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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 J Mar 20. 2024

EP.34 운동 못하는 사람들이 제일 많이 하는 말

- 운동은 장비빨이지!

 다른 운동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클라이밍에는 완등이라는 명확한 목표가 존재한다. 그렇기에 운동이 잘되는 날과 안 되는 날도 명확하게 갈리게 된다. 완등을 하게 되면 그날 자신의 컨디션이 얼마나 구린지 체력이 얼마나 쓰레기인지 그런 건 전혀 상관없이 그냥 운동이 잘 되는 날로 구분이 된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몸이 깃털처럼 가벼워 홀드가 손에 착 감기고 유연하지도 않던 다리가 쫙쫙 잘 찢어지는 것은 물론 너무 작아 디딜 수도 없던 홀드가 무슨 일인지 잘 찍히고 컨디션은 물론 체력이 최상을 찍는다 한들 완등을 하지 못하면 운동이 안 되는 날로 구분된다. (물론 이건 순전히 나의 생각이자 나의 기준이다.)      


 그렇기에 당최 타고난 몸이 운동과 거리가 멀어 몸치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나란 사람은 한 달에 운동이 잘 되는 날이 한 손에 꼽을 정도다. 아니 한 손에 꼽을 정도가 돼도 감사한 일. 어떤 달은 단 하루도 운동이 되지 않는다. 그래도 언젠가는 운동이 잘 되는 날이 있겠지 하며 도 닦는 마음으로 매일 운동을 하는 사람. 그게 바로 나다.      


 비루한 몸뚱이는 끈기로 저질 체력은 노오력으로 극복하며 매일매일 클라이밍이란 산을 정복해 나간다. 하지만 끈기와 노력은 좌절이 계속되면 이 역시 점점 고갈되고 만다. 그렇다 아무리 클라이밍에 미쳐있다 한들 나도 사람이다. 그래서 어떤 날은 이 운동을 계속하는 게 맞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만둘 수는 없는 일! 남들이 보기에 클라이밍은 하나의 취미이자 운동일 테지만 이 운동은 어느 순간 나에게 취미도 가볍게 하는 운동도 아닌 단 하나의 진심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클린자 여러분 이 말 무슨 말인지 알죠?)     


하지만 마음과는 다르게 운동을 가서 제일 많이 하는 행동은 운동이 안 되는 이유를 찾는 것이다. 월요일은 주말에 많이 먹어 살이 쪄서 안 된다고 하고 화요일은 손가락이 아파서 안 된다고 한다. 수요일은 어깨가 아파서 목요일은 소화가 안 돼서 금요일은 4일 동안 열심히 했기에 체력이 달려 안 된다고 한다. 자랑은 아니지만 잘 되는 이유는 하나도 찾을 수 없는데 안 되는 이유는 수천 수 만 가지 될 수 있다. 자기 방어와 자기 위로의 대가를 찾으십니까? 바로 여기 있습니다.     


보통은 자기 방어를 통해 운동이 안 되는 상황을 극복(극복이라 쓰고 모면이라고 읽는다) 해 나간다. 거기다 매일 운동을 하지 않던가? 노력은 사람을 배신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 말을 상기하며 묵묵히 운동이 되지 않는 수많은 날들을 버텨나간다.      


그러나 어느 순간이 되면 자기 방어는 물론 자기 위로도 통하지 않는 날이 있다. 진짜 드럽게 운동이 되지 않는다거나 진짜 이 문제는 도저히 풀 수 없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 그날. 이런 날이 자주 오지 않지만 드물지 않게 이런 날은 소리 소문 없이 다가온다. 그럼 조용히 핸드폰을 들고 쇼핑을 하기 시작한다.     


 그렇다. 운동이 되지 않는다? 그렇담 템빨을 받아야 할 시간이 당도했다는 소리이다. 실력이 없으면 좋은 암벽화를 사서 신력을 늘리면 되고 손이 미끄러진다 싶으면 좋은 초크를 사거나 손 케어(굳은살 제거)에 필요한 장비를 사면된다. 오늘은 다리가 말을 안 듣는다고? 그렇담 다리 혈액순환에 필요한 제품을 구매하면 되는 것. 이렇게 쓴 돈이 벌써 수백이다. 아하하하.     


 지난주 어느 날 그날도 역시나 운동이 되지 않았다. 그냥도 아니도 드럽게 되지 않았다. 평소 같았으면 또 조용히 핸드폰을 들어 쇼핑을 했을 거지만 클라이밍 3년 차인 나는 수많은 쇼핑으로 더 이상 살 제품도 돈도 없었다. 클라이밍의 장점 중 하나가 큰돈을 들이지 않고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인데 왜 나는 그렇지 않은 것이냐...     


좌절하고 있었던 찰나 인스타 릴스를 보던 중 내 눈에 들어온 제품 하나. 바로 손목보호대였다. 평소 인스타 릴스로 다른 사람들의 클라이밍 영상을 많이 찾아봤는데 그 덕택에 알고리즘의 간택을 받아 손목 보호대 광고가 뜨기 시작한 것.(무서운 알고리즘 녀석)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테지만 운동이 극심하게 되지 않는 상황과 내 눈에 딱 들어온 광고 문구 “클라이머들의 필수템”에 홀린 듯 제품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평소 나의 손목은 아주 멀쩡하다. 물론 가끔 무리를 하면 아플 때가 있긴 하지만 그건 정말 극히 드문 일이다. 하지만 클라이머들의 필수품이라고 하지 않는가? 손목을 잡아주면 운동이 더 잘 될 거 같다는 생각 이거 혹시 나만 드는 거야? 머릿속 저 먼 곳의 이성이란 곳에서는  이 자식 또 충동구매 하네 그거 산다고 운동이 잘 되겠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수년간 다져진 스킬로 그 소리를 단박에 무시한 채 홀린 듯 구매하기 버튼을 들었다.     


그렇게 집에 도착한 나의 뉴 아이템. 영롱한 게 이쁘잖아? 이 자식 앞으로 잘 부탁한다.     


새로운 아이템을 장착하고 기분 좋게 암장을 향했다. 그래서 그날은 운동이 잘 되었냐고요? 그런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나오는 이야기라니까요?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습니다. 그날 역시 운동은 폭망 하였습니다. 나란 여자 일관성이 있는 여자.ㅋㅋㅋ     


뭐야 아이템을 사도 안 되잖아!! 하며 좌절하고 있는 나를 보며 우리 암장 최고 실력자 선배님은 “아이템을 살게 아니야 연습을 더 많이 해서 실력을 높여.”라고 말씀하셨다. 예.. 저도 그러고 싶은데요.. 체력도 쓰레기에 연습을 해도 기분은 좋아지지 않지만 아이템을 사면 기부니가 조크든요..ㅋㅋ라고 속으로 받아쳤다.     


운동을 잘하는 사람들과 전문가들은 말한다. 운동은 장비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을 전혀 믿지 않는다. 장비를 사면 혹 실력이 늘지 않아도 기분이 좋고 기분이 좋으면 운동이 잘 되기 때문. 이런 억지로 오늘도 나는 운동은 뭐니 뭐니 해도 장비빨이 다를 외친다. 그래서 오늘은 또 뭐를 쇼핑해 볼까나? 더 이상 살 장비도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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