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것부터 변한지도 모르게
모든 일이 힘겨울 때가 있다.
흔들리는 감정에 무너지고,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하루와 영혼 없는 대화, 메말라가는 인간관계 속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날, 남들과 비교되는 세상 속 나의 위치, 무언가를 이루는 방법에 두려움이 커져 버티는 쪽에 익숙해져 가는 나의 모습...
나이가 들수록 우울함이 더해지고, 무기력함, 차려먹는 것도 귀찮아 배달음식으로 끼니를 때우거나 간단하게 영양가 없는 가공식품으로 때우는 일이 반복될수록 부정적인 기운이 나를 감싸는 것을 느꼈다.
'건강하게 나이가 들고 싶다'는 의지가 컸던 것 같다.
코로나 이후 늘어난 체중을 줄이고 싶어 PT를 끊고, 음식조절을 시작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운동과 가공식품을 줄이고 채소와 과일을 늘리면서 식단 도시락을 싸다닌 지도 3년이 다되어간다.
아침은 떡이나 빵과 시리얼 먹는 습관부터 고쳐나가기 시작했다. 몇 시에 무엇을 먹었는지 규칙적인 식사습관을 사진으로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다.
출근길에 사 온 커피와 크로와상 또는 베이글&크림치즈, 우유에 시리얼로 먹는 것을
고구마, 삶은 달걀과 견과류로 바꾸었다. 과일이 있으면 과일도 추가하고, 그릭요거트도 추가하다 보니 빵으로 먹던 습관이 아침을 건강하게 챙겨 먹는 습관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아침에는 피곤해서 커피를 마셔도 피곤함이 사라지지 않았는데, 집중도가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따뜻한 아메리카노에 행복을 , 달달한 고구마에 빵보다 만족감을, 삶은 달걀에서 포만감을 느끼면서 도시락통에 과일을 담기 시작했다.
점심은 사내식당이 있어서 흰쌀밥에서 현미밥으로 바꾸고, 국물을 줄이면서 먹다가 나의 방식대로 점심도시락도 싸다니기 시작했다. 빵을 좋아하던 습관을 끊어낼 수 없었다. 무작정 참기보다 크림이 없는 빵, 통밀빵으로 바꾸고, 먹고 싶을 땐 맛있게 먹되 양을 조절할 수 있도록 포만감 있게 먹을 닭가슴살과 채소를 먼저 먹고 빵을 마지막에 먹었다. 디저트로 먹던 빵을 식사대용으로 먹다 보면, 신기하게 달달한 도넛이나 케이크 생각이 나지 않는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
저녁은 혼자 식사할 때 대충 먹는 습관, 늦은 시간에 먹는 습관부터 고쳐나가기 시작했다.
국과 반찬이 있어야 된다는 생각에 귀찮아서 저녁은 퇴근길에 묶음으로 판매하는 떡을 사 와 서 있는 자리에서 두 팩을 먹었다. 반찬이 없어도 되고, 떡만으로도 쫄깃한 식감으로 옷도 갈아입지 않고, 서서 꿀떡과 절편을 다 비운 나 자신을 보고 놀란적이 있다. 분식집에 들러 떡볶이 1인분과 튀김, 라면까지 주문해 배가 불러도 혼자 다 먹고, 왜 이렇게 식탐이 생겼지 하고 놀랐던... 기억
그래서 식사시간을 앞당기기 위해 저녁 도시락이 추가되었다.
퇴근 전에 식사를 마치고, 늦은 시간에 먹던 습관 때문에 집에 도착해서도 먹을 음식을 찾았다. 저녁은 야식을 먹고, 맥주 한 캔 마시던 습관을 고치는데 노력이 필요했다. 늦은 저녁식사는 수면에도 방해가 되었고, 다음 날 아침까지 영향을 주면서 하루를 망치게 되는 원인이 되었기에 다이어트 때문에 적게 먹기보다 포만감이 오래갈 수 있는 채소 위주로 담았다.
퇴근을 하고, 무심코 바라본 하늘에 이렇게 푸른지 새삼 느끼게 되는 순간, 알람 없이 눈 뜨자마자 햇빛이 들어오는 광경, 출근 전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여유롭게 마실 수 있음에 미소가 나오는 순간들이 모인다.
어떤 행동을 습관으로 굳히기 위해선 행동을 끝없이 반복해야 하고, 습관이 만들어지는 기간은 사람마다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몇 달이 걸리기도 한다. 행동을 반복하기 위해선 근성과 인내심도 필요하지만, 즐거움 없이는 행동을 지속하기 힘들다. 난, 도시락에 기존에 알고 있던 채소가 알록달록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사각형 안에 담는 것이 즐거웠다. 일이 힘들고, 지쳐도 퇴근 후에 도시락을 싸면서 힐링을 하고, 내가 직접 먹을 것을 골라 입 안으로 넣는 행위를 행복하게 느껴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었다.
사소하게 시작했지만, 나에겐 많은 변화를 준 음식.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음식을 바꾸면서 긍정적인 에너지가 쌓여가고,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행복감을 느끼는 순간이 쌓이면서 만나는 사람도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