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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SU Sep 23. 2021

그릇에 담긴 음식을 보며

익숙함과 새로움

주변에 요리를 잘하는 사람들이 있다. 음식을 담아내는 손길에 정성이 가득하다. 가끔 대접받고 싶을 때 그녀들의 음식을 찾아간다. 흔쾌히 정성스럽게 요리를 하고, 고운 접시에 담아낸 먹음직스러운 음식 앞에서 오감이 자극을 받는다. 원재료가 그녀들의 손을 거치면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난다. 음식과 어울리는 그릇을 골라내는 안목도 탁월하다. 그릇에 담은 음식은 옷을 제대로 찾아 입은 맵시꾼처럼 빛이 난다.


눈으로 먹는 음식이 무엇인지 모르고 자랐다. 엄마의 음식은 정성스러웠지만 예쁜 접시에 담아낼 여유가 없는 팍팍한 삶이었다.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날이 좋은 날이었고, 평상시 올라오지 않는 반찬이 밥상에 올라오는 날은 특별한 날이었다. 살림이 조금 나아진 후 엄마는 음식을 담아내는 그릇을 고르는 데 관심을 가지셨다. 비싸지는 않지만 특별해 보이는 그릇을 하나씩 사서 모으는 것을 보았다. 거금을 들여야 하는 그릇 세트는 살 수 없었지만, 발품을 팔아 그릇을 사고 계셨다. 추석에 내려가 밥상을 차리고 보니 그릇은 제각각의 모양과 빛깔을 띠지만, 음식이 어울리는 그릇을 찾아 담아냈다.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에너지를 충전시킬 수 있는 최고의 맛까지 더해졌다.



 

예쁜 그릇으로 플레이팅 된 식탁을 보면 음식을 맛보기도 전에 이미 대단한 맛을 상상하게 된다. 내 삶도 괜찮게 플레이팅 된 채 태어났다면 삶의 지도가 다르게 펼쳐졌을 수도 있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가족들의 지지와 도움으로 조금 덜 힘들게 살았다면 지금보다는 편안한 삶이 그려졌을 거라는 쓸데없는 확신이 들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플레이팅을 가진 채 태어나도 한심한 인생을 사는 이들을 보면 그게 다가 아니라는 깨달음도 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몫을 해내는 이들도 보인다. 환경이 전부는 아니라는 위로를 받기도 한다.

 

그래도 살아보니 환경이 좋은 건 인생에 가산점을 쌓는 것 같다. 혼자 죽도록 애를 쓰지 않아도 지지해주고, 지원해줄 수 있는 환경을 가졌다는 것은 시작점이 다를 수밖에 없지만, 환경적, 유전적 DNA를 바꿀 수 없는 게 현실이기에 삶 이것에 대해 나만의 기준을 가지고 살려고 한다.  현타가 올 때마다 지금의 상황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보겠다는 깡이든 오기든 뭐라도 가지고 말이다.  허황된 꿈을 아이들에게 심어줄 생각은 없기에 우리 가정의 현실을 알려주되, 음식이 담길 그릇을 선택하는 것은 너희들이 충분히 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려고 한다. 인생 끝까지 살아봐야 한다는 조상님들의 말씀을 가슴에 품고 말이다.


사진출처jaywennington,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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