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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hmack Apr 11. 2021

양치는 할머니(Ansião, Portugal)

November 30, 2020

지금 머물고 있는 에어비앤비는 유틸리티 포함  달에 250유로.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고 비가 많이  탓에 급히 결정했는데 추위의 느낌으로 치자면 자동차와  별다를 것이 없다. 무엇보다 인터넷 신호가 약해(없다고 보면 된다)  안에서는  어떤 메시지도 보내지지 않고,  밖을 나가  도로변으로 걸어야지만 신호가 잡힌다. 인터넷과 맞바꾼 넉넉한 들판, 거기에 , 염소, 등이 있어 그나마 다행일 . 주말 1 이후로는 외출금지령이 떨어진 이곳이지만, 여느 시골과 다르지 않게 어르신분들  쿨하다.(아니신 분들도 많다)

우리  어린이와 공놀이를 하고 있으니 건너편 들에서 양들  먹이고 계시는 할머니가 반갑게 인사한다. 언제나 그렇듯 뭐라고 뭐라고 하시는데 뭐라고 하시는지는 오로지 나의 느낌에 맡길 .  상황에 걸맞은 단어하나를 골라(고를 필요도 없는 범위) 모션까지 더해 말하니 유쾌하게 맞장구 치신다. 아이의  따라 이리저리달리다 보니 할머니가 콩알 크기로 보일 만큼의 거리가 되었고, 그냥 그렇게 자연스럽게 안녕하고, 일부러 렌트한  마다하고, 주차된 자동차 안에서 노래 들으며 놀고 있는데 누군가  뒤편에서 기웃거린다.

돌아보니 아까  양치던 할머니. 문을 열고 밝게 인사했더니  너네 여기 있었니 하는 표정으로  쇼핑백 하나를 건네신다. 여전히 다시 뭐라고 뭐라고 하신다. 무슨 말인지 여전히 하나도 모르지만  이해할  있다  고맙다고 연신 말하는 사이에  주인(대신 하우스 시팅 하는 아일랜드) 아저씨가 오더니 할머니를 노려보가라고 한다. 나는 아저씨한테 이웃 할머니인데 모르냐고 물었고 아저씨는 모른다고 했다. 할머니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가 없었다.  집이 아니기에  그랬고. 할머니는 아저씨에게 미안하다며 씁쓸한 뒷모습으로 급히 발걸음을 재촉하셨다. 나는 그저 고갯짓과 표정으로 배웅할 수밖에...아일랜드 아저씨는 가끔 수상한 사람들이 집을 기웃거리기에 확실히 해야 한다 했고 정말 그렇게 확실히 했다.

오늘 아침에   마주쳤을 뿐인데 이렇게 마음을 쓰셨을까 하며 쇼핑백을 열어본다. 6-7 정도가 입었을만한 보풀 달린 핑크색류의 옷들로 가득하다. 당연히 우리집 어린이는 관심이 일도 없고, 실제로 입힐 만한 옷도 없었지만 뭐랄까 마음 깊은 아래쪽에서 무언가 뜨뜻한게 올라왔다. 산책을 마치고  그는 들판에 할머니가 앉아있다 되게 슬퍼 보였다고 덧붙였다.

내가 아는   되는 포르투갈 단어  하필이면 

frio 골라가지고, 하필이면 그때 우리집 어린이는 왜 잠바를 입지 않고 있어가지고, 왜 하필이면 아일랜드 아저씨는 그때 와가지고, 할머니를 슬프게 만들었을까... 춥다고  말에 손녀  가방 한가득 들고   있는 마음이 얼마나 될까. 아무리 세상이 나쁘다 나쁘다 해도 아직은 이렇게 살만한 정이 남아있다는걸. 다시 한 번 양치는 할머니를 마주칠 수 있을까.                                             -포르투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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