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대 싱글 아줌마의 즐거운 여행기
그동안 틈틈이 글을 써서 브런치에 올리다가 문득 드는 생각 - "블로그는 카테고리를 정할 수 있는데 브런치에서는 왜 안되지? 테마별로 글을 쓰면 좋겠는데". 검색을 해본 결과, 비슷한 주제의 글을 묶어 브런치북을 발행하면 된다고 해서, 가장 먼저 지난 3월 발칸반도 여행에 관한 글을 엮어본다.
여행의 발단은 나홀로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가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가장 먼저 찍은 여행지는 체코 프라하, 그곳에 베이스캠프를 두고 일주일 정도 머물면서 체스키크롬로프 등등 주변의 소도시 두어군데 다녀오고 싶었다. 운전도 못하는데다 젊은이들처럼 배낭매고 한 달이상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는 건 체력적으로 무리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주변에서 보내는 우려의 시선을 감안하고 처음 가는 지역은 패키지로 한번 쭉 훑어본 다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자유여행으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다음 순서는 여행사 고르기. 원래 여행지부터 정하는 게 맞지만 여행지들의 목록은 여행사마다 비슷하기 때문에 나의 조건과 맞는 여행사부터 찾아봤다. 패키지는 대부분 2인 기준이어서 나홀로 가려면 또다른 나홀로 여행자와 룸 조인을 하거나 객실 요금을 더 내야하므로 그 부분을 감안해서 3-4성급 호텔로 가는 여행상품을 골랐고, 이건 나에게 딱 맞는 조건이었다. 그 이유는 싱글 요금이 5성급의 절반이고, 식사를 그리 푸짐하게 주지 않기 때문이다. 다들 의아해한다. 왜? 식사가 부실해서 좋다니? 그렇지만 내게는 그게 맞는 조건이다. 조식은 카페라떼 1잔 + 요거트 듬뿍 + 크로와상 1개 정도가 적당하고, 그 외의 식사도 1/4인분이므로.
여행지는 발칸반도. 체코는 동유럽 상품에 들어있는 경우가 많은데, 왠지 발칸반도에 가고 싶었기 때문이고, 날짜는 겨울이 끝나갈 무렵 - 봄이 시작되는 사이인 3월 하순 정도로 정했다. 주변에서는 그때도 추울거라고 했지만 그래도 한겨울은 아니니까 괜찮지 않을까? 실제 가본 결과 내 예상이 맞았고, 오히려 눈이 쌓여 하얀 산 정상을 볼 수 있어서 더 이뻤다. 물론 날씨는 복불복이다. 분명히 좋은 날씨가 지속되는 계절에도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고 갑자기 추워지는 경우가 있으므로 날씨만큼은 하늘에 맡기고 가야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오십대 싱글 아줌마는 코로나 이후 첫번째 해외여행을 떠났고, 지금 브런치북 뱔행을 위해 글을 교정하며 포스팅한 사진을 보니, 운이 좋게도 행복한 여행을 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아무리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도 잘 둘러보면 감사할 일들이 깨알처럼 숨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