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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SU Sep 08. 2021

아이에게 삶을 배운다

아이와 엄마의 성장일기

아이가 품고 있는 세상에 들어가는 순간 놀람에 가슴을 쓸어내릴 때가 있다. 생각 주머니에 싹도 피우지 못하는 것이 담겨 있다고 생각했다. 어린싹이 언제 자라 몫을 해낼까 걱정과 염려가 함께 이어질 때도 있었지만 종종 만나게 되는 아이들 세상은 신비할 때도 많다. 어른은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찾아내고 자신만의 눈높이에서 맛깔스럽게 해석하는 아이들은 존재한다는 것 자체로 귀함을 의미한다.


오늘 딸아이의 상담이 끝나고 들려온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탄식이 흘러나왔다. 카드로 심리를 보는 상담을 진행하신 듯했다. 아이가 엄마를 생각하며 꺼내든 카드 중 하나가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포크, 숟가락, 나이프가 수납통에 깔끔하게 정리된 카드를 보는 순간 나를 이렇게 깔끔한 사람으로 생각한 건가? 내가 너무 빈틈없이 아이를 힘들게 했는가? 여러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상담 선생님이 해주신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는 정리가 잘 된 나의 모습을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아이의 답변은 예상 밖이었다.


“엄마 생각이 이렇게 정리가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아이가 보는 엄마는 생각이 많고 불안해 보이고 혼자서 모든 것을 짊어지고 있다가 그것을 다 내려놓으면 어떡하나 싶어 걱정된다고 했다. 포크, 숟가락, 나이프는 엄마의 생각과 고민, 힘듦이었고 그것이 잘 정리되어 엄마가 조금 편해지면 좋겠다는 아이의 마음을 전해 듣고 울컥 올라오는 울음을 삼켰다.


맑은 강물이 자연의 흐름에 몸을 맡기듯이 삶도 흘러가는 대로 유연해져야 하는데 늪에 발이 빠져 허우적거렸으니 아이는 못 본 척하면서도 다 느끼고 있었나 보다. 아이의 마음을 알고 가슴을 쓸어내리긴 했지만, 탄산수 한 병을 부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이의 맑은 눈으로 보는 것은 정확도가 높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삶을 어렵게 살지 말라는 아이의 충고를 가슴을 열고 받아들여 보려고 한다.


아이들의 세상은 어른들이 다 알지 못하는 것으로 가득하다. 그것을 만나는 순간 느끼는 희열은 삶의 소소한 행복이 된다. 오늘도 아이의 세상에 문을 열고 들어갈 기회를 통해 삶을 배운다. 그렇게 엄마는 아이와 함께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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