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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카 Braka Aug 12. 2024

미국 주립대학을 졸업했다

지난 5월 나는 미국 주립대학을 졸업했다.


사실상 공식적인 졸업 날짜는 마지막 여름 계절학기가 끝난 어제이다. 그러나 미국 대학의 졸업식은 봄과 가을학기 직후 두 번만 진행되기 때문에 나는 아쉬운 대로 봄학기 졸업식에 참석했다. 졸업식 참석만을 위해 겨울에 미국을 다시 들어갈 수는 없지 않겠는가.


나는 졸업식 2주 전쯤 학사모와 가운을 픽업하기 위해 학교 북스토어에 갔다. 사실상 졸업까지 한 학기가 남은 상태에서 졸업식에 참석하자니 그곳까지 가는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막상 학사모와 가운을 받아 드니 마음이 몽글몽글해짐을 느꼈다. 드디어 내가 대학 졸업이라니.


영어로 대학 공부를 하는 것은 물론 사람들과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조차 어려웠던 때도 있었다.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자신이 부끄러워 다른 사람들 앞에서 영어 하는 것을 최대한 기피했던 적도 있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겉으로 보기에는 사실 별로 다를 것 없다. 그러나 되돌아보니 4년 동안 스스로 고민하고 힘들어하고 또 버틴 시간이 쌓여 지금의 내가 되었음을 느낀다.


지금의 나는 자신감이 생겼다. 이제는 영어로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꽤나 편해졌다.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고, 내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다. 수업 디스커션에서 바로바로 내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직까지 어려울 때가 있고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친구들에 비하면 아무래도 부족한 실력이다. 그러나 처음 대학에 입학했던 나를 떠올린다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발전된 모습이기에 나는 만족스럽다. 영어가 어느 정도 들리고 또 글로 쓸 수 있게 되니 더 잘하고 싶은 욕심도 생긴다. 아직까지 엉성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을 단어 암기와 팟캐스트 듣기 공부로 보완해 볼 생각이다.


또한 서바이벌 능력이 생겼다. 사실상 나는 이 부분에서 가장 많이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스스로가 스트레스에 취약한 사람이라는 것을 안다. 매 학기를 시작하고 1달 정도가 지나면 그동안 차곡차곡 쌓여온 스트레스가 폭발하는 때가 꼭 생겼다. 초반에 몇 번 이 시기를 지나고 나서는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게 하기위해 갖가지 노력을 해보았지만 결국 번아웃은 찾아왔다. 이제는 스트레스받는 것 자체를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그냥 받는다. 짜증 내고 우울해하고 잠도 많이 자고 침대에 누워서 아무것도 안 한다. 그러나 한 가지 스스로 꼭 지키는 것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해야 할 일이 손대고 싶지 않을 정도로 많더라도 때론 늦어지더라도 결국에는 꼭 해낸다. 내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은 매번 찾아온다. 아무리 흥미 있는 일을 해도 그렇다. 그러나 그 시간을 버티면 바뀌지 않을 것 같던 무언가가 변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나는 어떤 일이든 내가 시작한 일은 끝까지 버티는 근력을 가지게 됐다.


그러나 나는 4년이라는 시간을 절대 나 혼자 버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내 주변에는 항상 사람들이 있었다. 곁에 있지 않아도 항상 마음을 나누는 가족들, 한국과 한국 음식이 그리울 때 어떻게 알고 챙겨주신 분들, 아플 때 가족처럼 걱정해 주신 분들, 대학의 경험을 공유하고 어려움을 함께 나눠 짊어진 친구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내 옆에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 사람들 덕분에 내가 버틸 수 있었다. 내가 가장 바닥이던 때에도 넘어지지 않게 잡아준 사람들을 처럼 나도 먼저 다가가 손내밀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단단하고 건강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대학을 졸업한다고 해서 인생에 탄탄대로가 열리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4년 동안 배우고 익힌 것은 앞으로 마주할 상황들을 이겨낼 힘을 길러주었다. 앞으로 미래를 지금의 나는 알 수 없지만, 주어진 매일을 성실히 살고 고민하다 보면 나에게 맞는 길이 언젠가 열릴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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