마에서 해가 질 때 즈음에 출발했고 숙소까지 50분 정도 걸렸는데, 숙소에 거의 다다라서 정확한 위치를 찾는데에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렸기 때문이었다. 오키나와를 여행하면서 맵 코드과 전화번호로도 내비게이션이 위치를 잘 잡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첫 번째 숙소도 그런 경우였다. 구글 내비게이션으로 비슷한 위치까지 찍고 근처까지 가서야 예약한 숙소를 발견하게 되었다.
첫날 묵었던 에스티네이트 호텔(Estinate Hotel)에 대해 간략하게 리뷰하자면, 호텔의 외관과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카운터와 식당이 있는 1층은 그럴싸해 보이는데, 막상 객실은 그에 못 미치는 것 같아서 조금 아쉬웠다. 사실 가격이 저렴해서 가격 대비 퀄리티를 생각하면 객실이 나쁜 편은 절대 아닌데, 객실에 들어가기 전의 이미지가 꽤 세련돼서 객실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것 같다. 그리고 에어컨도 카운터에 있는 직원에게 요청을 해야 겨우 틀어줬는데, 이 부분도 많이 아쉬웠다. 8월의 오키나와가 너무나 덥다 보니 적어도 숙소에서 만큼은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상쾌하게 바로 쐬고 싶었는데, 그마저도 요청을 해야 틀어주다니... 차라리 우리가 묵었던 객실만 깜빡하고 안 틀어놨던 거였으면 좋겠다.
우리는 조식을 먹지 않았지만, 다른 분들의 후기를 보면 조식의 퀄리티가 꽤 괜찮다는 평이 종종 있다. 오키나와 여행에서 저렴한 숙소에 아침을 든든하게 챙겨 먹는 것을 원하는 분들이 있으면 에스티네이트 호텔에 묵어도 괜찮을 것 같다.
일단 숙소는 찾았는데, 숙소 주차장에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 근처 민영 주차장에 자리를 찾고 있었다. 근데, 이게 웬걸... 생전 처음 보는 주차 시스템이었다. 우리나라에서의 주차장에 차를 박아두고 나갈 때 관리인 할아버지께 꼬깃한 지폐 몇 장 전달드리는 그런 예상 가능한 시스템이 아니라, 나갈 때 주차장 입구에 위치한 정산 시스템에서 사용한 만큼 주차료를 지불해야(현금, 카드 모두 가능) 차바퀴에 걸려있던 홀더가 내려가고 차를 뺄 수 있는 무인 시스템이었다.
이제 숙소도 조금 시원 해졌겠다, 주차 문제도 해결이 됐겠다, 본격적으로 오키나와에서의 첫 번째 밤을 즐기러 나갔다.
숙소에 짐을 풀고 나와 국제 거리로 향했다. 저녁이 되면 조금은 무더위가 가실 것이라 생각했던 내 예상과는 반대로 하늘만 어두워졌지 그대로 지상에 머물고 있었다. 휴대용 선풍기로 계속해서 바람을 쐬며 국제 거리를 향해 걸어갔지만 더위를 날리는데 크게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어둠 속 무더위를 걷는 데 조금 지칠 때쯤 어느 순간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가 국제거리인가 하고 구글 맵을 켜보니 국제거리와 상당히 가까워져 있었다. 드디어 시원한 맥주 한잔으로 오늘의 피로를 부셔버릴 수 있는 건가 하는 희망이 생겼다.
국제거리는 이미 날이 저물었음에도 불구하고 화려하고 다양한 색으로 가득했다. 얼마나 떨어져 있다고 우리나라에서는 보지 못했던 신기한 음식들이 많았다. 역시 먹을 걸 좋아해서 먹을 것들부터 눈에 들어온다. 그중에서도 화려한 색감의 물고기들은 횟감용으로 전시되어 있었지만, 진짜 먹어도 되는 건지 단순 디스플레이 용인 건지 헷갈릴 정도로 형형색색이었다. 마치 버섯도 화려할수록 독버섯일 확률이 높다고 하는 것처럼 왠지 이 친구들도 독이 들었을 것만 같고, 먹으면 그대로 물감 맛이 맴돌 것 같은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