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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 Mar 30. 2024

슬로베니아, 블레드

마녀 아줌마의 8박 9일 발칸여행

이번 여행은 같은 나라 국경을 여러번 넘게 되어 있다. 처음에는 이유를 몰랐지만 발칸반도 지도를 보니 그럴 수 밖에 없더라고. 크로아티아가 가장 길게 뻗어있고 나머지 나라들이 양 옆으로 달라붙은 모습인데, 우리는 자그레브에서 시작해서 길다란 지그재그 모양으로 관광지를 보며 남쪽으로 내려갔다가 가장 남쪽인 몬테네그로의 포드고라치 공항에서 떠나는 일정으로,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갈 필요가 없어서 좋았다.


먼저 슬로베니아의 블레드로 향했다. 원래 일정은 수도인 류블랴나에 먼저 가는 것이지만 블레드 성과 섬에 관광객이 몰리기 전, 일찍 가는 게 낫기 때문에 살짝 순서를 바꾼 듯 했다. 


이날 날씨도 거의 미친 수준으로 좋아서 모든 게 아름다왔다. 가장 먼저 갔던 블레드 성은 호수면에서 약 100미터 높이 절벽에 세워진 곳으로 아래쪽으로 보이는 멋진 전망이 펼쳐졌다. 아래 가운데 사진에서 볼 수 있듯, 현재는 결혼식장으로 인기가 많다고 했다.

성의 외관도 아기자기해서 아무데나 찍어도 화보가 나온다. 

내부는 박물관으로 꾸며놓았고, 내게는 전시품 보다는 건축물 자체에서 오는 울림이 더 컸다.

하지만 그 중 가장 최고는 블레드 성에서 조망한 블레드 섬으로, 맑은 하늘과 햇살 속에서 아름답게 반짝거리는 그곳에 마치 동화 속 예쁜 공주가 살고 있을 것 같다.

성 외부에는 카페도 있고 부속 건물도 있는데, 아래 왼쪽 사진 두 개는 일종의 기념 주화를 만들거나 기념품을 파는 곳이고, 그 옆에는 꿀과 잼 같은 특산품을 살 수 있는 상점이 있다. 가격도 괜찮고 크기도 작아서 기념품 혹은 선물용으로 사도 괜찮을 것 같더라. 

성을 둘러본 후 다시 호수로 나와 뱃사공이 젓는 작은 배를 타고 블레드 섬으로 들어갔다. 환경 오염을 막기 위해 모터 보트를 사용하지 않고, 노 젓는 배도 딱 27대만 있다고 했다. 뱃사공은 일종의 특권처럼 대대로 내려오는 직업인데 대단히 고소득자여서 일년에 절반은 해외 여행을 즐긴다고 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배에 타거나 내릴 때 두 명씩 짝을 지어 균형을 맞춰가며 드나들어야 하고, 운행 중에는 절대 엉덩이를 떼면 안된다! 배가 균형을 잃어서 뒤집히기 때문이다. 과거에 딱 한번, 한국 관광객이 사진을 찍겠다고 일어나는 바람에 뒤집어 진 적이 있었다고! 이번에도 어떤 분이 깜박하고 일어나서 배가 기울어졌지만 주변에서 얼른 주저 앉혀서 겨우 사고를 면했다는 거!!!


배를 타고 들어가는 내내, 눈물나도록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다.

배에서 내리면 가파르고 긴 99개의 계단이 우리를 맞이한다. 남자가 여자를 안고 이 계단을 끝까지 오르면 영원한 사랑을 누릴 수 있단다. 

이 섬에도 성당이 있지만 비수기인 동절기에는 문을 닫아 놓기에 들어가지 못했다. 우리는 섬 주변을 거닐며 사진도 찍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주변 풍경을 감상했다. 이제 눈이 녹기 시작하는 계절이어서 산 꼭대기만 하얗게 보였고, 눈이 녹아 강이나 호수로 흘러들기 때문에 수량이 풍부해져서 더욱 아름다왔다. 여름이 성수기이긴 하지만 건기여서 덥고 호수의 물도 확 줄어든다고 했다.

다시 배를 타고 돌아온 다음에도 여전히 아름다운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아래 오른편 사진이 바로 앞서 말한 노젓는 배의 모습이다. 

참고로 이곳에는 티토 대통령의 별장이 있는데 현재는 호텔로 사용되는 중이란다! 천천히 둘러본 후, 우리는 슬로베니아의 수도인 류블랴나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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