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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수빛날희 Apr 09. 2022

이기적인 동료

부끄러움을 배운다.

 직장이라는 정글 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가고 싶은 길을 가기위해서는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했다. 내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 오는 질책에서의 감정소모는 오로지 내 몫이었기에 무너지는 감정이 무서워 더 독기를 든다. 누군가 내 바운더리를 넘는다 싶으면 바로 선을 그었다. 흔들린 감정을 제자리에 돌려놓는데 시간과 에너지를 쓰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쳤다. 그래서 다른 선생님한테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저 내 할 일만 열심히 해놓고 손을 놓았다. 

 당연히 내 할 일을 착실히 해내었기에 누구도 비난을 하는 사람은 없다.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의문을 품고 물어보는 이도 없었다. 그러자 나는 다른 선생님의 쓰레기를 대신 버려주는 일도, 신입선생님의 어려운 행정업무도 먼저 다가가 도와주지 않는 그런 동료가 되어버린 것 같다. 

 다른 사람을 배려한다는 이타심을 의심했었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배려는 결국 에너지만 쓰는 쓸모없는 노동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그런 생각들이 부끄러워 졌다. 작년 유치원에는 항상 일찍 출근해서 당직이 아니더라도 오전 당직 업무를 봐주는 선생님이 계셨다. 처음엔 오전 당직은 오직 차량만 타면 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선생님이 일찍 온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교실의 창문 열기, 화장실 정리하기, 공기청청기 켜기, 교사실 정리하기 등등 이 모든 당직 업무를 다 해주셨다. 그것도 일년 동안 한결 같이 매일, 내가 해야되는 일인줄도 모르고 아침에 오면 당연히 되어 있는 일이었다. 그러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새로운 선생님과 함께 오전 당직을 이전과 다름없이 하고 있는데 부장선생님께서 교실 창문열기, 교사실 커피내리기,  공기청정저기 켜기등 오전 업무를 왜 안했냐는 말에 당황스러웠다. 그렇게 나는 오전 당직업무에는 많은 것이 있었음을 일년만에 알았다. 오전 당직을 내가 직접 해보니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3명의 선생님이 보시던 당직 일을 혼자서 다하셨는데, 감사하다는 말도 듣지도 못한체 퇴직하셨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말은 틀렸다. 언제가는 알아주는 이가 있으며 그 가치가 빛나는 날이 온다는 것을 교실의 창문 하나 하나를 열면서 생각했다. 다른 당직선생님이 지각해서 혼자서 당직업무를 보게 되면 괜히 손해본다는 생각만 들던 내가 참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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