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화, <유난한 도전 : 경계를 부수는 사람들, 토스팀 이야기>
비바리퍼블리카의 건국설화 같은 책이었으나, 읽으면서 토스가 지금까지 내뎌온 이야기 같은 역사가 실제 한 사람 한 사람의 끝없는 헌신과 열정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사실에 벙찌게 되었다. 실명이 거론된 한 사람 한 사람의 탁월함, 실패, 다시 일어섬, 내려놓음 속에서 토스는 나아가고 있구나.
토스에서는 자신의 가족이나 개인의 목표를 뒤로하고, 회사의 비전과 얼라인되는 목표만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건 대표인 이승건에게도 예외가 없다. 일에 미친 사람들이 미친 속도로 결과물을 내고 실패하고 다시 내고 다시 실패한다.
그런 것에 비하면 나는 설렁설렁 일하는 게 아닌지 고민하게 된다. 적당히 일하고 아주 잘하고 싶은 욕심을 내고 있는 건 아닐까? 유행하는 드라마를 모두 챙겨보면서, 연애와 친구와 취미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업무적 탁월함을 바라는 것은 기만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콧물 찔찔 나는 콧구멍 양쪽에 휴지를 꽂고선 하는 게 우습다. 날이 갑자기 추워진 탓도 있겠지만 며칠 야근하며 일일 하며 살았더니 금세 또 면역력이 바닥났는지 덜컥 콧물쟁이가 되어버린 것.
얼마 전 평가리뷰 세션에서 팀장님은 내게 혼자서 다 책임지려고 너무 아등바등하지 말고, 140%를 갈아넣어서 해야 하는 일은 ‘할 수 없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함께 일할 사람을, 혹은 일정을 더 달라고 말해야 한다고. ‘갈아넣으면 되겠는데?‘ 싶은 걸 다 된다고 말하면 몸이 축나고 그러다가 일도 다 퍼진다고. 그런 직원이야말로 팀의 리스크가 된다고.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설령 좀 못 해도 어떠냐고 말하는 팀장님 앞에서 할 말이 없었다. 조직개편을 앞두고 ‘잘해야 한다’는 마음이 목끝까지 차올라 웃음기를 잃어버린 모습을 안타까워하신 걸테다. 와중에 내가 더 건강했더라면, 스트레스를 더 잘 다루는 사람이었다면, 생각하는 나를 보며 스스로도 진짜 어지간하다 생각했다.
와중에 끝없는 성장가도를 달리시는 다른 선배는, 자기라면 갈아넣겠다고 말했다. 성장의 모멘텀은 갈아넣는 그 시기에서 나오는 거라고. 힘들어도 그렇게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부쩍 성장하여 다른 이들과 업무적 격차를 벌려 놓은 스스로를 볼 수 있을 거라고도.
매주, 건강을 챙기며 삶을 사랑하며 일도 적당히 하자는 마음과, 무슨 대가를 주고서라도 일을 아주아주 잘하고 싶다는 마음을 오간다. 토스를 키워온 창립 멤버들도 어느 순간 회사가 이제는 나 없이도 잘 돌아갈 것 같아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번아웃이 와서 하나 둘씩 회사를 떠나간다.
건강한 밸런스를 맞출 수 있는 날이 올까. 다가올 시간은 알 수 없지만 그러리라고 믿어 본다. 어차피 무엇이 옳은지 (옳은 것이 있기나 한진 모르겠지만) 가보기 전에 알 수 없는 거라면, 지금 내 마음을 이끄는 방향으로 매일 결정하고 살아 보자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