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쉴세 없이 싸웠다. 사실 뭐 그리 큰 일도 아니고 별일도 아닌데 서로 놀리고 화내기를 반복하더니 결국은 서로 내가 잘났네 내가 잘났네 하며 "엄마!"를 부른다. 결국 또 폭발해 버렸다. 잘 이야기해서 타일러 볼까 생각했지만 결론은 사이좋게 25대씩 손바닥을 맞고야 끝이 났다. 끝난 것처럼 보이는 이 싸움도 내일이면 다시 시작되겠지.
방학을 핑계 삼아 더욱 불붙고 있는 이 아이들의 싸움을 과연 난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럴 때마다 하나였으면 좀 나았을까 싶은 의문이 생기지만 그런 의문들로 내 현실이 달라질 방법은 딱히 없을 테니 결국 남는 건 한숨뿐이다.
문득 <오히려 최첨단 가족> 책 속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자매의 싸움을 지켜보는 모습을 써 내려간 부분이 있었는데 정말 지켜만 보는 게 나는 아직 너무 힘이 든다. 결국 버티다 버티다 그 시끄러운 소리에 더 시끄러운 소리로 아이들을 나무란다. 대체 왜 싸우는 거냐고 물어도 결론은 이기적인 행동이나 생각 때문에 서로를 탓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별일 아닌 일들로 왜 이리 서로를 물고 뜯고 싸우는지 모르겠다며 나는 또 그 사이에서 "둘이서 해결해"라고 말해 버린다. 하지만 또 둘이 투닥거리는 소리를 참지 못하고 불쑥 그 사이로 끼어들어 버릴 테지만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런 지킬 수 없는 푸념 섞인 말 뿐이다.
책 속에 이와 같은 글이 있었다. '우리가 싸우는 목표는 상대를 설득해서 나와 같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더욱 나 다워지는 것이다.'
사실 다 큰 어른이 된 나도 잘은 모르겠다. 나 다워 지고 있는 모습을 혹여나 내가 방해하고 있는 건 아닌지 아니면 아이들이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을 내가 더 악하게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이럴 때마다 나의 고귀한 에어팟을 찾아 헤맨다.
시끄러운 소리를 차단하고 듣고 싶은 음악으로 나의 마음을 살짝 진정시켜 본다.
그리고 나의 과거를 화상 한다. 내가 동생과 그리 싸운 이유를, 지금 생각해도 나 역시 동생 탓만 했다. '너만 아니면 이렇게 싸울 일이 없었다고!'
하지만 동생도 동요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약간의 죄의식은 있었는지 가끔 조카들에게 뭔가를 챙겨 줄 때마다 말한다. "내가 지은 죄가 많아, 사죄하는 중이잖아!" 그럴 때마다 난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 지어 보인다. 그러나 이제는 알고 있다. 사실 동생만의 잘못은 아닐 텐데, 언니라는 이름으로 동생을 무시하고 업신여긴 내 행동에도 분명한 문제는 있었다. 생각해 보면 지금의 내 아이들만큼이나 나도 동생과 참 많은 다툼이 있었다. 그때마다 부모님도 별거 아닌 일에 힘 쏟지 말라고 하셨고 지금의 나처럼 다툼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무섭게 상황을 제재하기 일쑤였다. 그리고는 마무리 짓지 못 한 마음에 분노의 감정들만 차곡차곡 늘어나 버리고 다음에 다른 일로 투닥거려도 혹은 비슷한 상황을 맞닥뜨리면 끝날 줄 모르는 싸움이 빈번히 이어졌던 건 아니었을까, 이제야 나이 들고 웃으며 추억처럼 말하지만 그 속에서고 곱씹으며 서로의 설움을 내보일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오은영 박사님이라도 만나 뵈어야 하는 건 아닌지 웃으갯소리를 해본다. 사실은 진심일지고 모르는데.
그때의 기억을 헤집다 보니 결국은 그냥 둬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진다. 싸우는 소리가 들려오면 조용히 에어팟을 챙겨 정신 수양을 시작하고 그것에 조금이라도 익숙해진다면 그때서는 둘의 싸움을 평온한 마음으로 박혜윤 작가님처럼 마주 할 수 있는 시기가 찾아왔으면 좋겠다.
나와 내 아이들의 '나 다운 삶'을 응원해 보겠다.