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주간 달리기 하면서 일부러 음악을 안 들었는데 오늘 새벽 이어폰을 끼고 나갔다가 20대 때 기억이 났다.
20대 때도 할 줄 아는 운동은 달리기 뿐이었던 단순한 나는 매일 음악을 들으면서 한 시간씩 뛰었었다. 힘든 줄도 모르고 투잡을 병행하면서도 달리기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시간이 주는 순수한 기쁨에 있었다. 이틀 연속 기적같이 7시간 수면기록을 찍어서, 야심 차게 음악을 듣고 달려보았다.
우아. 도파민 한 달 치가 다 쏟아져 나온 것 같았다. 이렇게 뛰어야 2킬로만 뛰어도 땀이 나는 거구나.
8킬로를 뛰었는데 집에 돌아온 시간은 오히려 더 빨랐다. 음악의 힘을 느꼈다.
한 달 전에 저혈압용 순환기계 치료제를 처방받아온 인간 같지는 않았다. 심박수 160 넘어도 그냥 뛰었다.
그래픽 노블 작업을 수작업으로 하느라 몇 시간씩 서서 그릴 때도 많은데 그때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두면 평소보다 훨씬 빨라진다. 달리기도 그런가 보다. 나이가 들면 새로운 음악을 듣지 않는 게 한 가지 사인이라고 하는데, 다행히 나는 새로운 음악을 아직 듣고 있다. 무슨 음악인지는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