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진짜 디자이너가 될 수 있을까.
2023년 2월, 1년간의 헝가리 인턴쉽을 마치고 한국에 귀국했다.
순수미술을 전공했지만 내 전공은 명확한 형태의 직업과 곧바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서, 졸업 후에 대체 무엇으로 먹고 살아야 하는지가 늘 고민이었다. 적당히 미적 감각이 필요하면서도 너무 미술이 아닌 어떤 분야. 그것이 내가 UX/UI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쌓아야겠다고 다짐한 이유였다.
처음에는 유튜브에 <How to be an UX/UI designer> 따위의 영상들을 마구 찾아보면서 정보를 모았다. 들여다 보면 어떤 것들을 공부해야 할지 로드맵이 보일 줄 알았는데, 점점 UX디자인/ 프로덕트 매니저/ 서비스 기획자가 수행하는 업무들이 단순한 독학의 형태로 배워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다. 이건 무조건 프로젝트를 구르면서 배워야겠구나, 싶었다.
아무 경력도, 능력도 없는 상태지만 무급이라도 좋으니 이런 백지 상태의 인턴을 채용해줄 기업은 어디 없나~하는 막연한 마음으로 구직 사이트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우연히 한 스타트업 회사의 공고를 보게 되었고, 너무나도 상세히 적힌 공고 내역에 흥미가 생겨 무작정 인스타그램으로 문의를 드렸다.
저,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데 어떻게 하면 제가 이 기업에 들어갈 수 있을까요?(를 예의바르게 돌려말해서 보냈다)
감사하게도 팀리더님이 답신을 주어 화상으로 가벼운 커피챗을 갖게 되었고 손에 잡히는 아주 실질적인 조언들을 여럿 얻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스프린트 팀.....)
1. 일단 좋은 모바일 서비스의 모든 UI를 카피하며 툴을 익히고, 태스크 플로우 등을 가볍게 나마 따라가보라.
2. 가장 좋은 것은 자신이 직접 0에서 부터 서비스를 만들어 보는 것이다.
3. IT동아리 등 비슷한 업종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채널을 만들어둬라.
4. 만들어진 포트폴리오나 프로덕트를 최대한 많은 멘토들에게 노출시키고, 발전시켜라.
등등 듣다보면 으악 내가 진짜 할 수 있나 싶지만 차근히 단계를 쪼개서 하다보면 어느새 UX/UI 디자이너가 될 수 있을 것만 같은 매우 유익한 조언이었다.
처음부터 완전히 독학으로만 시간을 운용하다보면 자칫 스케줄이 너무 루즈해질 것 같아서 패스트캠프의 UX/UI 강의를 병행하기로 했다. 내일배움카드로 수강할 수 있어 마침 잘 되었다 싶었는데, 수강후기가 너무 좋아서 더 궁금한 강의였다.
총 8주 동안 강의를 수강할 수 있어서 먼저 대략적인 학습 스케줄을 계획했다.
강의 목록을 훑어보니 비즈니스와 UX/UI 디자인 이론이 절반, 툴에 관련된 실습이 절반이었다.
1-3주차에는 이론과 실습 강의를 병행하여 영상을 모두 수강한다.
4주차에 운영되고 있는 실제 서비스의 비즈니스 모델, 퍼소나, 여정지도, 태스크 플로우 등을 분석하며 실습해본다. (스프린트 대표님의 추천대로 에어비앤비로 연습해볼까 한다.)
5주차에는 추가 강의의 클론디자인 실습을 마치고, 파이널 프로젝트를 빌딩한다.
조금 타이트하게 수강일정을 잡은 것은 패스트캠프에서 제공하는 멘토링 시간때문이었다.
모처럼 강사님과의 만남인데, 이왕지사 본 강의에 대한 질의응답 뿐만 아니라 앞으로 내 포트폴리오에 넣을 프로젝트에 대한 조언까지 알차게 구하고 이번 학습을 마치는 것이 큰 그림이었다.
6-9주차에 그것을 과연 할 수 있을지....약간 자신은 없지만...
본격적으로 강의를 수강하고 나는 꽤 놀랐다.
처음부터 강사님께서 기업들의 채용공고에서 필요한 역량들을 파악해 뽑아와 알려주시는 것도 너무 좋았을 뿐더러 어떤 분야에서 커리어를 얻기 위한 6단계의 내용이 일전에 팀리더 님과의 대화에서 얻은 조언과 거의 흡사했기 때문이다. 직감적으로 '아, 이 강의 무조건 알차게 쪽쪽쪽 빨아 먹어야한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강의 자체가 여러 차례 업그레이드 되면서 비즈니스와 데이터 분석의 영역까지 아카이빙되며 확장된 느낌이라 개별내용이 매우 자세한 강의라기 보다는 좋은 로드맵 정도로 생각해야 할 듯 싶었다.
그래서 1~4 챕터는 처음으로 개념과 방법론들과 가볍게 인사한다는 생각으로 들었다.
1강-UX/UI 디자인의 이해
비즈니스를 위한 디자인을 해야한다.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여러 디자인 방법론을 통해 해결책을 도출한다.
린 캔버스로 비즈니스 분석하는 실습
2강-유저 리서치
유저 모델링을 하는 구체적인 방법(퍼소나, 저니맵)
유저 리서치에는 목적과 상황에 따는 여러 방법론이 있다.
사용자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자들도 리서치 해야한다.
3강-데이터 모델링
저니 맵, 공감 지도 작성
이렇게 작성된 것들이 마케팅에서도 활용 가능하고, 타 부서와 소통할때 호소력을 더해준다+ 설득의 근거
4강-디자인 노하우
태스크 플로우 만들기
사용성 평가의 구체적인 방법
사용성 평가를 분석하는 방법
중요한 이론들이겠지만 일단 내가 실습해볼 수 있는 부분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몇가지 실습들만 가볍게 따라해보고 빠르게 넘어갔다. 실제로 프로젝트를 운영하다보면 결국 피눈물 흘리면서 다시 찾게 될테니까....
패캠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무작정 에어비앤비 모바일 서비스를 피그마로 카피했었는데, 처음에 오토레이아웃과 컴포넌트 기능을 아예 모르고 시작했던터라 정말 헷갈렸다. 몇시간에 걸쳐서 서너장의 페이지를 만들어 본 다음 피그마의 여러 기능들을 유튜브 튜토리얼로 보고, 적용해보고, 디자인 시스템도 어설프게 따라해보고, 배리언트도 만들어 보고, 다시 뒤엎고, 가장 효율적인 워크 플로우를 찾아보고 또 뒤엎고.
강사님과 함께 iOS 클론 디자인을 하기 전에 일단 내가 아는 방식으로 지메일 어플을 만들어보았다. 그 다음 내가 한 방식과 강사님께서 작업하는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 쭉 훑어본 다음 잘못했거나 비효율적으로 작업했던 부분을 다시 연습하는 식으로 학습을 진행했다. 실무자의 워크플로우를 끊김없이 볼 수 있는 점이 참 좋았는데, 영상 중간중간 생각나실 때 마다 실무 꿀팁들을 던져주셔서 2배속으로 보다가 어이쿠! 하고 돌려서 주워먹느라 아마도 놓친 게 꽤 많지 않을까 싶다.
지메일 클론 디자인 실습을 진행해보고 강사님에 비해 내 작업방식에서 부족한 점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화면에 빈 부분이 없게 ‘bar’형태로 꽉꽉 채워서 만들것(개별 요소가 아닌 ‘영역’을 생각할 것)
하나의 컴포넌트에서 어디가 어떻게 묶이는지 결정한 다음 오토레이아웃으로 묶어 나갈 것
글자가 들어가는 형태를 생각한 문자정렬
에셋을 돌려 쓸 때와 새로 만들어야 할 때의 구분(디태치해서 재활용할 때와 약간의 변형을 해야할 때를 구분할 것)
레이어 레이블링(근데 하다보면 화면상 어떤 요소의 보편적인 명칭을 몰라서 이름붙이기 어렵다... 애플이나 구글 디자인 가이드에 대한 공부가 매우 시급)
컴포넌트 만들면 status에 따른 배리언트 미리 만들어 두는 것
프로토타입 모드로 돌리거나 해상도 변경시 반응형으로 만드는 것
강의를 들으면서 강사님이 개발 단계를 고려해서 이렇게 저렇게 만들면 좋습니다~ 하는 부분들을 잘 기억해둬야겠다. UX/UI 디자이너는 결국 전체 프로세스의 중간다리 같은 역할이니 개발이나 비지니스에 대한 지식을 잘 갖출수록 협업하기 쉬운 인력이 될 것이고, 그것이 UX/UI 디자이너로서의 가장 큰 경쟁력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 주를 마치면서_ 처음에 강사님께서 말씀하신대로 기초적인 학습이 끝나고 크몽이나 원티드에서 작은 프로젝트를 진행해보려면 아무래도 눈에 보이는 작업 결과가 중요하고, 툴에 대한 숙련도가 먼저 눈에 띌 수 밖에 없으니 얼른 UI 포트폴리오의 작업물을 만들어 모아야겠다고 생각했다. UX/UI 디자인은 배울 것들이 정말 방대한 것 같다. 하지만 조급해하지 않고 그때 그때 필요한 것들을, 충분히 흥미로워 하면서 기쁘게 배우고 싶다. So far, 재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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