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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유현 Aug 17. 2023

5명의 합동 생일파티

초대를 받았다. 엄마 사회생활을 대충 하고 있는 나에게 너무 영광인 자리이다. 

우식이가 그동안 자주 놀지 못했던 친구들이 대부분인 생파이지만 

예전에 인연으로 우식이를 기억해 준 친구엄마에게 진심으로 감사했다. 


약속의 날이 다가오면서 나는 약간의 혼란에 빠졌다. 

5명이 함께 하는 생일파티라면 5개의 선물을 준비하는 것이 당연한데 

5개의 선물을 고른다는 것은 쉽지가 않았다. 


특별히 한동안 많은 접촉을 하지 못했던 아들 친구들의 취향을 내가 감히 짐작하기가 어려웠다. 


네이버에 결국 바보 같은 검색어를 넣기 시작했다. 

'초등 남아 생선'

'초등학생 생일선물'

'초딩 생일선물'

'남아 생일선물'

다양한 조합으로 시도를 해 보았으나 어쩐지 광고에만 걸리는 기분이 컸다. 


간혹 카페 글에 나와 같은 입장의-물론 5명의 선물은 아니지만- 남학생 생일선물을 고민하는 글이 올라왔는데

고학년이 되어버린지라 가방, 운동화, 모자, 시계 등이 나왔다. 

3D 프린터펜은 왜 이렇게 자꾸 나오는 건지.

교육적이지만 너무 지겹지는 않고 그러면서도 신선한 뭔가 없을까?


그런 게 어딨냐. 없다. 없어.


인스타로 넘어갔다. 태그를 찾아보리라. 네이버처럼 시도해 보았는데 

아. 생일선물 답례품이라면 인스타가 정보를 쏟아낼 텐데 남아 생일선물 카테고리는 정말 영양가가 없다. 


큐브. 그래 큐브는 어때? 

"우식아. 큐브 좋아하는 친구 없어?"

"음.(한참을 생각하더니) 엄마, 진짜 없어."

"아! 보드게임은?"

"누가 뭘 갖고 있는지 어떻게 알아. 있는 거 주면 어떡해?"

맞는 말이다. 이제 와서 가지고 있는지를 물어보기도 그렇고 

결국 우리는 거리로 나갔다. 온라인에서 해결이 안 될 것 같아서 눈으로 보고 사기로 했다. 


서점과 문구류를 모두 파는 큰 쇼핑몰에 가서 시원한 에어컨을 맞으며 각자의 쇼핑을 했다. 

"우식아, 네가 장바구니에 담아와 봐. 엄마는 여기서 수학문제집 좀 보고 있을게."

"알았어. J에서 만나. " 우식이는 서점 구역 J로 나를 만나러 오기로 하고는 갔다. 


간지 1분도 안 돼서 다시 돌아왔다. 

"엄마. 나 도저히 못 고르겠어."

장바구니에는 수첩 두 개, 포스트잇 한 개가 들어있었다. 다행히 캐릭터가 잔뜩 들어간 너무 문구 같지만은 않은.

"5세트를 만들어야 해! 어서 더 생각해 봐!"


그래. 처음부터 이게 내 숙제만은 아니야. 아들에게 주도권을 넘기자 내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우식이는 그래도 다정한 마음으로 이 친구에게 줄 것과 저 친구에게 줄 것을 구분해서 

온갖 잡동사니를 담아왔다. 

아무래도 부피가 너무 작은 것 같아서 마지막으로 내가 공통선물을 하나씩 더 추가해 주었다. 


'그래, 생일 축하는 마음이 중요하지. '

예쁜 카드를 5개 골랐다. 이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며. 


생일선물 5개를 사는 것조차 허둥지둥되며 

해야 할 중요한 업무로 구분하여 스트레스를 받는 나를 보며

감탄했다. 

좀 더 즐겁게 할 수는 없을까? 이건 숙제가 아니야. 즐거운 일이잖아. 


5개 세트의 포장을 마치고 쇼핑백에 가지런히 담아두고 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사실 마음속으로는 '선물을 안 좋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지만

우식이가 듣는데서 말로 뱉지는 않았다. 


초딩처럼 자기가 한 일에 뿌듯해하고 만족할 줄도 알아야 한다.


하지만 내 마음만은 정말 진심이다. 


너희들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아줌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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