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부엌

집ㅅ씨-목포에서 한 달 살기 4

by 웨엥



새하얀 벽에 짙은 색 나무. 흰색과 베이지 색의 세간살이.

집ㅅ씨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색들이다.

1년을 훌쩍 돌아온 때에 맞추어 가게에 새로운 색을 더하기로 했다.

아침부터 동네에서 사다리 두 개를 빌려온 뒤 페인트 대신 입자가 아주 고운 흙을 물에 개어 놓았다.


"진짜 한다? 이제 돌이킬 수 없어!"



새하얀 흰색 벽에 주룩 갈색 물이 흐르고 그 뒤로는 흙먼지를 풀풀 날리며 하루 종일 다섯 번이나 벽을 칠해야겠다. 페인트칠의 가장 힘든 부분은 역시 '노빠꾸'인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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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이 꾸덕하게 충분히 올라가자 뭔가 아프리카적인...? 진흙과 뜨듯한 열기가 있는 듯한 느낌으로 바뀌었다.

밖에서 바라보니 왠지 이제부터 아프리카 음식을 팔아야 할 것 같다며 깔깔 웃었다. 개업할 때 만들고 한동안 쓰지 않았던 흙화덕인 '탄두르'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을 이것저것 생각해 보기도 했다. 아마도 곧 사용하게 되지 않을까.

둘 다 일본에서 보낸 시간이 있어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일본에서 경험한 음식들이 자주 얘기되고는 했는데 (웃기지만 대체로 일본 음식은 아니었다) 자연스럽게 가게에서 내놓을 음식의 방향이 바뀌게 될 것 같았다. 공간과 함께 움직이고 달라지는 맛이라니, 정말 여행자의 부엌다운 일이다.





일을 끝마치고 같이 목욕탕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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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운하게 씻고 와서 세영은 아보카도 바나나 스무디를 만들어 주었다.

얼린 아보카도에 생 바나나, 두유, 코코넛 밀크, 설탕을 넣고 비싼 대추야자 대신 건포도 한 줌.

꾸덕한 스무디 위에 시나몬 톡톡.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이가 시리게 차갑지는 않았고 커스터드 크림처럼 부드럽게 넘어가는 맛이었다.




이른 저녁에 출출해져서 냉국수를 먹기로 했다.


통밀국수를 삶아 그릇에 담고,

훈제 멸치와 다시마로 낸 육수에 미소를 풀어 차갑게 식혀둔 국물을 붓고,

오이와 고추와 대파 송송,

보성에서 얻어 온 귀한 제피 장아찌와 가쓰오부시를 고명으로 얹어서 후루룩.



사실 내가 면을 너무 많이 삶아서 먹고 나니 매우 배가 불렀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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