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 여행 준비
누군가 결혼 추천해?라고 물으면 언제나 대답은 YES 다. 결혼을 함으로 안정을 찾았음은 물론이요 그전보다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나에게도 가끔 후회 아닌 후회 하는 순간이 있는데 바로 혼자 해외여행을 가고 싶을 때이다.
백수 주제에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 가방을 사고 싶다고 해도 OK, 위험해 보이는 외벽과 자연암 등반을 간다고 해도 OK, 배우고 싶은 것과 하고 싶은 것 모든 하겠다고만 하면 OK 하는 신랑이지만 유일하게 NO라고 외치는 순간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혼자 해외여행을 가겠다고 할 때이다.
위험 상황 시 본인이 즉각 대처할 수 없다는 이유로 8년 동안 NO를 외치는 신랑의 입에서 YES를 내뱉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어렸을 적부터 혼자 다닌 이력을 피력하는 것은 물론이요, 숙소로의 이른 귀가, 안전한 곳만 다니기 등 여러 공약을 남발했다. 어느 날은 화를 내면서 또 어느 날은 애교를 부리면서 설득했지만 신랑은 쉽게 넘어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철옹성 같은 신랑 입에서 드디어 혼자 해외여행에 가도 좋다는 컨펌이 떨어졌다. 안전하기로 소문난 일본만 가능하다는 조건부 컨펌이었지만 8년 만에 떨어진 컨펌이니만큼 신랑의 조건은 나에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행복이 끝이 있다면 바로 이 지점일 아닐까?
행복한 마음에 취해 어디로 얼마나 떠날 것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오키나와 바다가 그렇게 이쁘다는데.. 삿포로가 그렇게 좋다는데.. 근데 얼마나 있다 오지? 일주일은 양심상 안 되겠지? 눈치 보이니 한 4박 5일 정도면 될라나..? 그렇게 행복한 고민을 할 무렵 급작스런 문제 하나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근데 여행 가면 클라이밍은 어떻게 하지?
그렇다. 나란 여자. 8년 동안 기다리고 기다리던 혼자 해외여행 컨펌이 떨어진 이 행복한 순간에도 여행 기간 동안 클라이밍을 못하면 안 되는데..라는 생각을 한 클라이밍에 진심인 클라이밍에 미친 나란 여자. 이런 생각을 한 나 자신이 한편으론 한심하면서도 한편으론 자랑스러운 이 양가감정은 또 뭔지.. 니가 밉다. 죽일 만큼 니가 밉다 싫다. (feat. 2PM)
요즘 꽤 오랫동안 보냈던 정체기를 지나 조금씩 운동이 잘 되고 있음을 느끼고 있어서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인지도 몰랐다. 성장기 때 운동을 더 많이 해줘야 운동이 더 잘 빨리 잘 는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 이렇게 중요할 때 여행이라니.. 근데 무려 8년 만의 컨펌인데.. 여행을 포기할 수는 절대 없는 일.
신이시여 어떻게 해야 한단 말입니까?!
어떻게 하면 되긴! 여행 가서 클라이밍 하면 되지! 아 역시 난 천재라니까?! 그렇다. 한참을 클라이밍이냐 여행이냐 고민하던 나는 여행에 가서 클라이밍을 하기로 결정했다. 평소 여행지를 알아볼 때 뛰어난 자연경관을 가지고 있느냐 혹은 즐길 관광거리가 많냐를 고민했지만 이번에는 좋은 클라이밍장이 있느냐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검색에 검색을 한 결과 결정된 여행지는 도쿄! 가기로 한 곳은 B-pump 클라이밍장!
무려 4층짜리 건물 전체가 클라이밍 장이라는 그곳. 일본 최대의 규모의 암장인 것도 상당히 매력적인데 문제가 창의적이고 매워서 성지순례 암장으로 유명하다는 그곳! 아무리 쩌리 클라이머라도 남들이 다 하는 건 해보고 싶은 1인으로써 무조건 가야지. 암 그렇지.
그렇게 10여 년 만에 혼자 가게 된 첫 해외여행 목적지 1순위로 클라이밍장이 선택되었다. 그리고 나머지 계획은 암장 이용 후 몸 상태에 따라 변동된다는 따위의 계획을 가지고 가는 파워 P의 해외여행.
오로지 B-pump를 가겠다는 목적으로 변해버린 해외여행 일정을 암장 사람들에게 말했더니 다들 웃으며 “해외 유학이네. 가서 해외 신기술 잘 배워와” 하는 것이 아닌가? 아하하. 그렇다. 어느새 바라고 바랬던 혼자 해외여행은 클라이밍 유학으로 변질되어버린 것. 그렇지만 넘나 행복한 것을 보면 역시나 클친자가 맞나 봅니다.
그나저나 문제가 맵다는데 나 잘하고 올 수 있겠지....? 가서 한 문제도 못 푸는 건 아니겠지?
내일 출발인데 잘 다녀오고 꼭 후기 남기겠습니다.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