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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밍꼬 Oct 08. 2022

냉동실 속 초콜릿 탈출기, 브라우니 만들기

그 초콜렛을 어쩌죠? 냉장고를 탈출시키고 싶어요

   오늘도 냉장고를 정리하다 냉동실 속 초콜릿을 째려본다. 저걸 어쩐다? 묵직한 초콜릿 한 봉지가 냉동실 구석에 두 자리쯤 차지하고 있다. 둥글납작하게 생긴 저것이 초콜릿이 아닌 금화라면 얼마나 좋을까 쓸데없는 상상도 해본다. 이 골칫거리 초콜릿은 우리 집에 이렇게 오게 되었다. 지난 여름 초입이었다. 우리 집에는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테라스가 있고 그 위에는 고급 나무 데크가 깔려있었다. 보기에는 예뻤지만 남편과 아이들은 테라스를 드나들 때마다 ‘아빠처럼’ 맨발로 다녔고 나는 아이들의 야들한 발바닥에 가시가 박힐까 늘 노심초사였다. 그래도 신발을 자꾸 벗는 녀석들은 나의 잔소리에 맘껏 놀지도 못하고 테라스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었다. 남편과 나는 고민 끝에 실용성을 위해 테라스의 데크를 해체하기로 하였다.


  장비는 아날로그한 톱 하나였다. 그 여름날 남편은 땀을 뻘뻘 흘리며 가로세로 3미터쯤 되는 데크를 해체하기 시작했고 나는 남편이 톱질을 하는 몇 시간 동안 고라니처럼 날뛰는 네 아이들은 혼자 보고 있었다. 몇 시간 동안 테라스에서 데크 해체 쇼를 벌인 남편을 담 넘어 구경하던 옆집 아저씨, 소문을 들은 3층 아주머니, 앞 동 빌라의 낯선 아저씨까지 오셔서 잘린 나무들이 필요하시다며 온 동네 곳곳으로 사이좋게 나누어 가셨다. 워낙 인심 좋은 동네라 나무를 가져가시고는 삶은 햇옥수수, 끓여낸 진한 곰탕 등을 갖다주셨다. 그 중 빌라 앞 동에 훤칠한 할아버지께서 아이들이 있어 넉넉히 챙겼다며 묵직한 봉투를 주고 가셨다. 감사하다 인사드리고 봉투를 열어보니 이것은 무엇인가? 그냥 초콜릿도 아닌 이리봐도 저리봐도 그냥은 먹을 수 없는 제과용 초콜릿이었다. 묵직한 초콜릿 봉투는 그대로 냉동실에 들어가 나올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렇게 여름이 지나 가을이 왔다. 초콜릿을 계속 저렇게 둘 수는 없었다. 나는 그동안 이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최상의 황금 레시피를 찾아왔다. 아이들도 좋아하고 초콜릿도 많이 해치울 수 있으며 초보 베이커도 쉽게 성공을 한다는 그것은 바로 ‘브라우니’였다.     

◎ 브라우니를 만들어 볼까요?
다크 초콜릿 200g, 버터 100g, 설탕 90g, 소금 1g,  실온 계란 3개, 중력분 120g. 코코아가루 30g,
바닐라 오일 3방울
*설탕은 개인 입맛에 맞게 줄였습니다.
*브라우니의 유래는 초콜릿케이크를 만들려던 중 베이킹파우더를 넣지 않아 실수로 만들어진 디저트라는 설이 있듯이 베이킹파우더 없이 만들 수 있습니다.

<섞을 준비>
1. 커다란 볼에 실온 계란 3개, 소금, 설탕, 바닐라 오일(풍미와 계란 비린네 잡기용)을 넣고 거품기 혹은 핸드믹서로 잘 섞어주세요. 끈기 있고 균일하게 설탕을 녹여주는 것이 대부분 제과의 핵심이더라구요.
2. 초콜렛과 버터를 함께 넣고 중탕으로 녹여주세요. 물이 들어가지 않게 주의하세요.

<모두 섞기>
3. 녹인 버터와 초콜릿을 적당히 식혀(뜨거우면 계란이 익어요.) 계란 혼합물에 섞어주세요. 재료들의 온도가  서로 맞아 분리되지 않고 섞이게 하는 것이 두 번째 포인트입니다.
4. 계란물과 중탕한 초콜릿을 섞고 코코아가루와 중력분을 체로 쳐서 넣어 날가루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쓱쓱 저어 반죽을 완성합니다. 많이 저으면 케이크가 질겨져요. 맛있어져라 주문도 외우세요.

<굽기>
5. 사각틀(25*25)에 반죽을 부어 윗면을 평평하게 만들고 틀을 바닥에 3번 정도 탕탕 내리쳐 반죽 속 공기를 빼줍니다.
6. 180도로 예열된 오븐에 25분 전후로 구워냅니다.

  

  진한 초콜릿 향이 풍기는 브라우니는 오븐에서 꺼내자마자 뜨거운 김만 식혀 곧장 아이들 입속으로 들어갔다. 그럴 때면 나는 마치 슈퍼스타K의 심사평은 기다리는 기분이다. 둘째는 엄마가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맛있을 걸 먹을 때면 뱃속에 블랙홀이 있다는 첫째는 준 것을 다 먹고 말없이 한 조각을 더 달라고 한다. 셋째 산봉우리는 다 먹고 누나들이 남긴 부스러기를 손가락으로 찍어 먹고 있다. 초콜릿을 못 먹는 들판이만 눈을 껌뻑인다. 남은 브라우니는 냉장고에 하루 두었다 꾸덕해지면 먹으려고 했는데 두고 먹을 브라우니를 다시 구워야 할 것 같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냉동실에는 아직 초콜릿이 많다. 연휴가 끝나고 아이들이 모두 학교와 어린이집에 가면 나를 위한 브라우니 한 조각과 뽀얀 크레마 가득한 커피를 마시며 진하고 쌉싸름한 가을 아침을 즐겨야겠다, 묵은 초콜릿의 냉장고 탈출기, 환골탈태 브라우니 이야기였습니다.


*초콜릿은 유통기한이 긴 편이고, 냉동실에 넣어두면 보관기간이 늘어나지만 그래도 풍미가 변하고 냉동실 냄새가 밸 수 있으니 저처럼 오래 두지 마세요.              


 초콜릿과 바꾼 테라스는 이렇게 변신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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