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교를 진학한 지 2년 만에 드디어 원하던 대학으로 편입에 성공했다.
편입을 하기까지 많은 고민과 생각들이 있었지만 결과가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 상황들을 글로 쓰기 쉽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이제는 내 마음이 분명하고 갈 학교도 확실해졌기에 한번 차근차근 지금까지의 내 이야기를 풀어내 보려고 한다.
편입에 대한 생각은 처음 미국으로 학교를 진학하기를 결정한 때부터 있었던 것 같다. 미국에서 대학을 진학하는 방법은 쉽게 두 가지이다. 처음부터 높은 SAT 점수나 학교에서 요구하는 점수를 가지고 원하는 학교에 지원하거나, community college나 다른 4년제 대학을 지원하여 그 학교에서 학점을 받아 원하는 대학교로 편입하는 방법이다. 나는 두 가지 방법 중에 후자의 방법을 선택했다.
솔직하게 나에게는 어떤 대학을 가느냐 보다도 미국에 있는 대학을 진학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었다. 영어공부를 늦게 시작해서 영어로 말하는 것에 자신이 없었을뿐더러, 영어로 수업하고 과제를 하는 것조차 내가 해 낼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오래전부터 생각해 왔던 미국 유학이었기에 맨땅에 헤딩 느낌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나는 미국 4년제 대학으로 진학했다. 원래 같았다면 바로 학교에 갔겠지만, 내가 학교에 입학했던 2020년에 코로나가 시작되어 반 강제적으로 한국에서 온라인 수업을 들어야 했다. 그 당시에는 대학생이 되었는데도 학교 캠퍼스에 한 발짝도 내디뎌 보지 못한 현실이 그저 속상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보니 두 학기 동안의 온라인 수업이 나에게는 '미국 수업 적응기'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익숙한 집에서 생활하며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는 기간이었기에 영어적인 부분이 부족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수업 방식이나 과제를 하는 방법, 교수님과 소통하는 방법 등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두 학기 간의 온라인 수업을 마치고 나는 1년 만에 드디어 내 학교가 있는 곳으로 가게 되었다. 한국에서의 두 학기가 미국 수업 적응기였다면, 학교에서의 1년은 '미국 생활 적응기'였다.
나는 학교에 가기 전까지 미국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었다. 여행으로나 어학연수로 다른 나라는 여러 번 가 본 적이 있었지만 유독 미국에는 한 번도 갈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다. 그렇기에 그곳의 사람들에게 적응하고 생활하는 방식에 적응하는 데에 시간이 필요했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마트에서 물건을 사고 은행에서 잔업무를 처리하는 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사람을 처음 만나 인사를 건네는 것조차 어색했다. 그러나 학교 기숙사에서 지내면서 매일 스윗 메이트들을 만나고, 또 수업에서 교수님과 반 친구들을 만나면서 어려웠던 것들에 점차 익숙해져 갔다. 온라인 수업을 할 때에는 굳이 마주하지 않아도 되던 상황들을 혼자 해결해 내다보니 자연스럽게 서바이벌 능력이 높아졌던 것 같다.
이렇게 총 2년 동안 학업적인 면으로나 생활적인 면으로나 많은 성장이 있었다. 지나고 보니 이 2년의 시간이 나에게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사실 그 시간 안에 있을 때에는 좋은 성적을 내서 빠른 시일 내에 편입을 해야 한다는 불안감과 압박감으로 가득 차있었다.
편입 준비를 안 해본 것도 아니었다. 나는 이번 학교로 편입하기 전까지 총 두 번의 편입 시도를 했었다. 오래전부터 패션 경영 전공을 희망하던 나였기에 처음에는 패션대학교로 편입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편입을 준비하던 도중 패션에 대한 꿈은 어렸을 때의 꿈이지 지금 나의 꿈은 아니라는 생각이 확고하게 들었다. 이미 편입에 필요한 작업은 거의 끝났던 단계라 중간에 멈추는 것이 아까웠지만 더 이상 내가 꿈꾸지 않는 것에 시간을 들이고 싶지 않았다. 편입을 준비했었다는 사실로 그저 충분했고 지금도 전혀 후회되지 않는 선택이다. 두 번째 편입 지원은 내가 이번에 가게 되는 학교에 넣었지만 그때는 아쉽게도 떨어졌다.
두 번의 편입 지원 준비를 하고 나니 솔직히 지쳤었다. 성격상 일 하나하나에 마음을 많이 쏟는 편이라 두 번의 시도가 이미 나에게 족했다. 지금 다니는 학교도 나쁘지 않고 성적도 괜찮은데 이렇게 여기서 열심히 하면 나중에 대학원 가는 데에 오히려 낫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들었다.
그만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 편입하지 않은 것에 대해 후회하고 싶지 않았기에 나는 마지막 편입 준비를 시작했다. 마지막이다 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던 편입의 결과는 'deferred'(입학 연기)였다. 영어 점수가 부족하기에 이번 spring 학기의 점수까지 보겠다는 학교의 결정이었다.
떨어지면 깔끔하게 접고 하던 공부 열심히 해야겠다 다짐했던 나에게는 매우 애매한 결과였다. 붙은 것도, 떨어진 것도 아니었다. 이러한 이유로 다른 학기보다 유난히 이번 spring 학기에 점수에 대한 부담감이 컸던 것 같다. 이번 점수로 인하여 바라 왔던 학교 편입의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점수는 잘 나왔고 기다림 끝에 합격이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길고도 짧았던 2년의 시간 속에 있을 때에는 실력이 빨리 늘지 않는 나 자신에 속상하고, 이 힘든 상황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아서 무서울 때도 있었다. 그러나 다 놓고 쉬고 싶을 때에도 한 가지 마음에 놓지 않았던 말은 '버티자'였다.
아빠가 나와 오빠에게 항상 하시는 말이 있다. 사람의 실력은 계단처럼 느는 것이라고. 어느 순간 내 실력이 늘지 않고 멈춰있는 것처럼 보여도 그 시간을 지나고 나면 한 단계 훌쩍 뛰어 올라가는 때가 있다는 말이다.
항상 그 이야기를 들었던 나였기에 아무리 힘들고 지쳐서 쉬고 싶을 때에도 잠깐 쉬었다가도 또 일어나기를 반복했다. 아빠의 말처럼 내가 멈췄다고 생각했던 시간에도 나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물론 앞으로 내가 가야 하는 길은 까마득하다. 고등학교 때는 대학만 가면 끝이라고 생각했지만 스스로 책임져야 할 일들이 더 늘은 것처럼, 편입을 했으니 공부는 더더욱 어려워질 것이고 더 많은 시간과 마음을 들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다보면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새로운 길이 또 열릴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