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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여자 Dec 18. 2023

시험관 1차 성공, 임신이 되었어요!

시험관 1차를 시작하는 마음


 시험관을 시작하게 되고 심란한 마음 달랠 길이 없어 오랜만에 브런치 공간을 찾아 글을 쓰기 시작했다. 올해 초부터 이어진 나팔관 조영술, 자궁 용종 제거, 그리고 인공수정 1차 실패까지 끝나고 나니 어느덧 무더운 여름이었다. 임신의 과정만큼 내 마음대로 되지 않던 일이 또 있었을까. 마음을 내려놓고 시작한 시험관 1차 시술, 난자 채취 전까지 매일 아침, 저녁 배를 푹푹 찔러야 하는 일상이었지만 희망이 보였다. 호르몬 때문인지 몸이 붓는 듯이 급격히 살이 쪘다. 그래도 곧 우리 부부에게 올 아가를 기다리며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려 애썼고, 남편과 밤 산책을 시작했다. 시험관 1차는 로또라니 꼭 이번 텀에 되지 않아도 어쩔 수 없지라는 생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 했던 날들이었다.



난임 병원 입구의 소망 트리

난자들아, 잘 자라줘서 고마워!


 난자 채취는 시험관 여정 중 가장 힘든 과정이었다. 셀프 주사를 놓으며 난포가 잘 커지는지 수시로 병원에 가서 체크를 해야 했고, 난자 채취 일정도 어느 정도의 가이드는 있었지만 채취 전전날 정도가 되어서야 정확한 시술 일정을 알 수 있었기에 급하게 연차를 내야 하는 상황도 어려웠다. 정말 감사하게도 내가 직장인인걸 아시는 담당 선생님께선 최대한 주말에 채취 일정이 잡히도록 노력해 보겠다 하셨는데 의도대로 토요일에 채취를 하게 되었다. 토요일 채취니 일요일까지 푹 쉴 수 있고 연차도 소진하지 않아도 되니 너무 감사했다.

 난자 채취 결과, 총 14개의 난자가 채취되었다. 개수가 3-40개를 훌쩍 넘어가는 사람도 있어 너무 적은 게 아닌가 걱정했는데 양도 중요하지만 질도 중요하기 때문에 10-20개 정도면 적당한 숫자라고 하셨다. 채취가 끝나고 마취에서 깨어나자마자 비몽사몽 정신으로 간호사 선생님께 "채취 몇 개 됐어요?"를 물었던 기억이 난다. 선생님은 익숙하시다는 듯 웃으시면서 "잘 끝났고, 개수도 좋아요."라고 대답해 주셨다. 수정 경과는 난임 병원 어플에서 확인하면서 배아 이식 일정을 잡기로 했고, 14개의 채취 난자 중 11개의 수정란이 만들어졌다. 이식일은 채취 4일 뒤로 잡혔다.



4일동안 잘 자라준 우리 아가들


아가야, 우리에게 와줘서 정말 고마워


 잘 자란 4일 배아를 이식했다. 채취는 전신 마취를 하고 해야 하는 다소 심란한 시술이었다면 이식은 그저 불편한 의자에 잠시 앉아 눈 깜짝할 새 끝나는 과정이었다. 생명이 이제 곧 생겨난 배아에게도 성적표가 주어지는데 우리는 최상급이라는 좋은 성적을 받은 건강한 배아를 받았다. 등급이 큰 의미는 없다지만 잘 자라준 배아에게 어찌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이식 날 배아 사진을 주셨는데 그저 동그란 세포덩어리 배아가 어찌나 예쁜지 사진이 닳을 정도로 계속 보게 됐다. 4일 배아 2개를 이식했으니 쌍둥이가 될 수도 있다고 하셨는데 '쌍둥이든 단둥이든 그저 건강하게 오기만 하면 다 좋아요.' 하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이식 7일 차에 희미한 두 줄을 보게 되었고, 두 차례의 피검을 무사히 통과한 뒤 아기집을 확인하고서야 드디어 임산부가 되었다.



코로나 두 줄 이후 인생 두 번째 두 줄!



+ 임신 시도 2년 만에 찾아온 아가를 온전히 잘 지키고 싶은 마음에, 설레발치지 않으려 잠시 글을 쉬다가 16주가 되어서야 아이가 찾아온 이야기를 남겨봅니다. 제 이야기가 아이를 기다리는 누군가에게 용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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