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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플리트비체

지상의 낙원 그 자체

by Stella

"플리트비체라고 쓰고 지상의 낙원이라 읽고 싶다!"


대부분 발칸반도 여행의 백미를 드브로브니크라고 꼽는 반면, 내게는 이곳 플리트비체가 이번 여행의 꽃이자 내 마음속의 원픽이다. 이곳에 있는 동안 얼마나 행복했는지!


플리트비체에는 크로아티아 최초의 국립공원이 있다. 이곳에는 짧게는 2-3시간, 길게는 6시간 넘는 트래킹 코스 네 개가 조성되어 있고, 그룹 투어 관광객들은 가장 짧은 코스를 택하여 주로 하부와 상부 호수를 보게 되지만, 하부에서 상부로 가려면 느림보 배를 타야 하고 그나마 동절기에는 한 시간에 한 대 밖에 운행하지 않기에 대부분 하부 호수만 본다고 했다. 그런데 동절기 끝무렵이라 지난 주부터 시간당 두 대로 늘어났고, 우리가 조금 일찍 도착한 덕분에 상부 호수까지 볼 수 있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상부 호수가 훨씬 멋있었다. 아, 감사해야할 일 또 하나 추가요! 게다가 날씨요정님까지 찬조출연을 해주셨다.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아래와 같은 장면이 보인다. 멋지기는 했지만 살짝 황량한 모습을 보면서 이래서 여긴 여름 성수기때 와야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차라리 한겨울에 왔다면 하얀 눈꽃이 핀 모습을 볼 수 있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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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건 그냥 기우에 불과했다. 우리가 내린 곳은 위쪽이고, 길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면서 보이는 호수의 모습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 어디서에서 본 적이 없는 맑은 청록색 물빛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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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렇게 아름다워도 되는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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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만하면 내 사진 안찍는 나도, 여기서는 인증샷을 찍을 수 밖에 없었다. 쏟아지는 물을 보면서 지금 이 계절에 와야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겨울 끝무렵이라 아직 하얀 모자를 쓰고 있는 산꼭대기를 제외하고 눈이 녹아 내리기 때문에 수량은 풍부해져서 물이 풍성하게 쏟아진다고 했다. 여름에 오면 초록초록 하긴 하지만 워낙 덥고 물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했다. 물론 사계절 마다 나름의 특색이 있을 것 같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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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걷다가 상부 호수로 가기 위해 선착장으로 향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상부 호수가 그렇게 아름다울 줄 상상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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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역시 자연보호를 위해 아주 천천히 작동하는 보트를 운행한다. 상부호수까지 약 25분 정도 걸렸는데 바람이 불어 조금 춥긴 했어도 주변 경관이 너무 아름다와서 그런 것쯤은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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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부호수는 하부보다 더 아름답고 볼거리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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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가장 폭이 넓은 폭포도 상부 호수에 있다. 눈이 녹는 계절이라 수량이 아주 많은 편이고, 여름에 오면 이렇게 많이 흐르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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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길을 걸어가며 행복하지 않을 방법이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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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트레킹을 마친 우리 일행은 다시 선착장으로 와서 배를 타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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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천국에 다녀온 기분이었다. 앞으로 일정 다 망해도 난 괜찮다고 생각할 정도로 플리트비체가 좋았고, 여기서 3박 4일 하면서 나머지 트랙킹 코스를 걷고 싶었다. 모든 게 순조로왔던 날, 이런 날은 내가 원한다고 와주는 게 아닌데, 이번 여행은 모두 감사할 일의 종합선물세트 같았다. 평온 그 자체, 행복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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