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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행생활자 Nov 08. 2022

노래방 좋아하는 상사뒤에 줄을서라

은행 지점장이 되려면 노래방을 꼭 좋아해야만 하는걸까.

새 지점에 오고 얼마 후 회식을 했고, 궁금한 점이 생겨버렸다. 얼마나 궁금했던지 소맥으로만 소주를 한병은 마셨을것 같았는데도 내내 집오는길에 이 생각 뿐이었다.


지점장님들은 왜 하나 같이 노래방을 좋아하는가, 노래방을 좋아해야 지점장이 될수있는걸까 아니면 노래방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지점장이 되는걸까. 아니면 지점장이 되면 노래방이 좋아지는 걸까. 노래방을 좋아하는 것과 지점장이 되는 것 그 사이의 상관관계. 필요조건, 충분조건 아니면 필요충분조건. 그도 아니라면 가을이 가면 겨울이 오는 것처럼 지점장으로 다가서면서 차차 노래방이 좋아지는 걸까. 누가 이걸 한국에 있는 은행 지점장님들 상대로 설문조사를 좀, 아니 연구해서 논문으로 좀 내 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는 원래도 지점장이 될 생각도 없었지만, 역시나 못될거라는게 회식하고 집으로 오는 택시안에서 내가 내린 결론이다.




내내 기업여신 외길인생만 걸어오신 남자 지점장님들만 모시다가, PB출신 여자 지점장님이 계신 지점으로 발령 받았을때의 당혹감이란. 항상 새로운 상사를 만날때마다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라는 걱정과 호기심이 드는데, 여자 지점장님은 처음이라 더더욱.


가래떡 같이 하얗고, 가래떡 같이 가느다란 손목을 가지고 계신 지점장님, 지점장실에 결재 받으러 "똑똑" 하고 들어가면 초여름에도 얇은 캐시미어 숄을 걸치시고 "김대리- 에어컨 바람이 너무 춥다" 하시던 소녀 그 자체 지점장님도 어찌나 노래방을 좋아하시던지.


에어컨 찬바람 막으시던 그 숄을 노래방에서 얼마나 신나게 흔들어 대시던지, 술자리 끝나고 하마를 꼭 가야한다고 하마가자고 하실때 내가 그 하마가 설마 지점 건너편에 있는 노래방 이름 일지는 몰랐지.


분명 노래방과 지점장은 무슨 상관관계가 있다. 두 단어를 가지고 이름점이라도 쳐보고 싶은 생각이다.




생각해보면, 내가 신입때 차장이셨는데, 승진해서 현재 부지점장님이신 분들은 노래방을 좋아했다(그리고 아마 지금은 더더욱 좋아할 것이다). 부지점장님이셨는데 결국 지점장이 되신 분들은 더 강력하게 노래방을 좋아했다(지금도 좋아하실거라 의심치 않는다). 그때도 차장이셨는데 아직도 차장이신 분들은 노래방을 좋아하지 않았다(여전할 것이다. 사람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때는 은행에 계셨는데 지금은 은행에 계시지 않은 분들도 노래방을 좋아하지 않았다.


노래방이 정치라면, 노래방이 정치력을 뽐내는 무대라면, 아니면 노래방이 마치 승진을 위한 동앗줄이어서, 노래방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승진을 위해 노래방을 좋아하는 "척"했던 거라면 목적을 이뤄 승진을 해서 지점장이 되었다면. 이제 본인의 욕망대로, 마음가시는대로 노래방을 좋아하지 않아도 될텐데. 지점장이 되면 노래방에 대한 사랑이 샘솟게 되는걸까.


혹시 나에게 김차장님과 박차장님 둘 중 한명을 골라야 하는 그런 날이 온다면(줄서기), 나는 단언컨데 두 분 중에 노래방을 더 좋아하고, 노래방에 더 집착하는 분을 고를테다. 그 분이 바로 나의 금동앗줄일 것이다. 물론 나는 빨리 관두고 나가는게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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