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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SU Sep 13. 2021

돈에 대한 진심

경제이야기

아빠의 월급날 월급봉투를 내밀던 아빠의 손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남편은 아버지 월급날 버스정류장에서 퇴근하시는 아버지를 기다리던 추억을 이야기한다. 용돈을 받아들고 점방으로 향한 꼬맹이의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재미있다.

없던 시절 아버지의 월급은 가정의 유일한 돈 줄기였다. 물론 가장인 아버지가 역할을 하지 못한 집에서는 엄마가 일터로 나가는 팍팍한 가정도 있었다. 넉넉하지 않은 삶이었지만 아버지의 노력과 어머니의 희생으로 공부도 하고 학원도 다니고 점심, 저녁 두 끼 도시락을 따뜻한 보온 통에 싸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용돈은 늘 부족했다. 부족했던 용돈을 벌어보겠다고 어린 시절 친구가 아는 집에서 고추 꼭지를 따는 알바를 한 적이 있다. 친구와 아줌마들 틈에서 열심히 고추를 따고 용돈을 벌었던 기억은 지금도 선명하다. 푼돈이었지만 난 돈에 대해서만큼은 진심이었다. 요령을 피우지 않고 열심히 꼭지를 따서 포대를 채우기 위해 애를 썼으니 말이다.

 

지금도 난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정해진 날 월급 형태를 지닌 돈이 정확하게 입금된다. 월급 생활에 익숙해질 만큼 나이가 든 요즘 내 일이 불안해진다. 시작은 남편 전역을 앞두고 시작되었다. 꼬박꼬박 들어오던 남편의 월급이 어느 날부터는 통장으로 들어오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꼬리를 물고 돈에 관한 질문을 던지게 했다. 나라가 온통 주식과 부동산, 가상화폐 등 재테크라고 할 수 있는 것에 몰입을 하는 상황에 무심한 듯 노후를 자신하며 살아갈 수 있냐고 묻는다면 확실하게 NO다.

 

어른들은 돈도 다 때가 되어야 모인다고 지금 쪼들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씀하신다. 과연 가만히 있으면 돈이 알아서 모이는 걸까? 지금처럼 통장만 스쳤다가 사라지는 월급이 때가 되면 자산을 불려주는 일은 없을 것이다. 돈은 스쳐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무리를 짓고 자신의 영역을 만들어야 한다. 어릴 적 꼭지를 따서 포대에 담았던 고추처럼 말이다. 시작은 돈을 진심으로 대하는 태도라는 것을 느낀 하루다. 나보다 어리지만 많은 경험을 한 그녀의 조언을 들으니 돈 그것에 대해 진지해지고 싶다.


사진출처https://pixabay.com/users/nattanan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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