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당무의 어린 시절 이야기(2)
나나 할머니가 갑지기 입원하는 바람에 잠시 엄마의 ‘새집’에서 지내게 됐다.
엄마: "얘들아. 복잡할 것 없어. 엄마 집이 하나 더 생긴 거다, 그렇게 생각하면 돼."
동생: “언니. 우린 집이 하나 더 생긴 거네. ”
홍당무: " ……."
펌킨: "우리 부자다! 신난다!"
엄마: "여보세요. 응, 언제?"
펌킨: “엄마. 왜 그래?”
홍당무: …….
엄마: “할머니가 돌아가셨단다.”
내가 울 때면 항상 안아 주셨는데,
이제 나나 할머니는 더 이상 내 곁에 없다.
어른이 되어도 엄마의 죽음은 무서운 일일까?
엄마는 여섯 살인 나만큼이나 무서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엄마: “나는 이제 혼자야……. 아무도 남지 않았어, 아무도 남지 않았어.”
엄마를 위로해 주고 싶었다.
나는 들썩이는 엄마의 등을 안고 계속 속삭였다.
홍당무: “엄마. 울지 말아요.
내가 있어요.
무서워하지 말아요. 내가 엄마를 지켜줄게요.”
할머니의 장례식 날, 엄마는 우리 손톱을 무지개색으로 칠했다.
우리를 피에로처럼 장식해서 장례식장에 데려갔다.
펌킨:“무지개다! 엄마, 예뻐!!”
우리 둘을 세워 두고 계속 사진을 찍었다.
엄마 기분이 좀 나아진 것 같아서 어린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엄마: “자, 얘들아. 웃어 봐. 너무 예쁘구나.”
홍당무: “싫어, 우웨웨웨.
펌킨: "우린 괴물이다. 우케케케”
엄마는 아빠를 화나게 하고 싶었던 걸까?
그렇다면 대성공이었다.
아빠: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니? 누가 장례식장에 이러고 오니. 철없는 것들!”
아빠는 불같이 화를 냈다. 내 손톱을 급히 벅벅 문질러서 손끝에서 피가 났다.
하지만 나는 아빠가 무서워서 아프다는 말조차 하지 못했다.
우리는 장례식 내내 벽 앞에 서서 한참을 울었다.
친척들이 우리를 위로하려는 건지, 계속 아는 척을 하고 쓸데없는 말을 보탰다.
짜증 나는 친척들, 말이나 그만 걸었으면.
우리도 남 앞에서 우는 얼굴을 보여 주고 싶지 않았다.
나나 할머니라면 손가락에 밴드도 붙여 주고, 안아 주었을 텐데.
더 이상 아무도 나를 그렇게 다정하게 안아 주지 않았다.
나나 할머니의 장례식장은 여러 가지 냄새로 가득 차 있었다.
양초 심지가 까맣게 타서 나는 매캐한 냄새.
장례식장을 장식한 백합에서 나는 짙고 묵직한, 괴상한 냄새.
손가락 끝에 맺힌 핏물을 빨 때 나던 비릿한 쇳내.
동생 뺨으로 흘러 하얗게 마른 짭짤한 눈물 냄새.
나나 할머니의 죽음은 나에게 그런 냄새로 기억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