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먹고 졸림은 당연한 게 아니었다
점심시간에 밥을 먹고 나면 졸음이 쏟아져서 고개를 꾸벅꾸벅하는 일이 잦아졌다. 어떤 날은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눈이 감겨 일의 집중도가 떨어졌다.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시간이 길어 피곤함이 누적되어 그런 거라고 생각하며 졸리면 커피와 비타민으로 버텼다.
그나마 아침은 잘 버텼지만, 점심을 먹고 나면 졸린 채로 하루 중 제일 힘든 시간을 보냈다. 아메리카노를 3잔씩 마시길 반복하니 면역이 생겨버려 커피도 말을 듣지 않았다. 졸림을 방지하려고 달달한 마카롱과 초콜릿 등 간식을 먹고, 일을 하기 시작했더니 나도 모르게 뱃살과 하체 부분이 지방으로 덮여 걷는 것도 힘들어졌다. 걷는 자세는 물론 계단 오르고 내리는 것도 지치기 시작했다.
식사 후에 졸린 현상이 당연한 게 아님을 식습관을 바꾸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탄수화물을 좋아해 식사를 하고, 디저트로 빵을 먹던 습관이 나를 졸리게 한 원인인 줄 너무 늦게 알게 된 것이다.
누구나 식곤증 경험을 했을 것이다. 대부분 식후 30분 정도는 졸음이 쏟아지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밥 먹고 1~2시간 정도가 지났는데도 식곤증이 심하여 불편한 상황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당뇨, 임신, 수면부족이 아닌 경우 고탄수화물 섭취로 인해 졸린 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몸의 활동을 위해 음식물을 섭취해서 영양분을 얻고, 소화시키기 위해 몸 안의 혈액이 위장으로 몰리게 되며 뇌로 가는 혈액이 줄어들면서 집중력이 저하되면서 나른해지는 것이다.
배부르면 졸리는 게 당연한 걸까?
든든하게 먹어도 졸릴까?
봄이라 졸린 걸까?
어제 충분히 잔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몸이 말을 안 듣는 거지?
점심에 먹었던 음식을 바꾸고, 알게 되었다.
씹는 채소와 단백질을 먼저 먹고, 탄수화물을 맨 마지막에 먹으니 배가 불러도 기분 나쁘지 않고, 졸리는 현상도 없다는 사실을..
점심엔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려고 노력한다.
시중에 닭가슴살이 여러 가지 맛으로 판매되기 때문에 질리지 않도록 매일 다르게 도시락에 식재료를 담는다. 주로 씹는 횟수가 많은 채소와 과일 위주로 담고, 씹는 시간이 많을수록 포만감이 빨리 오면서 오랫동안 지속됨을 몸으로 체험하고 있다.
탄수화물을 무조건 줄인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몸의 활동을 도와주는 필수에너지이기 때문에 꼭 필요하면서도 많이 먹으면 체방으로 변하는 이중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 체중감량을 위해 적게 먹으면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는 있지만, 음식을 조금만 섭취해도 요요현상이 오기 때문에 건강한 탄수화물을 섭취해야 된다.
체중감량으로만 목적을 두고 영양성분, 칼로리를 계산하면서 음식을 섭취하기보다 평생 해야 되는 내 몸의 친구라고 생각하고 건강하게 먹으려고 한다. 처음엔 도시락 싸는 시간도 아깝고, 귀찮아 사 먹다가 하루 중 나를 위해 소비하는 시간이 얼마일까... 를 생각한 적이 있다.
경제적인 활동을 위해 회사에 12시간을 소비한다. 출퇴근으로 길에 시간을 버리고, 업무를 하느라 나를 돌볼 시간도 없다가 나를 위해 정성스럽게 싼 도시락을 보면 힐링이 된다. 그동안 빵과 떡, 디저트로 빨리 먹고 일했던 습관에서 건강하게 챙겨 먹고, 도시락을 싸고, 식사시간엔 온전히 나를 위해 시간을 투자한다. 이 시간이 쌓이다 보니 하루를 알차게 보낸 것 같고, 힘들고 지쳐도 오늘 하루는 건강하게 먹었으니 힘내자는 생각으로 가득 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