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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라영 Oct 04. 2021

프롤로그.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또 열심히 씁니다.

때는 바야흐로 2015년, 브런치가 막 런칭했을 무렵 나는 지금은 6살이 된 작은 세포와 내 몸을 나눠 쓰기 시작했고, 동시에 인생 두 번째 퇴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회사를 그만두는 딱 이 시점에 이런 플랫폼까지 생기다니 나도 이제 작가의 꿈을 이룰 수 있겠다고 들떠 누군가에게 읽힐만한 무언가를 적으려 고군분투했으나 발행 버튼 누르기에는 실패했다.


당시의 나는 내 경험과 내게 일어난 사건들의 크기에 비하여 그것을 대하는 나의 감정이나 생각이 너무 비대해서 도저히 다음날 다시 읽을 수 없는 글들을 쓰곤 했다. '발행'이라는 버튼은 아주 털이 긴 카펫에 우유를 쏟아버리는 느낌이었다. 내 글은 닦아내고 빨고 햇볕에 바싹 다시 말려도 쿰쿰한 감정 냄새가 빠지질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뱃속의 생명체가 6살이 되고, 자신이 모아놓은 돈으로 엄마 커피 마시고 기분 풀라고 말하는 사람이 되고 나서 나는 다시 작가 신청 버튼을 눌렀다. 지난 6년간 내게 일어난 일들의 다사다난함의 정도가 내 감정의 오르내림보다 더 컸다고 생각하기에 이제는 좀 무언가 적어도 나중에 덜 부끄럽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었는데, 예상은 거의 대부분 틀리는 법이니 내년 이맘때쯤엔 지금 이 글을 읽으며 어떤 후회 일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어떤 후회든 할 것이라는 느낌은 든다.


나를 설명할 수 있는 단어들을 모아 작가 설명에 넣었다. 여자, 아내, 엄마이자 동시에 딸, 그리고 세무사. 어느 정도 글들이 쌓이고 나면 단어들이 아니라 나의 글들이 나를 설명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글을 모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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