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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록차 Jan 23. 2021

힘들 때 웃는 게 1류인 이유 [12가지 인생의 법칙]

by 조던 피터슨

[타이탄의 도구들]과의 차이


이 책은 자기계발서다. 삶이 더 나아지기 위한 법칙을 제시하고 그 법칙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위해 심리학을 비롯한 여러 학문에서 근거를 가져왔으나 학술서적은 아니다. 2달 전에 읽은 팀 패리스의 [타이탄의 도구들]과 다른 것은 이 책이 좀 더 설득력 있고 이해하기 쉬운 근거들을 주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팀 패리스를 비롯한 많은 성공신화의 설득력의 핵심은 화자의 사회적 지위다. 이만큼 성공한 기업가가, 운동선수가, 작가가, 학자의 사회적 지위가 설득력을 담보하는 것이다. 실제로 그 위치에 오른 이들의 조언은 엄청나게 유용할 수 있고 생생하지만 이해하기 어렵다. 고민을 하는 화자의 입장이 되어서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는 내용들이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창의성을 증진하기 위한 에드 캣멀의 경험과 이야기들은 창의성을 발휘하기 위해 애쓰고, 팀 단위에서 고민해본 사람이어야 제대로 공감하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그런 경험이 없는 독자라면 에드 캣멀의 상황, 입장, 맥락에 대해 훨씬 더 상세한 설명이 있어야 제대로 이야기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팀 패리스의 책은 이런 인물이 몇십 명이 책 1권에 나오니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울 수밖에.


이에 비해 피터슨의 책은 개인의 성공신화보다도 보편적인 사실, 학문적 배경에 근거를 두어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가장 유명한 바닷가재와 서열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실제 바닷가재와 조류 등 생물들의 영역다툼과 서열정리에 대한 관찰/연구결과를 활용한다. 그리고 그런 서열 짓는 본능이 바닷가재를 포함한 많은 생물체에 깊숙이 박혀있기 때문에 인간 역시 예외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피터슨의 논리다. (거칠게 축약했지만 실제로는 호르몬 분비와 80-20의 법칙이 적용되는 여러 인간사회 영역 등 보다 탄탄한 근거가 곁들여진다.)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동일하다면 [타이탄의 도구들]보다 [12가지 인생의 법칙]이 좀 더 설득력 있게 느껴지기 쉬운 것이다.



법칙 1.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라


그 유명한 바닷가재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이다. 피터슨이 이 책 전반에 이야기할 것들에 대한 핵심적인 전제가 나오는 부분이기도 하다. '세상은 원래 불평등하다'가 그것이다. 단순히 자원의 재분배뿐 아니라 생산성, 연구결과, 성적인 매력도 등에 있어서 상위 20퍼센트가 차지하는 몫이 80퍼센트가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도시인구, 단어의 빈도, 부의 분배, 클래식 음악이 연주되는 빈도 등등... 이것이 바람직하다 아니다 가치판단을 내리지는 않고 다만 그 사실을 담담하게 서술한다. 그리고 교차해서 바닷가재의 뇌와 신경계가 영역다툼, 짝 고르기 경쟁 등에서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는지를 상세하게 서술한다. 3억 년 동안 별로 바뀌지 않은 바닷가재의 뇌와 신경계에서 서열구조에 대한 화학작용이 생존에 필수적이었다는 것은 서열구조가 생명체의 생존과 적응에 필수적이었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그 연결이 그만큼 탄탄하냐!라고 비판할 수도 있지만 서열구조가 자연적인 특성이고 영속적인 특성이라는 주장의 설득력은 마냥 무시하기 어렵다.



자연적 특성으로서의 서열구조


누군가는 서열구조가 문화적이고 사회적인 특성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 말은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구조를 바꾸면 서열구조가 없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말 그런가? 어떤 형태로든 서열이 있는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 중 어떤 것이 흔한가? 이 서열구조는 그 사회 집단내에서 그 선명함과 모습을 달리할지언정 거의 어디서나 존재한다. 그 서열을 나누는 기준은 그 집단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가치에 따라 달라진다.


한국의 남자 초등-중-고등학생의 경우 물리적인 힘, 외모, (집단에 따라) 성적 등에 의해 서열이 나뉜다. 직장에서는 업무능력에 따라, 혹은 직급에 따라, 친한 사람들이 얼마나 있는가에 따라 서열이 나뉜다. 결혼시장에서는 남성의 경우 재력, 여성의 경우 외모와 나이 등으로 서열이 나뉜다. 친구 사이에서도 자신의/친구의 상대적인 사회적 지위에 따라 괜히 주눅 들어 보거나 신경 써본 경험이 아예 없는 사람은 정말 드물다. 명절날 모인 친척집에서도 결혼은 했는지, 취직은 했는지, 좋은 대학은 갔는지, 애는 있는지, 애가 좋은 대학을 갔는지 등에 따라 묘하게 서열이 나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학창 시절 신학기에 '같이 다닐 친구'를 찾는데 얼마나 신경을 쓰는지 이야기를 들어본 사람들은 학생 집단에서의 서열(많은 경우 '인기'로 종합되는)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불편할 수 있지만 사회집단 내에서 서열구조는 거의 보편적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어디든 존재한다. 설령 희미하고 분명한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없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리고 사람의 뇌는 이런 서열구조에서 오는 변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피터슨의 핵심 전제 중 하나다.



벗어날 수 없는 서열구조에서 살아가기


어린 나이일수록 신체적으로 약한 아이들이 괴롭힘을 많이 당한다. 어린 나이의 신체적 차이는 발달이 끝나고 나서 마주하는 신체적 차이보다 큰 것도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피터슨은 괴롭힘을 당하는 가장 흔한 원인은 '맞서 싸울 생각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노파심에 덧붙이지만 '도덕적인 책임'과 '원인'은 엄밀하게 구분해야 하고 괴롭힘을 가하는 사람이 '원인'을 통해 정당화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리고 이 맞서 싸울 생각이 없는 것은 보통 기질적으로 '동정심이 많고, 자기희생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다. 공격적인 행동은 무조건 잘못되었고, 어떤 경우에도 폭력은 잘못되었으며, 불같이 화를 내는 자체를 죄악시하는 성향 말이다. 이런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괴롭힘을 당하기 쉽고 그 고통을 오래 겪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악인은 이런 사람을 귀신같이 찾아내 괴롭힌다. 


괴롭힘을 계속 당하다 보면 서열싸움에서 패배한 수컷 바닷가재처럼 더 약해진다. 밤에 잠을 잘 못 자고 우울증에 걸린다. 업무 성과는 떨어지고 주변 사람들과 원만하게 지낼 마음의 여유는 더 없어진다. 성과가 떨어지면 원래 그렇지 않았던 사람이라도 실제로 서열구조에서 더 낮은 자리로 내려가게 된다. 괴롭힘은 심화되고 이런 양성피드백이 심해지면 공황장애, 알코올 중독 등 질환에 '당하게' 된다. 그런 굴레에 들어간 것은 본인의 도덕적인 책임과는 관련이 없지만, 그 사태를 일어나게 한 '원인'에 그런 성향이 기여한다는 것은 현실에 가깝다.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 가장 좋은 것은 단연 서열구조의 위로 올라가는 것이다. 그러나 단기간에 사회의 서열구조에서 올라가기는 어렵다. 대신할 수 있는 것들은? 서열구조에서 적어도 아래로 인식되지 않는 것이다. 적어도 아래로 인식되지 않기 위한, 악순환을 끊는 아주 작은 시작이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는 것이다. 실제로 이와 비슷한 이야기는 굉장히 많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으면 행복에 관여하는 호르몬이 나와 행복해진다는 이야기. 더 자신감 있는 태도와 자세가 어떻게 호르몬에 영향을 끼쳐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별처럼 널려있다. 우리의 정신은 물질적인 것(신체, 뇌)에 의해 심하게 좌지우지된다. 웅크린 패배자의 자세가 아니라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선 승리자의 자세를 통해 이런 악순환을 끊어내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힘들 때 웃는 게 일류라는 말은 그런 관점에서 보면 굉장히 현명한 말이다. 힘들 때 승리자처럼 웃는 것은 다음 승리의 가능성을 높여준다.


마냥 신체적인 것만을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다. 정신적으로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는 것은 '내가 이런 서열구조에서 특정한 위치로 존재하기 위한' 마음의 준비상태와 연결된다. 서열구조에서 더 높은 서열구조에 도달하기 위해 해야 할 것들을 인식하고 필요하면 물어뜯고 싸우고 화내고 만신창이가 될 마음가짐을 이야기한다. 화를 내는 그 자체를 단죄하지 않고 필요한 상황에 목소리를 내는 것을 이야기한다.


나는 운 좋게도 주위에 상냥하고 똑똑한 친구가 여럿 있다. 그들은 존재만으로도 감사하고 언제나 삶에 위안이 되는 사람들이지만 동시에 스스로의 삶에서 많은 괴로움을 감수하고 살아간다. 자신의 공격성을 발휘하기도 전에 스스로를 단죄하고, 차별적인 발언을 할까 조심하며, 사람 사이에서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 기꺼이 먼저 짐을 짊어지려고 한다. 다른 이들에게 따뜻하게 대하며 먼저 희생하는 고결한 성향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 성향을 온전하게 존중받을 수 없는 사회집단(대부분의 사회집단이 사실 그렇다)에서는 그 성향은 물어뜯기 좋은 먹잇감의 냄새로 전락한다. 열심히 일하면서도 정치질을 당하다가 사람한테 데고 그만두거나 이직을 하게 된다. 대학원으로 가거나 전문직으로 방향을 틀기도 한다. 괴로움에 몸부림치다가 우울증까지 앓으면서도 스스로를 탓한다. 더 상냥하고, 더 배려하고, 똑똑할수록, 이해심이 많을수록 그렇다. 내가 아는 가장 현명하고 상냥한 친구는 한창 피어나던 장면에서 그렇게 떠나갔다.


'귀신은 뭐하나 저놈 안 잡아가고'

'나쁜 놈은 우울증도 안 걸리고 정신병원도 안 간다'

'착하게 살면 본인만 손해야'

'좋은 사람이 항상 먼저 가는구나'


전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지만 재수 없고 불편한 진실을 어느 정도 담고 있는 말이다. 글을 쓰는 나도 그런 서열구조에서 벗어나고 싶은 개인이지만 그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절절하게 깨닫는다.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는 것은 개인단위에서 시작할 수 있는 현실적인 탈출 훈련이다.


원래 법칙 1과 2를 묶어서 쓰려고 했는데 워낙 중요한 부분이고 할 말이 길어져서 법칙 1만 갖고도 예정했던 분량을 초과해버렸다. 이 시리즈가 언제 끝날지는 모르겠지만 일주일에 한편 이상은 이 시리즈로 채울 것을 다짐하며... 조던 피터슨의 12가지 법칙 중 첫 번째 법칙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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