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 ‘마음 둘 곳’을 찾아 참 열심히도 헤매었다.
- ‘마음 둘 곳을 찾는 것’은, 마치 새 학기 첫날 앉을자리도 찾기 전에 ‘나랑 놀아줄 친구’부터 먼저 두리번거리며 찾는 그 두려움과 설렘이다.
- 유치원, 학교, 회사, 그리고 배우자까지… 마음 둘 곳을 찾음으로써 우리는 비로소 ‘나’이기를 승인받는 걸지도 모른다.
- 생각을 말하고, 취향을 공유하고, 애써 숨겨온 사투리도 툭툭 뱉으면서… 때로는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워 우리를 외롭게 했던 지나간 과거를 담담하게 말하는 기적을 경험하면서… 우리는 누군가에게 그 마음을 준다.
- 미움, 두려움, 외로움, 쓸쓸함, 사랑받고자 하는 마음, 사랑하고자 하는 마음, 사랑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 등 한 번 커진 마음은 반드시 꺼내서 타인에게 옮아진다.
- 타인에게 옮은 마음이 곧 내 마음 둘 자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정말이지 어렵다.
- 사람들은 마음의 온기는 원하지만, 정작 생생하게 날것으로 타오르는 타인의 마음을 목격하면 지레 겁을 먹고 도망을 치고는 한다.
- 실망한 우리들은 옮겨지지 못하고 꺼져가는 그 마음을 다시 회수하고, 그 마음은 이제 재가 되어 우리를 까맣게 만들기도 한다.
- 만약에, 아주 만약에 당신이 마음 둘 곳 없어 다시 자기 자신에게 돌아온 그 마음의 불씨를 잘 보존하고 있다면, 당신은 복 받은 사람이다.
- 신은 자비로우셔서, 이 모든 과정을 거쳐 제련된 마음에 축복을 주시기 때문이다. 드디어 우리는 마음 둘 곳을 찾은 것이다. 그건 처음에 그것이 있던 바로 그 자리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