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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자그레브 <2>

혼자 가본 요정의 나라

by Stella

자그레브 이야기를 하나로 마무리 하려다가 두 편으로 나눈 이유는 크란의 호텔 츠레티나에 투숙한 다음날 이른 아침에 산책했던 아름다운 숲을 따로 소개하고 싶어서다. 새벽에 워낙 일찍 일어나 돌아다니기를 좋아하는 나 혼자 살짝 가본 곳이었다.


그 전날 투숙할 때 근처에도 올드타운이 있으니 잠시 다녀오는 게 좋다는 말을 들었다. 일행 중 몇몇은 저녁을 먹은 후에 다녀온 듯 했으나 체력이 방전된 나는 너무 피곤해서 정신을 차리기 힘든데다 비가 오길래 나가는 걸 포기하고 그냥 잤다. 하지만 새벽 도깨비인 마녀 아줌마답게 일찍 일어나 가방 정리까지 마쳐도 5시 30분 정도여서 잠깐 나가보기로 마음먹고 로비로 내려갔다. 전날 들었던 올드타운에 가보려고 호텔 직원에게 방향을 물었는데, 그 직원이 올드타운도 좋지만 정말 멋진 곳이 있다면서 너 이제 한국가면 여길 언제 오겠냐며 당장 꼭 가야한다고 난리도 아니었다. 아직 어둑어둑해서 조금 있다가 나가겠다고 했더니 이 부근은 아주 안전하니 지금 나가도 아무 문제 없다고 거의 내 등을 떠밀다시피 했다.


일단 올드타운으로 향했다. 호텔에서 천천히 걸어도 5분이 채 걸리지 않는 위치부터 올드타운이 시작되었다. 전날 내린 비 덕분에 하얀 안개가 예쁘게 내려앉았고, 그 사이로 새어나온 가스등의 노란 불빛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아름다왔다.

상점은 문을 닫았지만 간간히 사람들이 지나다녔고 예쁘고 아기자기한 소품들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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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쭉 걸어가다보면 우체국과 크고 둥근 우체통을 만나게 되고 거기서 왼쪽 길로 들어가 조금 걸으면 커다란 다리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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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저 다리를 건너지 말고 왼쪽 계단을 내려가야 하는데, 그만 길을 헷갈린 나머지 그냥 다리를 건너는 바람에 시간이 조금 지체하게 되었다. 아무리 가도 그냥 도시 풍경이고, 사람들에게 물어도 잘 모르길래 길을 잃을까봐 그냥 왔던 길로 돌아왔다. 다시 다리를 건너다 아래를 보니, 거기가 호텔 직원이 내게 말한 장소 같았고, 다리 끄트머리에서 계단을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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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요정의 나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아니, 세상에 이렇게 고요하고 아름다울 일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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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과 안개, 나무와 돌, 맑은 물과 공기가 어우러져 신비한 기운을 뿜어내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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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건너지 않고 제대로 왔다면 좀 더 돌아볼 수 있었겠지만 이 정도라도 본 게 어디냐 싶었다. 세상에, 도심의 호텔 바로 옆에 이런 곳이 있다니! 호텔 직원이 내 등을 떠다민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렇게 해준 게 너무나 고마왔다. 덕분에 약 한 시간의 산책을 마치고 돌아와 조식을 푸짐하게 먹었다. 최소한 내 기준으로는 너무 많이 먹은 듯! 결국에 귤은 그냥 주머니에 넣어가지고 와서 나중에 먹을 수 밖에 없었고, 이날 이후 나의 조식은 카페라떼 + 요거트 듬뿍 + 조그만 빵 한 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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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안 일이지만 첫날 호텔 조식이 이번 여행 일정 조식 중 가장 잘 나온 편에 속했다.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모두 대단히 푸짐하게 먹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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