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경옥 Nov 13. 2022

퇴사


고등학교 3년 내내 취업을 희망했고 나름의 포부가 있었다. 또래보다 먼저 사회생활을 해서 경력을 쌓고, 돈도 많이 벌 생각이었다. 열심히 공부했고 자격증도 많이 취득했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자마자 대기업에 지원했고 최종 합격을 했다. 세상을 다 가진 듯 기뻤고 많은 축하와 응원도 받았다. 그렇게 가고 싶은 대기업에 입사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입사한 지 반년만에 대학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고등학교 때 남들 다 보는 수능 한 번 안 본 것도, 성인이 돼서 대학에 못 가본 것도 후회로 남을 것 같다.


이후 자리에 앉아서, 우편물을 부치러 갈 때, 거래처 은행을 갈 때, 점심식사를 할 때... 틈만 나면 고민했다. 과연 퇴사하고 대학교에 입학하는 게 바람직한 일일까. 대학을 졸업한다 해도 대기업에 다시 입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불확실한 미래를 택할 바에 현재 생활에 만족하자고 마음을 다잡아 보기도 했다. 그런데 대학을 머릿속에서 지우려고 시도할 때마다 마음속 어딘가 공허하고 답답해졌다. 어쩌면 마음속에 답을 정해놓고 고민하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다시 10월 19일, 대학교 1차 결과 발표 게시글이 올라왔다. 떨리는 손으로 결과 조회 버튼을 클릭했다.  

합격이었다.

심장이 두근거리는 소리가 한참 동안 귀에 들렸다. 다른 사람이 볼까 봐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마음속으로 백만 번은 환호성을 질렀다.


그때 그 스무 살 직원은 몰랐다.

5년 뒤에는 선생님이 되어 학생들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란 것을.

매거진의 이전글 바리스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