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지인의 글을 보다가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글 벗님들과 함께 이야기를 하고 “꼭 해봅시다!” 다짐했던 일을 결국에 그분이 실천한 걸 봤기 때문이다.
나의 장점은 무언가에 빠지면 신나게 열 올리며 추진한다. 단점은 그 열정은 초반에만 반짝하고, 후반부로 갈수록 바퀴 빠진 자전거를 타고 페달을 밟는 것처럼 끙끙대다가 지쳐서 멈춰 버리는 것이다.
글벗님들과 함께 다짐했던 때를 떠올려봤다. 그때만 해도 마음먹은 대로 실행할 것만 같았다. 의지는 굳건했고, 절반은 준비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루하루 지날수록 그 관심은 줄어들었다. 다짐을 실현시키기 위한 행동은 굼뜨다 못해 어느 순간부터 까맣게 잊어버렸다.
그리고 그분의 글을 보며 나의 질투심이 활활 타올랐다. 이 질투는 하루 이틀 일은 아니다. 올해 들어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재밌던 하루하루는 점점 버겁고 지쳐갔다.
나보다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블로그와 브런치, 단톡방까지!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만, 에세이 글을 좀 쓰다 보니 내 글이 왜 이렇게 부끄럽던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작법서를 찾아 읽었다. 책을 읽다 보니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이 더 쪼그라들었다. 이렇게까지 못하겠어.. 게으른 머리와 게으른 손은 에세이 쓰기를 점점 멀리했다.
다른 장르로 눈을 돌렸다. 내 이야기가 아니라 허구의 이야기를 써 보면 어떨까? 어차피 쓰려던 글이니, 어떤 형식이든 마음에 가는 걸로 쓰면 되는 거지! 하면서 창작을 하는 글쓰기로 돌입했다. 그리고 인풋을 위해 열심히 읽었고, 글쓰기에 도전한 결과는? 쓰다가 또 좌절.. 이것도 내 일이 아닌 것 같아, 하며 도망쳤다.
이도저도 아닌 길 위에 서 있다. 책 읽기가 도피처가 되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 매일 읽지만 내 글을 쓰지는 못한다. 감상 한번 쓰기도 두렵다. 멋모르고 쓰던 날보다 훨씬 더 자신이 없어졌다.
오늘도 몇 권의 책을 읽었지만, 이 글은 며칠 째 쓰다 멈추다 했던 글이다. 또 며칠을 마무리짓지 못하고 저장만 해둘까 봐 <작가의 서랍>을 열었다.
오늘은 기회를 버리지 않으려고 애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