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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llement chouette Oct 20. 2023

파리, 우아함의 세계

왜 파리를 선택했냐면

곳곳의 조약돌 하나하나가 이야기를 담고 있고, 모든 건물의 파사드가 역사의 숨결을 내쉬는 빛의 도시 파리가 나에게는 너무도 매력적으로 보였다. 


태양왕 루이 14세 (Le roi soleil Louis  XIV), 나폴레옹 (B. Napoleon) 등의 절대 권력들이 지냈던 웅장한 성과 건물들, 예술이 가득한 거리와 상점들, 오랜  세월 가꾸고 보존해 온 프랑스 문화의 섬세함, 재료 본연의 맛에 충실한 프렌치 파인 다이닝의 우아함, 그동안 미처 몰랐던 보기에도 먹기에도 디테일이 살아있는 파티스리 (Patîsserie)의 매력 속에서 나는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럭셔리에 대한 나의 열정이 진정으로 자라나고 뿌리를 내릴 수 있었던 곳이 바로 이곳, 파리였다. 


이 도시에서 보낸 모든 순간은 마치 캔버스에 아름다운 붓터치로 그려질 수 있을 것만 같았고, 여름의 아름다운 태양과 하늘은 모네 (E. Monet)가 왜 인상파 화가로서 여러 색을 연구하며 같은 대상을 같은 구도로 연작 시리즈로 그려냈는지 설명해 주는 것 같았다. 심지어 퇴근하고 집에 가는 길도 분명히 지옥철 같은 버스 안인데, 에어컨도 안 나오는 찜통더위에 버스 안의 냄새가 이상해서 킁킁대고 주위를 둘러보면, 뒷자리에 앉아 있는 노숙자 아저씨 때문이라는 걸 깨닫고 바로 눈이 마주칠까 두려워 얼른 밖을 내다보면, 아름다운 거리와 센 강이 노을에 물들어가는 영화 속의 한 장면이 창문 너머로 펼쳐진다. 이 풍경에 푹 빠져들어 '내가 정말 이 도시에 살고 있단 말인가!?'하고 되뇌면, 더 이상 찜통더위도, 노숙자 아저씨의 냄새도 별 것 아닌 게 되어버린다. 어찌 이 도시와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파리는 럭셔리의 중심이 분명했다. 유명 호텔들로 넘쳐나지만 오랜 전통을 자랑하며 문화재로 지정된 역사적인 호텔들이 세계적으로 잘  되는 럭셔리 체인호텔들을 제치고 수세기 동안 같은 자리에서 그 옛날 우아했던 파리의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게 해 준다. 


또한  명품 브랜드들의 대다수는 파리를 헤드쿼터로 두고 있다. 샤넬, 루이뷔통, 크리스티안 디올, 에스메스, 까르티에, 반클리프 앤 아펠,  발렌시아가, 셀린느, 랑방 등… 나열할 수 없을 만큼의 유명 럭셔리 브랜드들의 본사는 다 파리에 자리 잡고 있다. 그들의 플래그십  스토어들도 파리에서 역사적인 주소 그대로를 지키며 아름다운 콘셉트로 전 세계 여행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나의 커리어에 대해서는 이어질 챕터에서 많이 다룰 예정이니, 나에게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의 본사에서 일하는 꿈을 목표로 실행하기에는 파리가 안성맞춤인 도시라는 포인트만 이야기하고 넘어가자.


뿐만 아니라 레스토랑의 풍경은 어떠한가, 프랜치 퀴진 (Cuisine française / French cuisine)은 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고급요리로 잘 알려져 있다. 미슐랭이라 불리는 레스토랑 평가 가이드는 본래 프랑스의 타이어 제조 회사인 미쉐린이 매년 봄마다 발행하는 식당 및 여행 가이드 시리즈에서 비롯되었다. 평가 시스템은 간단하다; 가이드 북에 오른 레스토랑, 별 한 개, 두 개 그리고 세 개가 최고점이다. 자동차여행 가이드북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각각의 별점에는 여행자를 위한 맥락이 담겨 있는데, 원스타 (★)는 '해당 지역에 갔다면 들러 볼만  가치가 있는 훌륭한 음식점이라는 뜻이다. 투스타 (★★)는 조금 돌아가도  (detour)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쓰리스타 (★★★)는 여행(journey)할 가치가 있다는 뜻으로,  음식점을 방문하기 위한 목적만으로도 해당 지역을 여행할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2023년 기준으로, 프랑스 전체에는 미슐랭 스타를 보유 (한 개 이상)하고 있는 레스토랑이 630개 있다 (대부분의 레스토랑이 판데믹으로 인해 2021년 638개에서 감소한 숫자이다).  파리에는 그중 9개의 파리 레스토랑이 쓰리스타, 투스타는 15개가 존재한다. 파리는 19세기에 획정되었던 시 경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서 사실 그 면적은 100 km² 남짓으로 베를린의 11%밖에 안되고, 서울과 비교했을 때는 1/6 밖에 안 되는 사이즈다. 이 사실을 염두에 두고 보면, 파리의 미식 문화 (Gourmet)가 굉장히 발달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슐랭 레스토랑 현황 이외에도 샴페인, 와인, 치즈, 햄 (jambon), 파티스리 (Patîsserie디저트류) 등 많은 고급 먹거리 유통이 잘 자리 잡고 있는 곳이 바로 파리이다. 나는 아주 부자가 아닌 중산층들의 가정식 테이블에 올라가는 일상의 음식들의 퀄리티가 굉장히 높은 나라로 프랑스를 꼽고 싶다. 많은 돈을 쓰지 않아도 고품질의 신선한 재료들을 쉽게 구할 수 있는 도시가 바로 파리이다. 물론 대도시 물가는 무시할 수 없겠지만, 런던, 홍콩, 뉴욕 등 국제적인 금융도시들에 비하면 장보기가 그리 부담스럽지 않다.


이 모든 것들은 옛 것을 존중하고 보존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럽적인 사고방식, 프랑스 인들의 장인정신에 기반하고 있다. "이게 더 빨라, 이게 더 싸."라는 이유로 방향성을 바꾸고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이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한국에서 나고 자란 나로서는 이 부분이 정말 대단해 보였다. 그들은 지금까지 아무리 경제적인 메리트가 있더라도, 예전의 자기 조상들이 해왔던 방식을 고수하며 그들의 장인정신과 예술성을 기리는 쪽을 선택해 왔던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에르메스가 1837년부터 만들어왔던 가방을 그때 만들었던 퀄리티와 방식 그대로를 고집한 결과, 반클리프 앤 아펠이 1906년 창업 이래 그들의 장인 정신을 반영한 주얼리 컬렉션을 현대의 공장 생산 방식과 타협하지 않고 핸드 메이드로 선보여 온 결과들은 어떠한가? 

그들의 역사스토리텔링이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되어 높은 가치를 창출해 내고, 전 세계에서 알아주는 고급 명품의 대명사가 되었다. 대학에서 의류학을 전공했던 나는 명품 산업의 의미와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에 빠르게 매료되었고, 파리에서 일한다면 꼭 이러한 브랜드 마케팅과 회사의 이미지가 핵심 포인트가 되는 회사에서 일해봐야 되겠다고 다짐했다.


나의 여정은 대한민국 서울에서 매혹적인 수도 프랑스로 가서 살아보겠다는 인생의 중요한 결정으로 시작되었다. 럭셔리한 장인정신과 예술성의 진원지에 푹 빠져보고자 하는 열망이 나의 원동력이 되었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치밀한 계획과 국제적으로 나 자신을 오픈마인드한 사람으로 탈바꿈시키는 끊임 없는 노력이 필요했다.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명품 업계에서 빛나는 경력을 쌓을 수 있는 지식과 전문성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열성팬으로서가 아니라 이 특별한 세계에 나의 장점과 비전을 기여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될지, 럭셔리 분야의 주요 리더로서 브랜드 마케팅 및 이미지 구축을 위해 그들은 어떠한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는지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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