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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 J Jun 12. 2024

EP.45 좀 사라져 줄래?

- 클라이밍과 땀 그리고 냄새.

사람을 비롯한 일부 동물 종에서 관찰되는, 체온 조절을 위해 피부의 땀샘에서 분비하는 액체를 의미하는 순우리말을 가진 땀.      


 꽤 오랫동안 이 아이와는 서먹한 사이였다. 한여름 태양이 작렬하는 뙤약볕에 서있어도 찜질방에 가장 높은 온도에 들어가도 이 아이는 자신의 존재를 잘 드러내지 않았다. 누군가는 부럽다 했고 누군가는 건강하지 않은 거라 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며 가끔은 땀을 흘리는 사람들이 건강한 것 같아 부럽기도 했다. 하지만 대체로는 이 아이와는 평생 친해지고 싶지 않다고 앞으로도 이 체질을 영원히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생각보다 불편한 게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클라이밍을 하며 이 아이는 옵션처럼 따라왔다. 나와의 만남이 어색했는지 처음엔 클라이밍을 할 때만 찾아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건강해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기뻤다. 이제 나도 힘들면 땀을 흘리는 여자라고!! 하며 얼마나 으스댔는지. (그때의 나 반성합니다.) 너무 좋아했던 탓일까? 이제 이 녀석은 클라이밍을 하지 않아도 어느새 내 옆에 붙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래도 한동안은 괜찮았다. 날씨가 그렇게 덥지 않았기 때문에 이 아이의 껌딱지 행동은 가벼운 애교로 봐줄 수 있었다. 하지만 태양은 점점 무서울 줄 모르고 뜨거워졌고 이 아이의 주식은 태양인지 강해지는 태양열에 힘을 얻어 더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그래도 지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이 아이 따위에게 지는 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지. 하지만 그 다짐은 암장만 가면 무너졌다. 얘야. 이제 좀 사라져 주지 않으련? 내가 졌다!!     


 이 아이는 독립적 존재 자체로도 참 무시무시하지만 더 무서운 건 혼자 활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냄새라는 지독하고 악독한 녀석과 셋뚜셋뚜로 다닌다는 것. 그리고 그 셋뚜의 힘은 암장에서 극한을 보여주고 있다. 암벽화와 친구를 먹더니 나의 정신을 점점 혼미하게 만들고 있다.     


 어렸을 적 신발을 벗는 음식점에 가면 알 수 없는 냄새에 웩! 하고 토하는 시늉을 하곤 했었다. 그때의 나 반성한다. 성인이 된 내가 그런 냄새를 뿜어낼 줄 누가 알았겠는가? 역시 사람은 함부로 행동하면 안 된다. 어렸을 적 맡았던 그 추억의 악취가 내 암벽화에서 날 줄은 죽을 때까지 모르고 싶었는데..     


 통칭 할머니 뼛가루라고 불리는 그랜즈레미디를 아시는가? 이 제품을 쓰고도 발 냄새가 난다면 발을 잘라버려야 한다라는 전설적인 후기가 있을 만큼 효과가 좋은 발 냄새 제거 용품이다. 이 제품은 클라이머들 사이에서 꽤나 유명하다. 클라이밍화는 주로 맨발로 신는 경우가 많기에 많은 클라이머들이 냄새로 골머리를 썩고 있기 때문이다.      


 짜바리이긴 하지만 나 역시 클라이머이므로 이 제품을 애용한다. 후기처럼 겨울에는 참 좋다. 가벼운 땀 냄새는 진짜 싹! 말끔히! 사라지게 해 준다. 하지만 여름만 되면 이놈의 제품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제품이 문제인지 내 발 냄새가 문제인지는 자세히 말하지 않겠다. 아무튼 나에겐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게 사실일 뿐. 나 발목을 잘라 버려야 하는 거니...?     


 어린 시절의 내가 이 냄새만 맡고도 기절할 것 같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신에게는 아직 남은 한 발에 총알이 있습...? 바로 땀 냄새. 요즘 60번까지 이뤄진 문제를 한 번 풀고 나면 진심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땀이 난다. 그렇게 하루 3~4바퀴를 돌고 나면 입고 있는 옷은 지금 막 빤 옷이 의심이 될 정도로 푹 땀에 절어있다. 그렇게 땀에 전 운동복을 벗을 때 나는 그 냄새를 맡고 있자면 내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사람인지 동물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아.. 글을 쓰기 전까진 이렇게 부끄럽지 않았는데 왜 이 글을 읽고 있자니 쥐구멍을 찾고 싶지? 너무나 부끄럽구나? 그러나 이것이 현실인 것을 어허허허 허.      


그러니 제발 땀아. 예전에 우리 서먹했던 사이가 좋지 않았던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면 안 될까? 네가 없어져도 더 이상 서운해하지 않을게. 그러니 제발 이제 내 옆에서 꺼져주지 않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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