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군분투미술관생존기>세번째이야기
전시해설은 관람객들이 전시를 보다 쉽고 재밌게 접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보조 프로그램이다. 필자 또한 새로운 전시나 관심 있는 전시회를 갈 때면 꼭 전시해설 시간을 참고하고 가는 편이다. 아는 작가의 전시일지라도, 전시해설을 듣고 있노라면 몰랐던 부분과 주목하지 않았던 점을 짚어줄 때가 있다. 전시해설사들은 많은 시간 작가와 작품에 대해 공부를 하기 때문에, 때론 전시를 기획한 이들보다도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전시 관람을 할 때에는 꼭 ‘전시해설’프로그램을 참고하시길 권한다.
전시해설사는 도슨트(Docent)라고 불리며, 도슨트는 Docere라는 단어로 ‘가르치다’라는 라틴어에서 그 어원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들은 가르쳐주고, 보여주고, 알려주는 일을 한다. 전시공간과 작가, 그리고 작품에 대한 설명을 조목조목 상세하게 짚어준다. 때론 참여 작가가 직접 들려준 이야기와 전시기획 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를 첨가한다. 도슨트가 생각하는 전시에 대한 의견을 곁들이기도 하며 이야기에 살을 붙여나간다. 전시기획자는 전시라는 나무의 뼈대를 갖추어 준다고 하면 전시해설사는 그 나무에 이파리를 붙여주고 꽃을 달아주는 역할을 한다. 더 풍성하고 다채로운 전시를 위해서는 전시해설사의 도움이 절실하다.
요즘은 대부분의 국 · 공립, 사립 미술관에서 ‘전시해설사 양성과정’이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일정 기간의 교육 커리큘럼을 이수한 자들에게 실제 기획 전시의 전시해설을 맡기는 식이다. 10대부터 70대까지 전시 성격과 기관의 성격에 따라 지원하는 이들의 연령대가 참 다양하다. 미술관이라는 기관과 전시에 대한 관심이 연령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뜻으로 생각된다.
전시기획자와 교육담당자의 진행 아래 전시해설사 양성과정이 시작되고, 마지막 수업에는 참여자들이 실제 시연을 해봄으로써 수업이 마무리된다. 일정의 교육과정을 마쳤을지라도 사실 실제 전시해설을 진행하기엔 역부족이다. 다양한 관람객들의 유형에 따라 즉각적으로 반응해야 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시해설을 원하는 관람객들은 정해진 기준이 없다. 교육수준, 나이, 성별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늘 준비가 되어있어야 자신감 있게 전시해설을 진행할 수 있다. 실례로 필자는 6살의 아이를 둔 젊은 어머니 단체를 상대로 전시해설을 진행한 적이 있다. 이런 상황일 때에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전시해설을 진행해야 하는지, 어머니들의 수준에 맞추어 진행해야 할지 난감한 적이 있다. 어떻게 진행하는 것이 적절한 방식일까? 사전에 어머니들에게 동의를 구한 뒤에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해설을 진행했다. 정답은 없지만, 즉각적으로 참여자들의 상태를 파악해 대처해야 함은 도슨트의 기본 자질이다.
전시해설사는 보통 자원봉사자의 성격을 띤다. 해야 하는 일이 전문적인 것에 비해 대우는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 참 가슴이 아프다. 물론 공공기관에서는 소정의 실비를 지급하지만 식사비 혹은 교통비 정도로 상당히 적은 양의 돈이다. 도슨트를 하나의 전문적인 직업으로 삼기에는 사실 수많은 학예직 업무 중 하나 정도로 취급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전시해설사 양성과정이 체계화되기 전에는 큐레이터가 직접 전시해설을 진행하는 경우가 태반이었고, 실제로 지금도 고위 관계자나 언론기관이 방문할 때에는 전시기획자가 직접 전시해설을 진행한다.
전시기획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도슨트가 있다는 것이 참으로 고맙다. 수고스러운 일들을 대신해주고 누구보다도 열심히 전시를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앞으로 도슨트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고 대우 또한 그에 걸맞게 개선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