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소서에는 적을 수 없는 나의 성장과정

by 디주


내 유년시절은 늘 외로웠다.

기업에서 성장과정을 적으라고 하면 늘 직무와 연관된 나를 적었기 때문에 자소서안의 나는 도전력이 많은 아이지만, 아니다 사실은


부모님은 사업을 4번가량 하셨고, 족족 망하셨다.

이사를 5번이나 갔다. 왜 나한테 할머니가 자꾸만 이사를 하냐고 물었다. 그때는 몰랐다.


두 분이 같이 하셔서 나는 늘 언니랑 있거나 혼자였다.

나는 항상 집밥 대신 문구점에서 불량식품만 사 먹었고, 열쇠를 깜빡하고 안 가져간 날에는 부모님 혹은 언니가 오실 때까지 내리 계단에서 울고 있었다. 운이 좋게도 열쇠를 가져간 날은 집에 와서 하루 종일 게임만 했다.

이게 내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기억의 전부다.


친구관계를 배울 기회가 없어서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표현하는 게 늘 서툴렀다.

그래서 친구가 없었다. 맨날 언니랑만 얘기했고, 언니 놀 때 꾸역꾸역 따라가서 언니 친구들이랑 친구 했다.


외로웠다. 그래도 게임이 있으니까 좋았다.

언니가 놀아줘서 그때만큼은 잊을 수 있었다.



고학년이 되고, 부모님께서 우리 집에서 공부방을 하셨다. 그렇게 나는 내 방에서 나오지 못하고 갇혀 있어야 했다. 나는 더욱더 철저하게 혼자가 되었다.


그러던 도중 초등학교 6학년 때, 거의 처음 사귄 친구가 소위 인싸였고, 그 친구 덕분에 친구를 사귀는 방법을 처음 배웠다. 그 친구는 나를 좋아해 줬다.

그 친구는 특히 옷에 관심이 많아서 매일 나를 옷가게에 데려가서 코디해줬고, 추천해줬다.



이상하게도 하루 종일 집에서 이 옷 저 옷 입어보면 시간이 잘 갔다


그렇게 그 친구는 나에게 옷에 대해 눈을 뜨게 해 줬고,

무엇보다 외로움에서 꺼내 줬다.

그 이후로 패션업계를 꿈꾸기 시작했다.


이 과정이 자소서에는 적을 수 없는

나의 성장과정이자 지원동기이자 내가 평생 옷을 사랑하게 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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