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2018-08-20
편의점 아르바이트 일을 많이 가르쳐줬던, 내 위의 직급이자 선배였던 30대 남자 스탭 하라 씨(가명)와의 이야기가 문득 떠오른다.
지난 4월 경에 그만둔 하라 씨는 키가 크지는 않았고 아주 마른 체격의 사람인데, 까무잡잡한 피부에 눈이 가늘고 광대뼈가 튀어나와서, 첫인상이 무서웠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웃으면 눈이 반달 모양이 되고, 덧니가 드러나는 매력적인 표정을 가진 사람이다. 게다가 말재주가 정말 좋다. 서글서글하다고나 할까, 손님에게 척척 권유도 잘하고, 단골손님이 오면 농담도 했다. (단, 그의 말투는 유쾌하지만 말이 빨라서, 알아듣기는 좀 힘들었다. 그의 말투는 한국어로 대충 번역하면 "어서옵쇼! 봉투 필요하심까? 또 오십쇼!"정도.)
그래서 항상 매장의 특별 세일 기간에는 하라 씨가 주로 근무에 투입됐다. 손님에게 "오늘 00가 세일인데, 어떠세요?"같은 말을 싱글벙글 웃으면서 잘 걸고, 그러면 손님들은 '그럼 세일이라는데 하나 사 볼까'하며 호빵이나 튀김 등을 하나 둘 사가고, 그렇게 전체 매출이 오른다. 이 사람은 영업이 천직은 아닐까, 생각할 만큼 말을 참 잘했다.
어느 날 함께 일을 마치고 돌아갈 준비를 할 때, 사무실에서 빵을 우물우물 먹으며 스마트폰 게임을 하고 있는 하라 씨에게 '하라 씨는 접객 일이 잘 맞나 봐요.'라고 했더니, '전혀요. 전 사실 판매직은 하고 싶지 않아요'라고 단호한 답이 돌아와서 깜짝 놀랐다.
"제가 최선을 다해 일을 하는 건, 물론 전 이 매장도 점장님도 좋지만, 사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매장을 위해서도 점장님을 위해서도 아니고, 결국엔 내가 편하려고 하는 거예요. 전 아주 이기적인 사람이거든요."
- 전 하라 씨가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는데요.
"내가 오늘 물건을 많이 팔았다고 성과급여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점장님은 내가 일하는 시간대에 매장에 없으니 내가 어떻게 일하는지도 모르잖아요? 다만 나는 내 시간대에 '아무런 문제도 사고도 없이 무사할 것'이 중요해요. 저녁 시간에 술 취한 사람이 와서, '너 인상 더러워 새꺄'라며 시비 걸고 난동 부릴지 누가 알아요. 그니까 친절하게 웃는 얼굴로 일하는 거예요."
-...
"결국 손님에게 말 걸고, 잘 웃고, 그런 것들은 다 내가 편하기 위해서 하는 것들이에요. 뭔 사고가 터지면 그게 다 나에게도 영향을 주고, 난 그 처리가 너무 귀찮아요. 사고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건 다 나 편하려고 하는 일들이에요. 그러면 의외로 의욕이 오른답니다. 에이타 씨는 어때요?"
- 전 접객이 무섭고 힘들지만... 급여를 받으니까 잘 일하는 게 당연하단 생각이에요.
하라 씨도 집에 가려는지 스마트폰을 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다 먹고 남은 빵 봉지를 구겨 쓰레기통에 버리며 말했다.
"무슨 일을 해도 나 자신을 위해서 일하세요. 나중에 취직할 생각이죠? 혹여 일본의 나이 든 어른들, 보수적인 회사들이, '넌 외국인이라 일본에 대해 잘 모른다'는 핑계 대면서 '회사를 위해 네 목숨을 다 바쳐 일해!!!'같은 헛소리를 할지도 모르는데, 요즘엔 그런 거 아무한테도 안 통하니까 무시하세요. 에이타 씨는 성실한 사람이지만, 너무 남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결국 모든 건 다 '나'를 위해서 하는 일이거든요."
모든 건 다 '나'를 위한 일이다.
어쩌면 아주 당연한 것인데도 여태껏 생각치 못했던 것이었다. 하라 씨가 먼저 돌아간 뒤에도, 나는 한동안 편의점의 백룸에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