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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밍꼬 Jan 18. 2023

싯다르타 6장 어린애 같은 사람들 곁에서

도도하고 고고한 싯다르타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

 어린애 같은 삶에서 잃은 것과 얻은 것


  카말라는 싯다르타에게 부유한 상인인 카마스와미에게로 가 함께 일하라고 말한다. 상인은 싯다르타의 훌륭함을 눈치채고 함께 지내기를 원하며 함께 사업도 한다. 싯다르타는 카말라의 충고대로 상인에게 종속되지 않으면서 동등하게 자신을 그 이상으로 대우할 수밖에 없도록 행동한다. 사업은 정확하게 배우지만 사업이 그의 마음에 감동을 일으키지 못한다. 사업은 그에게 유희와 같았다.

   싯다르타의 관심은 늘 사람들이었고 그들과 이야기 나누고 배우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면서 싯다르타는 사람들과 자신의 차이점을 깨닫게 되는데 그것그에게 사문 정신이 있다는 점이었다. 싯다르타는 사람들이 어린 아이나 짐승 같은 방식으로 산다고 생각했으며 그런 생활을 사랑함과 동시에 경멸하였다. 싯다르타는 모든 것에 마음을 열고 환영했지만 이따금 가슴 깊은 에서 나지막한 경고의 음성을 느끼곤 했다.


   부와 쾌락의 세계로 들어온 싯다르타의 모습은 세련되고 고고하며 도도하다. 어느 날 그는 쌀을 구입하기 위해 출장 간 곳에서 이미 쌀이 다른 상인에게 팔린 것을 알고도 그곳에 남아 한참을 마을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다 온다. 그런 자신을 비난하는 카마스와미에게 허허실실 하며 손해를 입었다면 말해달라 그때는 나의 길을 갈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에게는 세속에 대한 욕심도 미련도 없어 보인다.




  그러나 나의 삶은 싯다르타와 같지 못하다. 나는 미련도 걱정도 가득이다. 단지 그것들에 과도하게 휘둘리지 않으려고 매 순간 노력할 뿐 욕심과 걱정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삶을 산다. 그와 내가 다른 것이 있다면 나에게는 내가 지키고 책임져야 할 아이들이 있다. 싯다르타에게 지킬 것은 자신 하나 세상을 겁낼 것도 없다. 미련도 없다.

  나도 몰랐지만 살다 보니 소중한 무엇을 지키기 위해서는 세상 사정에 휘둘릴 수밖에 없었다. 그가 말하는 어린애 같은 삶을 살아야 하는 순간을 알았다. 알고도  참아내는 것, 견디어 내는 것. 나는 그것의 이름을 ‘용기’라고 부르고 싶다.      



  싯다르타와 카말라는 사랑했고 카말라는 싯다르타를 깊이 이해하고 닮아있었다. 카말라는 더 나이가 들면 싯다르타의 아이를 갖고 싶다고 했지만 그녀는 지금도 싯다르타가 사문으로 머물고 있는 것을 알았으며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다. 싯다르타는 그것은 당신마찬가지라고 사랑은 ‘어린애 같은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고 ‘우리 같은 사람’은 할 수 없을 것이라 말한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도도하게 나를 온전히 지켜가사랑을 할 수 있을까? 사랑에 빠졌던 때를 생각해 보면 잠자리에서 이불을 걷어차고, 내 사랑이 인생의 덫에 빠진 것은 아닐까 걱정했고, 넋이 나간 걸 알면서도 정신을 차릴 수 없던 때가 있었다. 이 정도의 끌림이 없었다면 머리로만 사느라 늘 삶의 언저리를 맴돌던 내가 어찌 안쪽 삶의 비밀을 알 수 있었을까? 사랑의 결과는 나는 이 길을 택하였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다. 지금은 이불의 걷어차던 눈먼 사랑의 에너지를 많은 부분 아이들에게 쓰고 있다. 사랑은 사사로운 것에 휘둘리는 것이었고 정한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었다.


  싯다르타는 어린애 같은 사람들의 모습을 표현하길, 그들은 사문이라면 웃어넘길 수 있는 것들에 괴로워한다고 했다. 나 혼자도 버벅대던 인생을 함께 가야 할 남편이 생겼고 책임 질 아이들이 생겼다. 미련하고 어리석은 선택의 연속임을 알고도 눈감아 넘어가며 앞으로만 가는 생활을 했다. 내가 펼쳐놓은 사랑에는 책임이 따랐다.

   고고하고 도도했던 내가 벌여놓은 사랑 안에서 나의 고고함과 도도함을 지킬 수 없었고 포기해야 할 것도 있었다.


  그래도 어린애 같이 살며 내가 얻을 것들이 있다. 욕심과 뻔뻔함. 그것들이 나쁜 것이 라고 믿던 고지식하고 순백의 마음으로 살던 내가 이제는 때로 사는데 그것이 유용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어린아이 같은 삶 에서 작은 것에 기뻐하고 슬퍼하는 마음을 얻었다. 어린아이 같이 살아본 사람이라면 누구 하나 이런 마음을 이해할 수 있길 바란다.  지켜야 할 것도 미련도 이기심도 많은 나는 어린애 같은 사람들이다. 나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싯다르타가 부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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