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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 J Mar 13. 2024

EP. 33 잠시 외도 좀 하겠습니다.

- 클라이밍이 아닌 폴댄스로!!

 누군가 나에게 최고의 운동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나는 1초도 망설이지 않고 클라이밍이라고 대답할 거다. 나는 여전히 클라이밍을 사랑하고 운동을 하는 그 순간이 즐겁다. 갑자기 왜 밑밥을 까냐고요? 맞습니다. 오늘은 다른 운동을 시작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하거든요. 그렇습니다. 저 외도합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외치고 다녔다. 한 살 한 살 나이가 든다고 해서 딱히 달라지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변한 거라곤 얼굴에 주름이 이전보다 늘었고 어려 보이는 성인이 점점 많아진다. 뭐 이 정도? (내가 대학 입학했을 때 애들이 20살이면 말 다했지..) 하지만 이것도 이미 30대에 들어서면서 충분히 느꼈던 거라 별다른 타격 없이 잘 살고 있었다.      


 그렇게 맞이한 올해, 꾸준히 운동한 지도 어언 2년, 한 살 먹었다고 달라지는 건 없겠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했지만 그것은 나의 크나큰 착각이었다. 체력이 달리는 느낌을 받는 것은 물론이요 단 한 번도 이해하지 못한 당 떨어진다는 느낌이 무엇인지 이제 확실히 깨닫기 시작했다. 남들이 늙는 게 서럽다 했을 때 공감하지 못한 과거의 나 자신 반성합니다. 그 벌 지금 단단히 받고 있습니다.     


 이전에도 말했지만 나의 운동 루틴은 이렇다.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 6시에 암장에 가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60번까지 있는 문제를 3바퀴 돈다. 그럼 시간은 대략 8시 20분에서 30분쯤. 그럼 미련 없이 운동을 나온다. 물론 체력이 좋은 날은 4바퀴를 돌기도 하고 그와 반대로 체력이 좋지 않으면 2바퀴를 돌기도 한다. 이것이 2년 넘게 내가 지켜온 루틴이다.     


 하지만 갑자기 올해 이 루틴이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주 5일 2시간 30분을 어떻게 했더라? 머리는 모든 것을 기억하는데 몸은 그 어떤 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여러분 몸도 기억 상실증에 걸릴 수 있는 건가요?)     

 이럴 땐 내 유일한 장점을 꺼낼 타이밍. 끈기와 열정! 나는 그 장점을 꺼내 들었고 2월 초까지는 꾸역꾸역 루틴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2월 중반쯤 되자 장점도 나이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내일의 체력, 모래의 체력, 그리고 다음 달의 체력까지 꺼내 쓰려고 노오력 했지만 더 이상 나에게는 끌어 쓸만한 체력이 1도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아 이것이 늙은이의 서러움인가요?     

 

 체력에 진 나는 결국 중대 결심을 했다. 이제 클라이밍은 월화목금 주 4회만 가기로 말이다. 근육도 중간중간 쉬어줘야 성장한다고 한다. 그러니 주 4일 운동이 나에게는 더 도움이 될 거다.라고 스스로 위안을 하면서 말이다.      


 결심 후 첫 수요일 운동을 하지 않으니 체력은 충천되고 몸은 너무나 편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마음이 불편했다. 나 이렇게 쉬어도 되니? 이게 맞는 거니? 운동을 쉰다고 뭐라 할 사람이 하나도 없는데 희한하게 마음은 가시밭 길을 걷는 것처럼 불편해졌다. 그렇다고 다시 주 5일 클라이밍을 해? 와 그건 도저히 안 될 것 같은데? 어떻게 하지?      


 그렇게 매주 수요일만 되면 똥 마려운 개처럼 안절부절못하는 나에게 급 알고리즘 신이 강림하셨다. 바로 폴댄스를 보여준 것. 폴댄스를 하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무브를 보고 있자니 오 이거 한 번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란 인간 생각이 들면 바로 실행하는 그런 인간. 홀린 듯 영상의 링크를 클릭했고 링크는 폴댄스 학원을 소개해줬다.      


 그전까지는 몰랐는데 우리 집 10분 거리에 폴댄스 학원이 있었다. 와 집에서 가까운데 이런 게 있었구나. 어? 체험 수업이 있네? 헐. 근데 체험 수업이 무료라고 그럼 당연히 신청이지! 나는 홀린 듯 다음 주 수요일 체험 수업을 신청했다.     

 

 사실 20대 때 폴댄스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잠깐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도전하지 못했었는데 그 이유가 어디서 뜬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팔 힘이 없는 사람이 가면 폴에 매달리는 것만 한 달이 걸린다는 말. 하지만 지금의 나는 클라이밍으로 딴 건 몰라도 팔 힘만은 충분한 여자. 그렇기 이거 해볼만하다는 생각을 갖고 도전하게 되었다.     


 그리고 당도한 다음 주 수요일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폴댄스 학원으로 향했다. 준비물은 반팔티와 짧은 반바지. 항상 의문이었다. 왜 폴댄스를 하는 사람들은 왜 다 야한(?) 옷을 입고 운동하는 걸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 의문은 수업을 하자마자 풀리게 되었다. 폴댄스는 몸의 마찰력을 가지고 하는 운동이다. 그러니 옷을 입고는 절대 불가능. 그렇기에 옷들이 그렇게 짧아지고 가벼워진 것이다.      


 폴댄스 첫 수업은 어땠냐고요?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우선 똑같이 팔을 쓰지만 클라이밍은  홀드를 잡으면 손이 너무 아픈데 폴은 1도 아프지 않다는 사실. 그러니 넘나 행복한 것. 또한 선생님이 가르쳐주는 동작을 하나하나 따라 해 하나의 무브를 완성할 때의 그 쾌감. 거기다 폴댄스는 인싸 운동인지 수업이 끝나고 촬영시간도 있더라고요. 촬영본을 보면 조금은 (사실은 꽤나 많이) 뚝딱거리기는 해도 이뻐 보였거든요. 그렇습니다. 늙은이인 저도 이쁜 거 좋아하는 여자입니다.      


 더군다나 요즘 나는 몸이 굳고 뻐근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폴댄스 학원에서는 수업이 시작하고 20분을 스트레칭을 가르쳐주는데 그게 그렇게 몸이 풀리는 느낌을 받는다는 사실. 그래서 저는 그렇게 무료체험을 가서 20회 회원권을 끊은 호구가 되었습니다. 거기다 주 4회 운동만 하겠다는 결심은 단번에 빠이빠이. 수요일과 일요일 폴댄스 수업을 듣기로 하여 주 6일 운동하는 여자가 되었답니다. 아하하하. 누가 보면 운동에 미친 줄 알겠네.     


 폴댄스 수업을 들은 지 어언 3주 차. 다리 앞쪽은 (특히 무릎) 클라이밍 때문에 든 멍이 다리 뒤쪽은 폴댄스 때문에 든 멍으로(특히 오금과 허벅지) 다리에는 멍이 한가득입니다. 그래도 요즘 다시 활력을 찾은 것 같다. 주 6일 운동하지만 폴댄스는 운동시간이 길지 않기에 체력 소모도 크지 않아 클라이밍도 더 잘되는 느낌? 뭐 느낌이긴 하지만 그렇습니다. (실제로는 엄청 절고 있는 건 안 비밀!)     


클라이밍아. 내가 지금은 잠시 외도를 해서 폴댄스가 아주 약간 진짜 아직 약간 더 재미있지만 내 인생의 최고의 운동은 너야! 너도 알지?! 조금만 기다려 다시 너에게 전념할게. (라고 말하며 폴댄스 다음엔 필라테스를 할까 번지 피지오를 해볼까 고민하는 나란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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