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질의 음식으로 채워진 도시락
식사를 하고 나면,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졸린 적이 많다. 특히 점심은 커피를 마시면서 버티는 수준이었고, 저녁엔 과식으로 늘 소화를 시키기도 전에 잠자리로 향했다. 소화를 시키기 위해 혈액이 위장으로 몰리면서 뇌로 가는 혈액이 줄어들고, 집중력 저하와 졸음이 오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음식의 양과 상관없이 식재료를 바꾼 이 후 지난날의 식습관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배가 고프지 않아도 식사시간이 되면 의무적으로 먹었던 날, 영양소 신경 안 쓰고 배만 채웠던 날의 연속.
난 차려진 밥보다 빵과 떡을 좋아했다. 반찬도 필요 없고, 크림이 가득한 빵과 아메리카노를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떡도 너무 좋아해서 출근할 때, 일찍 집을 나와 유명한 방앗간을 들러 다 먹지도 못할 떡을 종류별로 구매해 먹었다.
식사시간과 상관없이 간식으로 먹었고, 공복시간이 없을 정도로 앉아서 무의식적으로 먹었다.
점점 집중력도 떨어지고, 기분도 늘 좋았다 나쁜 기복이 심해졌고, 무기력해지면서 피부는 늘 푸석해 온몸이 간지러웠다. 나이가 들수록 음식이 나에게 주는 영향이 이렇게 큰 줄 몰랐다. 몸이 아프니 병원을 찾게 되고, 원인 없는 병에 의사는 늘 '밀가루와 커피를 줄이세요'라는 말만 반복한다.
온몸이 아파 깊은 잠도 못 자고,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힘들어졌다. 늘 소화불량에 감정기복도 심해져 하루가 나에겐 피곤함 자체였다.
살이 쪄서 그런 걸까... 운동을 안 해서 그런 걸까....
이 무기력하고 에너지가 방전된 저질 체력을 어떻게 해야 될까? 하루에 2끼만 먹는데도 살은 왜 안 빠지는 걸까... 이때 2끼는 아침은 거르고, 점심은 회사에서 일반식으로 저녁에 배달음식.
대부분 고칼로리의 음식이다.
다이어트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싸다닌 도시락이 이젠, 건강한 도시락으로 변신했다.
하루 중 나를 위한 도시락을 싸는데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 주말마다 고구마, 연근, 당근과 브로콜리는 데치거나 쪄서 소분해 두고, 생으로 먹어도 되는 콜라비와 비트, 오이도 도시락 싸기 편하게 소분해 둔다.
"뭘 이렇게까지 싸다니세요?"
"이렇게 먹고 배 불러요?"
"건강하게 먹으니 보기 좋은데, 귀찮아서 어떻게 싸요?"
"식재료 다 어떻게 싸요? 귀찮지 않아요?"
"이렇게 오랫동안 도시락을 싸 다녀요. 대단하시네요"
수많은 질문들, 비슷한 질문들...
이렇게 먹는 게 내 몸이 건강한 게 확실한데, 내가 이상한 기분이다.
도시락 싸다니는 게 이상하고 대단한 건지 몰라도 나의 여유로움이 생기고, 몸에 튼살도 사라지며, 무엇보다 피부에 윤기가 생겼다. 음식을 바꾸고, 규칙적인 식사시간을 지킨 후부터는 소화불량이 뭔지, 식사를 하고 졸림 현상이 사라졌다. 도시락에 있는 식재료들은 천천히 씹어서 먹어야 하는 채소위주라서 소화가 잘 되면서도 포만감이 오래가기 때문에 간식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든다.
어제와 오늘 비슷하면서도 다른 도시락.
어제의 아침 : 삶은 달걀, 그릭요거트, 고구마, 파프리카, 콜라비, 비트, 오이, 당근, 참외, 블루베리, 견과류
오늘의 아침 : 삶은 달걀, 그릭요거트, 고구마, 파프리카, 양배추, 오이, 당근, 참외, 사과, 블루베리, 견과류
어제의 점심 : 플레인 닭가슴살 소시지, 고구마, 참외, 콜라비, 파프리카, 사과, 당근, 블루베리, 견과류
오늘의 점심 : 훈제맛 닭가슴살 소시지, 고구마, 오이, 비트, 파프리카, 콜라비, 사과, 참외, 당근, 견과류
어제의 저녁 : 두부+달래장, 고구마, 오이, 당근, 양배추, 비트, 견과류
오늘의 저녁 : 두부+달래장, 고구마, 콜라비, 당근, 파프리카, 오이, 견과류
그리고, 위에 은은한 소나무 향이 나는 허브딜로 장식을 올려 내가 먹는 도시락이지만, 푸짐하면서도 예쁘게 담았다. 맛도 중요하지만, 시각적인 효과는 기분도 좋아지면서 음식 섭취량에도 많은 영향을 준다.
다이어트란 식단(食單)이라는 뜻의 영어 어휘이다. 특정 목적을 위해 정해 놓은 식사 계획.
체중감량으로만 인식되어 있지만, 사실 내장지방을 줄여야 하는 '체지방 감량'이 진짜 목적이고, 신체의 영양과 칼로리 조절까지 다이어트이다. 단순히 살을 뺀다는 목적만 가지면 음식에 대한 즐거움이 사라지기 마련이다. 가책을 느끼고, 살이 찌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자신을 비난하는 마음으로 음식을 먹는다면 몸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영양소 있는 음식을 섭취하면서 즐기며 먹는 것이 다이어트에 도움 되고, 기분 좋은 포만감으로 하루가 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