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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SU Dec 05. 2021

내 안에 사는 어린아이

그림책(어른들 안에는 아이가 산대)

어린 친구들에게 그거 알아?

어른들은 누구나 자기 안에 아이를 품고 있어.

그래서 어린 시절은 아주아주 중요해.

안에 사는 아이가 평생 잊지 못할 것들을 배우는 시기거든.


언제부터인가 내 안에 있는 어린 나를 느낄 때가 있다.

유독 어떤 지점에서 예민했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어린 내가 겪었던 일들은 오묘하게 얽혀서 감정을 건드리곤 했기 때문이다. 그때는 탓할 수 있는 상대와 상황을 찾기 바빴다. 예민하게 구는 이유를 밖에서 찾으려고 애를 썼지만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결국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있었다.


유년 시절을 행복하게 기억하고 있지 않다. 나이가 먹고, 삶은 내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나니 세상을 바라보는 내 눈을 비딱하게 만드는데 어린 '나'가 겪었던 일들이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것 같다. 어릴 적 내 기억에는 몇 가지 안되는 기억 조각이 흩어져 있는데, 선명하게 떠오르지 않지만 몸은 그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비슷한 상황이 생기면 나도 모르게 몸이 반응을 하고, 예민하게 변했으니까.


저녁에 전화를 하신 엄마는 딸의 발령을 걱정하신다. 집에서 먼 곳으로 발령이 나서 혼자 힘들면 어쩌냐고 하시는데 힘들었던 그때가 생각나서 엄마랑 한참 이야기를 나눴다.

첫째가 23개월 때부터 꽤 오랫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다. 해외로 파병을 떠난 남편과, 육아휴직 후 복직을 한 나, 아빠 엄마의 빈자리를 낯선 아줌마와 함께 채웠던 첫째.  도움을 청할 사람 하나 없는 이곳에서 아이와 나의 삶은 곳곳이 지뢰밭이었다.

그 일 년이라는 시간...

아이에게 많은 상처를 남겨버렸다. 사춘기에 들어선 아이는 가끔 어린 자신의 모습을 드러낼 때가 있다.

나만큼 자란 아이에게 그 흔적을 발견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 거리며 내려앉기도 한다.


오늘 이 그림책을 읽으며 어린 나와 어린 시절 딸이 함께 떠오르며 생각이 깊어졌다. 안에 사는 아이가 평생 잊지 못할 것을 배우는 시기에 아픈 기억이 있다는 것은 삶을 살면서 간혹 그 기억으로 휘청거릴 때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마음 한편이 무거워졌다.

그러면서도 내 품에서 충분한 사랑을 받으며 딸의 기억을 따뜻하게 채울 수 있는 시간이 우리에게는 아직 충분하다는 생각을 가지며 희망을 보기도 했다.


가끔 어린 나를 불러와 칭찬도 하고, 위로도 하는 방법을 딸아이에게 알려주려고 한다.

"딸아 어린 시절 너를 만나고 많이 안아주고 와. 그때 정말 힘들었지만, 지금 이렇게 건강하게 큰 건 어렸지만 넌 대단했기 때문이야. 어른이 되어서 지금 이 시간을 돌아본다면 아마 따뜻한 온기가 느껴질 거야. 엄마는 너랑 함께 그 따뜻함을 채워 갈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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