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21, 2021
6대륙 중 4대륙에서 치과 진료를 경험한 사람은 너뿐이란 남편 말에 나는 신체 오복 중 하나가 심하게 결여된 사람이라 했다.
어렸을 때부터 치과라면 징글징글하다. 아마 내 치과 여정의 시작은 초등학교 3학년 신체검사 중 치아 부정교합이란 항목에 체크가 되면서부터 일 것이다
교정을 권유했고 그때 돈으로 300만 원 돈 정도라 했는데 겉보기엔 이상이 없고 너무 비싼 돈이라 안 하겠다고 말했다.( 나의 결정 부모님 결정 합쳐서)
후회하지만 이미 늦었다. 지금 나의 부정교합을 정교합으로 맞추기 위해선 교정만으로는 불가능하고 하악 수술 즉 턱뼈 일부를 잘라내고 다시 끼워 넣는 절차가 필요하다. 수술 비용은 2000만 원. 7배가 많아진 돈. 그리고 더욱더 높아진 부작용 확률.
그냥 있는 대로 살자. 하지만 이 부정교합은 원래도 약한 내 치아를 더 약하게 하는 느낌적인 느낌이다. 교합이 좋지 않으니 충치에 노출될 확률도 어떤 특정한 이가 힘을 상대적으로 더 받는 일도 많다.
내 나이 만 16살. 서울에 있는 치과는 좀 더 잘하겠지 하는 안도감으로 앞니 충치를 치료하러 갔다.
안타깝게도 충치가 가운데 앞니 2개에 걸쳐 있어서 두 개 모두 크라운을 해야 하는 상황. 그런데 더 문제는 앞니 두 개 옆에 이 2개가 덧니라 해야 하나 뭐라 해야 하나 아무튼 고르지가 못해 앞니 두 개만 크라운을 하기가 보기가 좋지 않을 거라 했다.
지금 같으면 심미 이딴 거 필요 없이 생이빨을 갈아내고 크라운을 씌우지 않았겠지만. 그때는 뭣도 모르고 그러자고 한 부모님도 그냥 그러자고 한 나도 지금에서야 너무 바보 같고 후회스럽다.
내 앞니 네 개가 진짜 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아주 자주 내 악몽의 주제가 되어 나타난다. 이가 몽땅 빠지는 꿈. 이를 혀로 미는데 투두둑 떨어지는 꿈. 내 악몽의 9할은 이가 빠지는 꿈이다. 주변의 사람들이 죽는다는 미신은 믿지 않으니 괜찮다. 그만큼 스트레스도 받고 두려움도 많이 몰려오는 부분이구나 생각해 본다.
몇 년 전인지도 모른 크라운 씌운 왼쪽 위 어금니는 이가 부식돼 톡 부러진 지 일 년이 넘었었고 임플란트를 해야 한다는 소식에 이리저리 미루다가 너무 자주 빠져서 뿌리까지 발치하고 이제 어디서 임플란트를 해야 하나 결정만 남았다.
치아가 엄청 건강한 내 남편은 정말 남처럼 나의 이 스트레스를 이해하지 못한다. 앞니도 아닌데 그냥 빠진 채로 놔두면 안 되냐는 방귀 같은 소리를 하길래. 이를 빠진 채 오래 두면 옆 치아들이 다 무너져서 잇몸까지 못쓰게 될 수 있다고 설명해 주니 그건 치과의사들이 돈을 벌려는 상술이라고 한다.
하... 상술이든 약술이든 나는 임플란트를 해야겠다. 마음 같아선 당연히 한국에서 하고 싶다. 한국의료 만만세!!
아무튼 임플란트 할 시간을 벌고 싶어서 공간 유지 장치 스플린트(나도 이번에 안 단어. 왜 잘 때 이 가는 사람들 못 갈 게 투명한 교정기 같은 거)도 맞추고 독일을 떠나왔다. 그곳에서의 치과 여정도 할 말이 많지만 그건 나중에.
큰 숙제 하나 끝낸 마음으로 왔는데 멕시코 온 지 3주째 아래 오른쪽 어금니가 아프다. 점점 심하게 아파진다.
미국에서 멕시코로 치과 원정을 많이 온다는 소리에 그나마 희망을 가졌는데.. 첫 번째 의사님. 영어를 일도 못하신다.
휴대폰으로 번역 돌려도 이미 굳게 닫힌 내 마음 열기에는 역부족. 엑스레이도 아주 흐릿하게 찍어놓고 원인을 알 수 없으니 그냥 연고 바르고 보낸다. 아마도 치아가 시리지 말라고 발라준 연고일 거라고 나중에 한국에 있는 친구 언니 남편 치과 의사님이랑 상의를 하며 맞춰진 정보이다.
두 번째 의사님은 영어가 된다는 리뷰를 보고 찾아갔는데 이에 크랙이 있다는 말만 해주고 자기 분야가 아니니 팀으로 일하는 다른 의사님에게 전화를 해준다고 너무 친절하게 대해준다.
그런데 문제는 자기 팀 닥터 그분 역시 영어를 못하신단다. 자기가 통역을 전화로 해준다고 하는데. 그때는 해야겠다 싶었다. 말이 통하니 너무 반가웠던 모양이다. 그런데 약속도 너무 늦게 잡히고 어떻게 치료할 것이라 그런 진단도 없고 나는 그 의사에게만 의지해야만 하는 상황이 몹시나 불편했다.
불편한 마음과 더욱더 죄어오는 통증. 하룻밤은 너무 아파서 진통제를 손을 더듬으며 찾는 내 모습에 너무 놀랐다. (아 이렇게 약에 중독되는구나 생각마저 들음)
아무튼 세 번째 의사님은 전화로 남편이 예약을 잡아줬는데 자기는 영어를 못하지만 다른 여의사가 영어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약속 시간 맞춰 갔는데 여의사가 못 왔단다... 우선 아프니까 자기가 확인해 본다 그런다.
그래서 나는 이미 두 명의 의사를 만났고 체크 비만 1000페소를 지불했지만 아무 솔루션이 없었다. 네가 또 내 입을 열어 체크하면 나는 돈을 내야 하니 하고 싶지 않고 영어가 되는 의사한테 갈 거다. 며 번역기로 대화했다.
자기가 영어는 안되지만 이미 많은 국제학생들 치료했고 돈은 받지 않을 테니 체크하게 해 달란다. 너무 아프니 어쩔 도리가 없어 입을 벌렸고 엑스레이를 보여줬다.
예전에 치료할 때 썼던 필링이 신경을 누르고 있다며 신경치료가 필요하다 그랬다. 와우 진단 빠른데? 근데 자기 분야가 아니란다.. 그 여의사님이 신경치료 전문이라고 약속을 잡아준다고 하는데 영 못 믿겠는 거다. 그래서 생각해 보고 전화한다니까 아니 아픈데 뭘 더 기다리냐고 신경치료만 여기서 하고 크라운은 한국 가서 해도 된다며 끈질기게 설득한다
한국 친구 의사에게 물어보고 전화하겠다고 하니. 전화를 기다리겠단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번역된 폰을 보여주는데 “봤니 어떻게 우리가 커뮤니케이션했는지?”라는 글과 함께 함박미소 짓는다. 하. 사람은 괜찮은 거 같은데. 이 사람이 신경 치료할 거 아니잖아.
아무튼 그 여의사님과 약속을 잡는데 영어가 음... 왓츠앱 프로파일 사진이 음... 별게 다 거슬린다. 그래도 우선은 잡아놓고 토, 일 을 정말 끙끙 앓았다. 그냥 이를 뽑고 싶었다. 이래서 앓던 이 뽑는다고 하는구나.
...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