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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밥 해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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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파노 Mar 11. 2020

족발, 소꼬리찜, 감자, 고구마

적당히 먹어야겠다.

 며칠 전, 마트에 갔다가 돼지 다리 고기를 파는 걸 보았다.

한국에서는 쫄데기(쫄대기?)라고 하던데 왜 그렇게 부르는지는 모르겠지만 뼈가 포함된 돼지다리를 그렇게 부르는 것 같다. 쫄데기를 양념해 익히면 족발이나 수육이 되는 것이다.


 아마 집에서 족발을 해 먹는 일이 드물 것이고, 인기가 없는 부위일 것이고, 잘 팔리지 않을 것이다. 마트에서 보기도 어렵다. 그래서일까, 쫄대기라는 용어도 정립이 안된 것 같다. 쫄데기, 졸때기 등등 표기도 중구난방이고, 그래서 쫄대기가 어디냐?라는 질문에 답변도 분분한 것 같다.


 한편, 여기는 돼지보다 소가 더 많다. 가격도 소고기가 더 저렴하다. 그나마 자주 보는 돼지고기는 pork rib, 돼지갈비로 육식을 위주로 하는 식당에는 대체로 구비된 메뉴이다. 하지만, 돼지 발 혹은 다리가 메뉴에 올라와 있는 것은 본 적이 없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날따라 돼지다리를 한 무더기 쌓아 놓고 팔았다.

어째서 그렇게 많이 쌓여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족발을 해봐야지 라는 생각이 드는 건 타당했다.


 어제 냉동칸에 있던 쫄대기를 꺼내다 족발을 했다.



 검색을 좀 해보니 진한 갈색을 내는 양념은 주로 간장인데, 일반 간장으로는 저렇게 진한 색이 나오질 않는다고 하더라. 그래서 업장에서는 캐러멜을 섞거나 '노두유'라고 하는 색깔 진한 간장을 쓴다고 했다.

 마트에서 dark soy sauce라고 파는 것이 노두유였다. 노두유를 사다 한 컵을 넣고, 설탕을 한 컵 넣고, 물엿을 반 컵을 넣었다.


 대충 끓여서 소금이나 찍어 먹어봐야지 하고 시작했는데, 생각해보니 간장 소스에 고기를 조리면 맛이 없을 리 없는 조합이었다. 기왕 하는 거 좀 더 해야지 하는 생각에 향신료를 이것저것 넣었다. 월계수, 캐러웨이, 팔각, 후추를 넣었다. 캐러웨이는 도대체 언제 산 걸까? 기억에 없는데 왜 서랍에 들어 있을까? 내가 산 게 맞을 텐데... 마늘을 까서 넣고, 양파도 까서 넣고, 파도 썰어다 넣었다.


 그러고 보니 소스가 고기 값 보다 비싸게 보였다. 처음 써 본 노두유는 일반 간장보다 짰고, 그래서 설탕을 예상보다 많이 넣었고, 그러다 보니 예상한 것보다 많은 물이 들어갔다. 그 양에 향신료를 넣다 보니 이 정도면 되겠지 싶은 양의 세 배쯤은 들어갔다. 그래서 소스 값을 추산하면 고기 값보다 비쌀 것 같았다.

 아깝다.


 아까우니까 소꼬리도 같이 넣고 끓이면 맛있겠지 싶었다. 쫄대기 8천 원, 소꼬리 1만 5천 원, 소스는 대충 만 원어치 되겠다.

 두 시간쯤 끓이니 냄새가 좋다. 떠먹으니 맛도 좋다. 고기만 건져 먹고 버리기엔 아까웠다. 감자와 고구마를 넣고 한 시간을 더 삶았다.





 족발이라 해야 할지, 찜이라 해야 할지, 조림이라 해야 할지 모를 음식이 되어 버렸다.

양이 많아서 한 3일 먹겠네 했는데, 그 자리에서 다 먹어 버렸다.

쫄대기든 소꼬리든 뼈가 반인 탓에 양은 실제 양은 적었다.

 뼈를 발라다 개를 줬는데, 덥석 물었다가 뜨거워서는 깨갱대며 날 보며 입맛을 다셨다. 내 잘못인가?




 국물을 식혀서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다음날 쌀국수를 삶고, 간장 대신 양념으로 썼다. 고기를 끓인 간장은 맛이 좋았다. 변질될까 걱정되어 한 끼만 해 먹고 버렸지만, 며칠이라도 보관해 놓고 또 쓰고 싶은 맛이다.



https://kopanobw.blogspot.com/

https://youtu.be/RM8oiraDK9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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