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이 아줌마의 세상구경
평소에도 궁궐에 가긴 하지만 명절에도 자주 간다. 명절 연휴에 뚜벅이가 갈만한 곳이 마땅하지 않는데다 조선시대의 궁궐들이 시내 한복판에 서로 가까운 위치에 있기에 접근성이 좋기 때문이다. 게다가 입장료를 모두 낸다고 해도 다른 나라에 비하면 정말 저렴한 편인데, 심지어, 무료개방이라니! 이번에 간 곳은 창덕궁과 창경궁이고, 조선시대 5대 궁궐과 종묘는 예전에도 여러 번 방문했으므로 관람동선에 맞춰 구석구석 돌아볼 필요는 없고, 날씨도 너무 덥고 습도가 높아서 그냥 발길가는 데로 잠깐 둘러보았다.
창덕궁은 개별 건물 자체도 아름답지만 건물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만들어낸 선이 정말 일품이어서 이곳에 가면 건물 사이를 누비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이번에는 지난번 방문했을 때 건너뛰었던 궐내각사를 중심으로 돌아댜녔다.
뿐만 아니라 창문 혹은 문과 대문을 일직선에 놓아서 먼 곳의 정원까지도 끌어 들이는데, 개인적으로 이런 풍경을 정말 좋아해서 한참동안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이런 건 '창문 멍(?)'이라고 불러야 하나?
누군가에게는 각 건물의 명칭과 역사를 아는 것이 정말 중요할 터이나, 지금의 나에게는 궁궐 건물들의 전체적인 선의 아름다움이 훨씬 더 감동적으로 다가오고, 몇 백년 전,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갔던 그 길을 지금 내가 걷고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기만 했다.
창덕궁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낙선재! 비원과 창경궁으로 가는 길목에 있고, 규모가 큰 것도 아니고 단청이 없는데도 묵직한 무게감과 우아한 기품을 느낄 수 있다.
이제 창경궁으로 들어섰다. 창덕궁에서는 건물을 봤다면, 여기서는 아름다운 정원과 나무와 오솔길과 연못들을 보게 된다. 사실 둘러볼 건축물 자체가 그리 많지 않기도 하다. 일제가 건축물을 없애버리고 동물원을 만들었고, 그 이후에도 오랫동안 '창경원' 동물원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과거 70년대와 80년대에 다들 '창경원'에 호랑이 보러 갔으니까. 생각해보면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좀 더 걸어나오면 남아있는 궁궐 건물들과 그 너머로 현대의 빌딩들이 보인다. 남산타워도 미니어쳐 처럼 눈에 들어온다.
정종 태실비와 연못이다. 붉게 물든 성급한(?) 단풍잎도 있었다.
이번에는 매번 지나쳤던 대온실에도 들어갔는데 규모가 그리 큰 건 아니다.
아래는 창경궁에서 만날 수 있는 크고 굵고 희귀한 나무들과 정자와 궁궐 건물인데 이번에는 정문으로 들어온 게 아니라 창덕궁 쪽에서 들어오는 바람에 관람순서(?)가 거꾸로 되어버린 듯!
이때 쯤 되자 이른 아침에 낮게 드리웠던 구름이 걷히고 푸른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일기 예보를 봤기 때문에 느지막히 나와야 사진이 훨씬 이쁘게 나올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한낮에는 너무 더워서 돌아다니기 힘들기에 아쉽지만 그냥 일찍 나왔던 거다. 내심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