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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파리 Nov 14. 2021

바르셀로나에는 가우디 건축만 있는 게 아니더라-2

스페인 바르셀로나

혼자 억울해하며 다녔던 바르셀로나 여행 프롤로그와 

1번 구역을 다녀온 이야기는 1편에 풀어놓았고

이번에는 2번 구역 이야기이다.


1. Ciutadella Vila Olimpica역 부근

2. Foum역 부근

3. Glories역 부근




2. Foum역 부근


애초에 바르셀로나의 현대 건축물을 지하철역 중심으로 소개한 책을 보고 계획한 일정이라

찾아가기는 무척 쉬웠다.

지하철 노란색선의 El Maresme/ Foum역에 내리면 2번 구역이 나오는데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곳에는 무언가 크게 개발된 지역이 있었다.


바르셀로나가 1992년 올림픽 이후에 관광 컨벤션 도시로 거듭나기 위하여

2004년 5월부터 9월까지 <포럼 바르셀로나 2004>라는 문화포럼을 개최하였는데

그 이벤트를 위해서 정수장과 하천, 공장 등으로 낙후되어 있던 이 북동부 해안지역을

약 5천억 원 투입해서 컨벤션 센터, 광장, 공원, 콘서트홀, 부두 그리고 포룸 빌딩 등을 새로 건립하는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고 한다. 

그 지역의 이름이 바로 이 포럼 지구!  


아래 사진은 아마도 포럼 행사 당시의 사진인 것 같다.

그 아래 배치도에 새로 조성된 구역이 컬러로 잘 표현되어 있고!





나는 이 구역의 Parc del Fòrum에서 대표적인 건물인 Edifici Forum을 보러 간 것이었다.

구글 지도상에 정확히 삼각형으로 보이는 저 건물!!!




지하철 El Maresme/ Foum역에서 내려 조금만 걸으면 이 모습이 제일 먼저 보인다. 

파란색 건물을 보러 간 것이었으나 내 눈을 사로잡은 건 저 화이트하고 섹시한 이름 모를 빌딩이었다.


한쪽이 긴 마름모꼴 형태의 건물이었는데 이 모습이 어찌나 섹시해 보이던지!!!

날카로운 모서리 방향이 도로 쪽을 향하고 있어서 건물 진입부에서 이렇게나 섹시하게 보인다는...


암튼 궁금하지만 이 아이는 나중에 다시 보기로 하자~~~!





그래서 일단 보기로 한 건축물부터!!!

이 건축물은

MUSEU BLAU (=Blue Museum) 

...가 별칭인 것 같고

Edifici Forum (=Forum Building)

 ...이 정식 명칭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주요 시설이 

바르셀로나 자연과학박물관이라서 

Museu de Ciències Naturals de Barcelona

이라고 칭하는 것 같다.


솔직히 난 검색해서 알 수밖에 없으니 이름이 하도 많아서 뭐가 맞는 건지 잘 모르겠다ㅎㅎ


아무튼 저 블루 색상의 건물 설계는 그 이름도 유명한

Herzog & de Meuron



이때 헤르조그 설계의 건물을 실제로는 처음 본 것이었는데 

어...... 보자마자 뭔가 내 취향 같은 느낌?!^^


이 박물관은 매우 큰 삼각형 평면을 가진 매스로 뒤쪽으로 갈수록 대지가 점점 높아져 앞쪽의 매스는 자연스럽게 떠있어 보이는 그런 형태의 매스였다.

삼각형의 단일한 매스의 규모가 상당해서 떠 있는 부분도 큰 규모를 자랑했고 그 매스 안쪽에 들어가 있으면 압도감이 상당했다.

이 진입부에서의 느낌이 굉장히 새로웠던 건물이다.


왼쪽 사진 출처 : 바르셀로나 자연과학박물관 홈페이지


상큼한 블루 색상의 외벽은 알갱이가 큰 스터코 느낌의 거친 마감재였고

들려 올려진 매스의 천장은 매끈한 스테인리스 스틸의 금속이어서 두 재료의 대비가 흥미로웠다.




스테인리스 스틸의 천장면은 점박이 같은 독특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군데군데 쥐가 파먹은 듯한 다각형 모양의 보이드는 거대한 매스에 하늘과 빛을 유입하는 틈을 만들고 있었다. 나에겐 이 틈이 재미나 보였다.

엄청나게 큰 치즈 조각에 구멍이 송송 뚫려 있는 느낌이랄까!^^




저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출입구가 있을 것 같았는데 보시다시피 지나다니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고 쓰레기와 나뭇잎만 굴러 다니고 있어서 가까이 가 보기가 조금 꺼려졌다.

다음 일정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이기도 했지만 내부까지는 아니어도 좀 더 안쪽까지 들어가 볼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다각형의 틈은 안쪽에서 그 역할을 더 잘하고 있었고 중간중간 면을 쪼개고 있는 유리가 하늘을 비추며 거칠고 단조로운 외벽을 다채롭게 만들고 있었다.



가까이에서 본 외벽 마감의 거친 알갱이


이처럼 헤르조그 설계의 작품들은 왠지 내 취향일 것 같았던 첫 만남의 직감이 이후에도 계속 맞아떨어졌다.

그들의 작품을 볼 때면 항상 무언가에 빠져들어 매료되곤 했었는데 나는 그 이유가 궁금하곤 했다.

구체적으로 그 이유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에게 그 이유는 "재료와 디테일"이었던 것 같다.

어쩌면 내가 건물을 보는 다양한 분석능력이 없어서 직관적인 요소인 재료에 눈이 가는 건지 모르겠다.

 

어떤 건물들은 실제로 직접 가서 보면 사진보다 못해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헤르조그 설계의 건물들은 나를 실망시켰던 적이 없고 실제의 모습이 사진보다 늘 더 좋았다.

각 작품마다 재료를 다양하게 잘 써서 그 다양한 재료를 보는 맛도 있지만 

한 건물 안에서의 조합과 대비도 훌륭해서 더 보는 맛이 있고

거기서 또 끝이었으면 고만고만했을 텐데(?)

쓰이고 있는 재료의 특성들이 각각 너무 잘 살아 있음은 물론이고 

그것들이 만날 때의 디테일이 바로 건물의 품격을 높여주는 것 같았다. 

실제로 보았을 때 모습이 더 좋아 보이는 것도 그 덕분인 것 같고!


"그렇지 역시 뭔가 만날 때는 서로 자~~~ 알 만나야지!"


지붕과 벽이 만날 때

하늘과 천장이 만날 때

기둥과 보가 만날 때

서로 다른 재료와 재료가 만날 때

모든 OO과 OO이 만날 때

아무튼 서로 자~~~ 알 만나야지!


이 만남의 처리를 잘해서 이런 살아있는 디테일 하나하나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왠지 모를 충만함과 매력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다.


어쨌든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헤르조그의 건물들은 재료 공부하기 참 좋은 작품들인 것 같다.




박물관 건물을 보고 포럼 지역인 주변을 둘러보았다. 우측에 계획적으로 지은 듯한 컨벤션센터, 호텔, 사무소들이 있었고 바닷가 쪽으로는 휴게공간과 커다란 태양광 발전 시스템들이 있었다.

그렇다.

늘 이렇다. 

이 썰렁함을 어쩌냐...

이벤트로 뭔가 활성화해보려고 조성한 지역들이 활발하게 잘 사용되고 있는 건 거의 본 적이 없다.

내가 가 본 지역 중에 여전히 활발하게 사람들이 많았던 곳은 리스본 엑스포지구뿐이었던 것 같다.





포럼 지역을 한 바퀴 돌고 건물 뒤쪽에서 다시 돌아가 본다.

아까 보았던 그 섹시한 빌딩이 보인다.


Torre de ZeroZero...Edifici de Telefonica

통신사 건물이라고 한다.

설계...EMBA


아래 평면을 보면 저렇게 한쪽 변이 긴 마름모꼴 형태이며 뾰족한 쪽이 도로 진입부에 면해 있다.

출처 : 아키데일리

그래서 뒤쪽에서의 모습은 아까 도로변에서 진입하며 본모습이랑 사뭇 다르다. 다른 건물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뭉툭해 보인다. 이게 뭔 일 이래...



가까이서 보니 외벽은 전부 커튼월로 유리는 실크스크린 되어 있는 Fritted Glass 인 것 같고

그 바깥쪽에 나뭇가지 모양의 루버가 얼기설기 덮여 있는데 정면에서 본 것보다는 아래에서 올려다본 모습이 더 낫다. 어차피 사무소 건물이라 들어가 볼 수는 없고 한번 쓱 올려다보고 말았으나 어디로 보아도 역시 처음에 보았던 도로 쪽에서의 모습이 훨씬 더 매력적이다.



두 건물이 겹쳐 보이는 이 구도는 신선했다.

옆면이 안 느껴지는 통신사 건물은 마치 하나의 면처럼 보였고

박물관 건물은 거대한 켄틸레버를 보는 듯했다.

museu blau 가 돋보이는 이 장면을 눈에 담고 나는 3구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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