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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노운 Jun 14. 2022

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

눈물이 많은 것은 내가 약해서가 아니라 내 감정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눈물이 많았다. 작은 싫은 소리라도 들으면 비참한 감정이 머리끝까지 올라왔고 눈물이 나왔다. 그래서 엄마는 항상 나한테 무슨 말을 못 하겠다고 했다. 가족과의 문제뿐만 아니라 아르바이트를 할 때도 똑같았다. 나에게 인상을 쓰고 독한 말을 하던 점장 때문에 서러움의 눈물이 줄줄 흘렀다. 당시의 나를 생각하면 내 안의 수치심과 부끄러움, 부정적인 것들이 가득 차서 살짝만 건드려도 톡 하고 터지고 마는 폭탄 같았다. 억지로 참다 보니 그것은 내 맘 속 어딘가에서 응어리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어쩌면 상처받기 싫어서, 능력 없는 것을 들키는 게 두려워서,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라는 게 부끄러워서, 울보라는 게 창피해서 그런 모든 것들이 나를 점점 구속하고 예민해져 가게 만들었던 것 같다. 긴장상태.


유독 맞지 않은 관계가 엄마와의 사이였다. 오로지 내 관점으로 엄마는 말을 자극적으로 해서 사람을 툭툭 건드리는 사람이었고, 나는 그것에 다쳐서 아픈데 엄마는 이해도 못하고 그렇게 여려서는 밖에서 어떡하려 그러냐며 또 나를 공격했다. 나는 엄마의 무신경하고 불쾌한 방식이 싫었고 그럴 때마다 대들었다. 하지만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는 내가 엄마에게는 어리게만 보이는 것 같았다. 내 기준에서 엄마는 정말 나를 이해 못 하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긴 시간 동안 서로 마음 한 구석에 대립관계가 쌓여 있었을 것이다. 나는 확실히 그랬다.


이러한 응어리는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를 같이 보고 난 후에 많이 풀리게 되었다. 참 신기하지 않은가? 그렇게 골이 깊었던 관계가 어떤 프로그램을 같이 보다가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이. 보면서 자식과 부모의 성향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이 확실히 나와서 좋았다. 엄마의 생각은 잘 모르겠지만, 요즘 좀 더 나를 우쭈쭈 해주시고, 내가 말했던 것을 기억하고 사다주시거나 챙겨주신다. 나는 예민함을 표현하는 것이 상대방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일 수 있고, 그것이 상대방으로 하여금 나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알 수 없어서 난감하게 느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히려 엄마가 엄마의 방식이지만 나에게 다가오려고 많이 노력해왔던 것 같았다. 엄마가 나에게 툭툭 건드렸던 그 부분에서 애정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여전히 나는 울보이지만 많이 눈물이 줄은 울보이다. 눈물이 많은 사람이 눈물을 안 흘리게 고칠 수 있는 방법은 최대한 눈물 나는 상황을 피하는 것 밖에 없는 것 같고, 아니면 그냥 이 부분은 포기하고 눈물이 흐를 수밖에 없었던 그 감정을 받아들이는 것이 최선인 것 같다. 나는 이 눈물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질려버릴까 봐 무서운데, 그래서 애인에게 나에게 눈물은 어쩔 수 없이 흐르는 것이고 나도 이성적으로 말로 하고 싶은데 불가능하니까 좀 기다려 달라고 말을 미리 해뒀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항상 기다려준다. 그렇지만 절대 져준다는 것이 아니고 내가 눈물을 그치고 말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서로 입장을 피력한다. 그 부분을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이 결국 내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눈물이 많은 것과 강해지는 것과의 연관성은 없을지도 모른다. 나는 눈물이 많은 것과 동시에 감수성이 풍부하다. 이런 내가 강해지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울지 않기 위해서 풍부한 감수성을 깎고 깎는 것은 단점을 없애려다 나의 큰 장점을 잃고 마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진정하게 내가 강해지려는 모습은 무엇이고, 강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지금 내가 찾은 강해지려는 모습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나의 일상이 무너지지 않는 사람이다. 내가 가장 소중한 것을 알고 내 생활이 중요해서 남한테 마냥 좋은 사람이지 않고 싫고 좋음을 확실하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 일할 때 기분 나쁜 일이 있어도 웃으면서 욕할 수 있는 깡. 그리고 그 안 좋은 기분을 계속 마음에 품어 내 몸에 병나지 않게 하고, 시원한 맥주 한잔으로 날려버릴 수 있게끔 남이 준 쓰레기를 괜히 내가 가지지 않고 다시 던져주던가 날려버리는 무시. 내가 강하다고 느꼈던 한 선배는 강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꾸준히 겪어내는 수밖에 없다고 말씀해주셨다. 본인도 화가 날 때는 심리학 책도 읽어보고 한다고. 참 이럴 때마다 내가 하는 말이 있다. 아 정말 인생 어렵네!


참고로 그렇다면 풍부한 감수성을 가진 내가, 어렸을 때의 눈물은 긴장상태에 터져 나온 눈물이었다고 가정할 때, 부정적인 감정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감정 또한 많이 많이 보충해 두는 것이 좋은 것 같다. 그리고 나같이 민감한 사람은 내가 편안하고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주어야 하는데, 누가 뭐래도 그 시간을 빼앗기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모든 것에 자극을 받는 섬세한 사람이야! 그러니까 내가 충전을 할 수 시간과 질 좋은 양분이 필요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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