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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찬 Jan 09. 2024

가을에 취한 ‘터너 폴스’

앤디의 머그잔 이야기 

  하늘의 먼 정원이 시들어가듯 거부하는 몸짓으로 떨어지는 나뭇잎을 바라보며 무심코 멈춰선 곳에 찾아온 11월,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을 것만 같은 떨어지는 형형색색의 낙엽의 향연을 같이 호흡하며 무심코 걸었던 길가에 드디어 가을이 찾아왔다. 어디론가 멀리 떠나고 싶은데 이민생활의 분주함이 이를 쉽게 허락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일을 나의 관심 밖으로 밀어놓을 수만은 없는 일, 하루에 가을과 그리고 멋진 경치를 느낄 수 있는 곳이 없을까? 오늘은 오클라호마 주(Oklahoma)의 아버클 마운틴(Arbuckle Mountains)에 위치한, 이곳에서 가장 오래된 공원인 터너 폴스(Turner Falls)로 여행을 떠나보자. 

아버클 마운틴(Arbuckle Mountains)에 위치한 공원인 터너 폴스(Turner Falls)

  사실 달라스 근교에서 계곡다운 계곡을 찾는 일은 그리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달라스 북쪽막?2시간 정도 운전하여 오클라호마 주의 데비스(Davis)라는 곳에 가면 굽이굽이 계곡을 흘러 수십 미터 아래로 떨어지는 커다란 물줄기를 만날 수 있으니 이곳이 ‘터너 폴스’입니다. 물론 여름에 이곳을 찾아 캠핑과 수영을 즐기며 한 때를 보내는 경우도 많지만 이곳의 가을 모습을 제대로 아는 분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입니다. 굽이굽이 흐르던 물이 모여 심연을 이룰 때 잔잔하나 파문을 일으키며 떠내려가는 가을의 흔적들은 달라스에선 볼 수 없는 이곳만의 가을 매력인 것입니다. 

전망대에서 내려본 터너 폴스(Turner Falls)

  달라스에서 35번 하이웨이를 타서 북쪽으로 1시간 정도 운전을 하면 오클라호마 주 경계가 나옵니다. 여기에서 북쪽으로 47마일을 더 운전을 하면 77번 도로 사인과 함께 47번 출구를 만나는데 여기에서 왼쪽으로 턴하여 4분 정도 내려가면 왼쪽에 폭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가 나옵니다. 전망대를 지나 조금만 더 내려가 왼쪽에 입구가 나오면 입장료를 내고 입장할 수 있습니다. 

물줄기를 따라 캠핑 및 피크닉 장소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곳 안에는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줄기를 따라 캠핑 및 피크닉 장소가 산재해 있습니다. 여름에는 계곡에 발을 담그고 또 낚시와 수영을 즐길 수 있으며, 가을에는 계곡을 따라 울창하게 군락을 이루는 고목들의 익어가는 가을빛의 향연을 즐기며 한 발 뒤로 물러앉은 햇살을 바라보며 투명한 가을의 빛깔을 맘껏 느낄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나는 가끔은 텐트를 치고 가을의 높은 하늘을 바라보며 꿈과 소망의 나래를 펴보기도 하고, 햇살이 삶을 거부하며 떨어지는 낙엽을 비쳐 나의 허한 가슴을 채울 때 잠시 스쳐 지나가는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기도 합니다. 그리고는 내리치는 폭포소리를 들으며 모든 것을 거품 속으로 던져버릴 수 있습니다. 

깊은 가을을 간지한채로 폭포수가 강하게 내려갑니다.

  공원 안에는 캐빈(오두막)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곳을 이용하여 좀 더 안락한 여행을 즐기기도 하고, 공원 밖으로 나가면 77번 도로를 따라 레크레이션 센터와 캐빈들이 산재해 있으니 여러분들의 입맛에 따라 여행의 방법을 조율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주의할 점은 공원 안에 조그만 편의점이 있지만 이곳에서 여러분들의 필요한 것을 구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충분하게 캠핑에 필요한 도구들을 준비하는 것도 여행의 멋진 경험이 될 것입니다. 

가을에 취해버린 터너 폴스

  삶에 겨워 벌겋게 취해버린 나무들, 손바닥을 활짝 펴보니 벌써 손금이 사라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을 즈음, 모든 것을 잃은 듯하고 다시는 보지 못할 것만 같은 생각이 앞을 가로막습니다. 우수수 떨어지는 가을의 냄새가 온 계곡 안에 진동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것 같지만 이들은 다시 새순을 틔우고 꽃을 피우며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그런 자연의 섭리를 알기에 인생의 아름다운 가을이 이곳 ‘터너 폴스’ 안에 있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이것이 헤르만 헤세의 ‘인생은 모든 의미와 의의가 상실되었을 때 비로소 가장 의미 깊은 것이 된다’ 구절이 오늘은 나의 마음 한 구석을 적시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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